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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노인주택·대학교육 손잡으니 ‘일석이조’ 

 

노인에겐 활동의 장, 학생 감소로 고민하는 대학엔 대안 제공하는 ‘UBRC’

▎대학연계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주택단지(UBRC) 형태로 운영하는 미국 Oak Hammock의 노인 운동 프로그램. / 사진:Oak Hammock
오늘날 우리나라는 기대수명 증가로 장수사회가 도래하고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증가하는 등, 노년인구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들의 각종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노인주거 형태가 필요해 보인다. 주거소비 트렌드도 아파트를 벗어나 타운하우스 등 새로운 주거유형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인다. 노후주거와 관련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주택단지(CCRC)에 대한 관심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에 쾌적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기존에 살던 집을 떠나 노인전용주거단지로 이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살던 동네와 집에 그대로 살면서 늙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Aging in Place’라는 용어처럼, 대다수의 노인은 가능하면 오랫동안 익숙해진 환경에 그대로 머물면서 건강하고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전용주거단지에 요구되는 주호 형태로는 ▷일상 활동이 가능한 자립주거(independent living, IL) ▷반의존적 노인생활 보조 서비스를 지원하는 생활보조 주거(assisted living, AL) ▷질병이 있어 의료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너싱홈(nursing home, NH)과 치매기 노인을 위한 메모리케어(Dementia)의 병존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주호 형태가 하나의 단지 안에 모두 포함된 형태를 연속보호체계형 노인주택단지(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CCRC)라고 한다. 이는 노인거주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따라 단지 내에서 적절한 주거형태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Aging in Place를 할 수 있도록 생활편의·건강·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와 커뮤니티시설을 제공한다.

은퇴자에게 건강관리 서비스 평생교육 기회 선사


CCRC는 고령자의 건강과 요구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여가중심형·교육중심형·의료서비스중심형으로 구분된다. 교육중심형의 전형적인 형태로 대학연계형 CCRC인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가 있다. 이는 은퇴주거단지나 노인복지주택에서 지역사회 대학과 상호협정을 통해 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은퇴자들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를 수강하는 형태다.

미국 UBRC 형태는 다양하다. 대학이 보유한 토지나 대학 이름만 빌려주는 형태도 있고, 대학이 개발·건설·관리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형태도 있다. 일반적인 UBRC는 대학이 사업주체가 돼 은퇴자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거나, 은퇴자 커뮤니티가 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은퇴자 커뮤니티와 대학 모두 시너지를 얻는 구조다. 미국 UBRC의 대표 사례로 스탠퍼드·노틀담·듀크·코넬·조지메이슨·플로리다·라셀·펜실베이니아주립 대학들이 꼽힌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위치한 오크해먹(Oak Hammock)은 미국 남부의 대표 UBRC다. UBRC는 시니어가 대학이 운영하는 노인주택에 거주하면서 강의를 듣거나 강사로 직접 활약하는 등 지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노인주택단지다. 이는 대학에겐 저출산과 학생수 감소로 줄어드는 수입을 UBRC로 충당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시니어에겐 풍부한 경험·노하우·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활동의 장으로 각각 인식됐다. 플로리다 대학 총장을 역임한 존 롬바디(John Lombardi)가 플로리다 대학과 CCRC를 검토했고, 높은 수준의 평생학습과 건강을 강조하면서, 평생교육기관 (Institute for Learning in Retirement: ILR)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곳에선 플로리다 대학의 전·현직 교수가 직접 수업한다.

오크해먹의 거주시설은 자립주거(IL)·생활보조주거(AL)·너싱홈(NH)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자립주거는 259베드, 생활보조주거는 70베드, 너싱홈은 42베드다. 입주자는 대략 420명, 입주자 평균연령은 84세다. 자립주거에서 살다가 생활보조주거나 너싱홈으로 이주하는 비율은 연간 10~15% 정도며, 생활보조주거 거주자는 대부분 자립주거에서 이주한 거주자다. 거주시설은 자립주거·생활보조주거(메모리케어 포함)·너싱홈으로 구성돼 Aging in Place 개념이 잘 적용돼 있으며 거주자는 연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대학에겐 교육수요 확보 프로그램·시설 운영 대안

사회·여가 프로그램 중 내부 프로그램은 동호회 모임 등으로 운영한다. 또한 시설 거주자는 대학의 문화행사·평생교육에 참여하거나 대학생의 멘토 역할을 하고, 학생들은 인턴과정으로 학점을 이수하거나 시설에서 자원봉사와 아르바이트를 함으로써 거주자와 학생 간 세대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다. 외부 프로그램은 플로리다 대학과 연계해 학교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발레·오페라 등에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미술대학에서는 시설을 방문해 전시회를 열고, 인문과학대학에선 교양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대학 평생교육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초대하거나 지역사회 대학 내 박물관·음악회·발레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대학과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거주자와 학생 간 교류 프로그램을 보면, 자립주거 거주자는 플로리다대학의 강연자나 대학생의 멘토·조언자로 교류하고, 학생들은 노년학과·간호학과 등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학점을 이수한다. 특히 피트니스센터는 스포츠매니지먼트학·건강교육학·응용생리학전공으로 구성된 단과대가 직접 운영하며,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시설 식당에서 음식 서빙을 하며 거주자와 교류한다.

의료건강 서비스의 경우, 자립주거에서는 시설 안에 의료클리닉을 설치운영하고, 플로리다 대학의 의과대·치과대·수의과대 등과 연계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보조 주거와 너싱홈의 경우 전문 간호사를 배정해 24시간 간호하고, 재활서비스·알츠하이머·메모리케어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요양원·실버타운 등 전통적인 노인주거 개념에서 벗어나 사회 기반시설과 연계해 노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너지를 적극 모색할 때다. 그런 관점에서 CCRC를 중심으로 하는 시니어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의 노인세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은 대학진학률과 교육수준이 높고, 은퇴 후 교육 욕구도 높다는 특징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에서 평생교육을 연계하는 UBRC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대학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학 캠퍼스에 시니어전용주택을 설치하고 시니어에게 도서관·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며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를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 문제를 안고 있는 대학에겐 UBRC가 좋은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UBRC를 통해 사회인 교육의 지평을 열고, 시니어라는 평생교육의 새로운 수요층을 확보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며, 캠퍼스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국대가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더클래식500을 UBRC 유형으로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명지대·수원대·용인대 등의 대학들이 UBRC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일본처럼 대학이 지역사회에 갖는 역할, 대학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맞춰 접근하고 추진한다면 UBRC는 훌륭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등이 있다.

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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