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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싶어도 못 파는 쌍용차] 지분 매각 난항에 투자자 찾기도 ‘깜깜’ 

 

2016년부터 13분기 연속적자… “고비용 구조부터 개선해야” 지적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영 위기 돌파구 찾기가 난항에 빠졌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쌍용차 인수 관심 기업 첫 손에 꼽혔던 지리홀딩스가 “쌍용차 관심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리홀딩스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모회사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적자를 계속해온 쌍용차는 산업은행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차량 판매 등 쌍용차 경쟁력이 살아나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현재 지분 매각 대신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는 앞서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 새 주인 찾기에 나서는 듯했지만 일단 유상증자로 한 발 물러섰다. 유상증자는 추가로 발행한 주식을 신규 투자자가 사도록 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2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현재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경우 약 75%인 마힌드라 지분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힌드라, 지분 매각 보류하고 유상증자 추진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자 투자자 물색으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을 추진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6월 12일 인도 현지 매체에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마힌드라를 이끌 아니시 샤 부사장은 “새 투자자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마힌드라의 지분율은 감소하며, 새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차 매각 협상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마힌드라가 경영권 포기를 시사했을 때 중국의 지리차를 비롯해 비야디(BYD) 등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리차는 “쌍용차와 관련해 어떤 경쟁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BYD는 관련 입장 밝히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완성차업체들의 고민이 깊은 상태”라면서 “쌍용차 경영 상태를 고려할 때 인수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이후 지난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700억원 이상 초과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쌍용차의 경쟁력 제고와 신차 개발을 위해 2300억원 투자를 예정했던 마힌드라가 코로나19가 터지자 지난 4월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 자금난은 심각해졌다. 지난 3월말 기준 쌍용차 자본잠식률은 71.9%까지 높아졌고, 올해까지 갚아야 할 빚만 2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힌드라는 400억원만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업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쌍용차가 예정한 유상증자 2000억원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자금난 타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유상증자 참여는 사실상 투자와 다를 바 없는데 투자금이 쌍용차 자금 경색 회복에만 쓰이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쌍용차가 유상증자를 예정한 2000억원은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기안기금으로 요청한 규모와 거의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자금난을 겪어왔다며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유상증자가 쌍용차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상증자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통해 BNP파리바,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2000억원가량 단기 자금을 빌렸는데 은행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2000억원은 지난 6월 23일 쌍용차 종가(3685원) 기준 마힌드라 지분이 51%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말 기준 마힌드라는 쌍용차 전체 발행 주식(1억4984만2주) 중 1억1185만5108주(74.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의 투자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량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내수와 수출로 총 3만9206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4% 감소한 수치다. 2015년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청신호가 켜졌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SUV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2010년 인수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투자했던 마힌드라마저 인수 10년이 지난 현재 5000억~6000억원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쌍용차의 차량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입금 등 자금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완성차업체로서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쌍용차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당 97g으로 전년(140g/㎞) 대비 강화됐지만, 쌍용차 상품군 중 가장 작은 차인 티볼리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43~145g(가솔린 모델) 수준으로 규제 기준치를 넘어섰다.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규제의 벌과금이 부과되면 쌍용차 적자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OEM 기지 전환’ 가능성도 대두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상품군이 없는 곳은 쌍용차가 유일하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왔다. 쌍용차는 현재 전기차 신차 개발 계획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차 개발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해당 신차 역시 전기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2021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J100’이라는 프로젝트명의 신차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J100은 정통 오프로드형 차량인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쌍용차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지분 매각 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지 전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힌드라는 포드의 SUV 모델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고, 쌍용차 모델에 포드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60년 전통의 완성차업체”라면서 “원가율이 99%에 달하는 고비용 구조지만, 노사협력으로 임금 구조만 개선해도 경쟁력은 있다”고 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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