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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수익성 빨간불 짙어졌다] 띄워야 하고 깎아야 하는 딜레마 

 

지난 5월 항공편 늘렸지만 수요는 줄어… 1분기 국내 항공사 모두 적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잇따라 중단되기 시작했던 지난 3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지난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항공업계가 국제선 운항 재개 저울질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하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로 관광 수익이 줄어든 국가들이 국제선 입항을 허용하고 나선 것도 국내 항공업계의 국제선 노선 재개에 불을 붙였다. 다만 여객 수요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항공업계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사실상 유일한 하늘길인 국내선을 두고 항공사 간 출혈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국내 1위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오는 7월 미국 댈러스와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국제선 노선 재개를 예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주요 미주·유럽노선 운항 재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6월 1일 들어 인천~워싱턴·시애틀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인천~밴쿠버와 인천~토론토 노선에도 항공기를 다시 투입했지만 6월 23일 기준 국제선 운항 노선 수는 25개에 그치고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10개 국제선 노선 중 운항 노선은 23% 수준”이라면서 “운항 노선을 30개 정도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적자에도 하늘길 다시 여는 항공업계


국내 2위 FSC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초 미국 시애틀 노선을 운휴 77일 만에 재가동한 데 이어 7월부터 일본 오사카 노선 재개를 결정했다. 특히 일본 오사카 노선은 주 3회 운항을 시작으로 7월 말부터는 매일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과 같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노선은 물론이고 터키 이스탄불 노선 운항 재개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홍콩과 베트남 호치민·하노이, 태국 방콕,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 운항 횟수를 오는 7월부터 주 1~2회 진행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국적 항공사가 이처럼 국제선 노선 재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여객 수요를 선점해야 해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단번에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노선을 열어두면 화물이나 출장 수요부터 선제적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11일 국적 항공사 최초로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적재하는 등 화물 수송에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 재개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면서 “일단 국제선 노선을 열어 일말의 수요라도 끌어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국경을 봉쇄했던 국가들이 속속 국제선 여객기 입항을 허용하고 나선 것도 국내 항공업계의 국제선 운항 재개를 부추기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기준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139개국(중국지역 포함)으로, 지난 6월 1일(148개국)에 비해 완화됐다. 특히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그리스는 오는 7월부터 모든 공항의 국제선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기로 정했다. 터키는 문화관광부가 오는 7월 여행자보험 보장 범위에 코로나19 감염을 포함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 운항 재개를 재검토하고 있다. 화물 수요를 챙길 수 없는 LCC는 FSC가 6월 들어 속속 국제선 운항 재개에 나서는 동안에도 국제선 운항 재개를 자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봉쇄 조처 완화 추이에 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에어부산은 중국 항공청에 인천~선전 노선 운항 재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된 해외 입출국을 김해공항에서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국토교통부에 보내기도 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크로아티아 노선을 배분받았다. 에어서울은 5월 말 인천~도쿄·오사카·홍콩·다낭 등 일부 국제선 노선에 대한 예약을 받았다.

이는 제주항공을 제외한 모든 LCC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해 온 것과 대조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가 입국 후 14일 격리조치를 시행하는 한 여행 수요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면서도 “각국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대로 해당 국가 항공편 운항 재개를 즉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셧다운(운항중단) 조치했던 이스타항공도 오는 7월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운항 재개 행보가 선제적으로 노선을 회복해 놓기 위한 조치일 뿐 공급 확대가 여객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서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제선 운항은 7747편으로 지난 4월(6659편)에 비해 늘었지만, 여객 수는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과 5월 국제선 여객은 각각 15만3514명, 13만7924명으로 나타났다. 항공사가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쏟아 항공기를 띄우고 나섰지만, 항공기에 타는 인원은 더 줄어든 것이다.

특히 국내 항공업계는 공급 과잉, 중국과 중동 등 외항사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밀려 지난해부터 급격한 수익성 하락을 겪어왔다. 여기에 코로나19는 직격탄이 됐다. 지난 1분기 국내 항공사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566억원, 아시아나항공 -2920억원, 제주항공 -638억원, 진에어 -312억원, 에어부산 -385억원, 티웨이항공 -222억원 등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제선 운항 재개는 고정비 상승을 불러 수익성이 더 악화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없는데 출혈경쟁까지 ‘수익성’ 악재 여전

국내선 경쟁 심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외로 나갔던 여행 수요가 일부 국내로 몰리자 국내선 항공시장으로 국내 항공사 전체가 몰리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3개 항공사가 취항했던 김포~부산 노선은 진에어와 티웨이 항공까지 가세하면서 평일 편도 항공료가 최저 1만4000원 수준(비인기 시간대)까지 떨어졌다. 서울~부산 KTX 이용료의 4분의 1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내륙 노선에 신규 취항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6월 10일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항공산업이 지난해 수준의 수요를 회복하려면 최소 3∼4년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에는 코로나19 2차 파동 공포로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이 여파로 12일 아시아 증시가 출렁하기도 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과)는 “국내선 여객 수요도 지난해의 약 65% 수준인데 국제선 수요 회복은 더 먼 일”이라면서 “항공업계는 공급 관련 선제조치보다 비용 절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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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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