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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100일, 빛과 그림자] 주가 반등 시킨 약일까, 투기 불러온 독일까 

 

우선주 ‘폭등 현상’에서 공매도 기능 사라져… 공매도 유지 국가서도 V자 반등 보이기도

▎6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추가 완화 정책을 발표한 뒤 코스피지수도 5% 넘게 급등하며 2100선을 돌파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공매도를 막아 세운 지 약 100일이 지났다. 급격한 주가 하락의 충격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뒤 증시는 다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00에서 1500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다시 2100선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공매도 금지의 효과라는 평가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한국 주식시장에 남긴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

공매도의 ‘선효과’가 사라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주식을 돌려줘야 하는데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으로 사서 갚으면 되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투자와는 상반된 방식이다. 그래서 증시 상승기보다 하강기에 활발해진다.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국면에서는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이 가라앉을 때 일반 투자자들이 정부에 공매도 금지를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증시가 폭락하자 정부는 지난 3월 16일 공매도를 전격 금지했다. 그러자 나흘 뒤인 3월 19일부터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약 3개월이 지난 6월 30일 코스피지수는 2108.33으로 장을 마감했다. 3월 16일(1714.86)과 비교하면 22%, 최저점이었던 3월 19일(1457.64)과 비교하면 44%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주가 하락을 막는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2008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한 코스피 부양 효과를 9% 수준으로 추정했다. 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는 코스피의 빠른 반등 동력 중 하나”라며 “만약 당시(2008년과 2011년)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현재 코스피 가격 수준은 2000선에 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매도 금지 정책도 증시 반등에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해외에서도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는 나라가 줄을 이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이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시장이 반등한 것은 공매도 금지 덕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공매도 금지 전후 업종별 공매도 거래규모와 주가등락률을 비교하면, 공매도 감소와 주가 상승에는 뚜렷한 상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공매도 정책을 유지한 나라에서도 증시가 V자 모양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월 16일 2만188.52를 기록한 이후 6월 30일 2만5812.88까지 약 27% 올랐다. 같은 기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6904.59에서 1만58.77로 45% 상승했다. 일본 증시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닛케이지수는 1만7002.04에서 2만2288.14로 31% 올랐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 풀기 정책을 폈는데, 공매도보다 이런 부양책이 증시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평가다.

오히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특정 종목의 주가가 ‘과대평가’ 됐다고 판단할 때 주로 실행한다. 기업이 공개하기 꺼리는 부정적인 정보를 밝혀내 주가가 폭등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미국의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은 자신의 저서에서 공매도 투자에 대해 “우리가 공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다. 그 회사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때 스타벅스를 잡겠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던 중국의 루이싱커피는 공매도 전문 투자사 머디워터스에 의해 회계조작 사실이 밝혀져 6월 29일 상장 폐지됐다.

그런데 국내에선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이런 순기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선주 폭등 현상이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삼성중공우)는 6월 2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5만원 수준에서 머무르던 주가가 6월 17일 74만4000원까지 오르는 기록을 썼다. 약 1400% 가량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우가 이 정도로 폭등할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최유준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일부 주가가 기업가치 이상으로 과도하게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주주총회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이익, 배당 등에서 우선권을 인정받는 주식이다. 회사의 경영참여보다 배당 등에 관심 많은 투자자가 몰린다. 하지만 삼성중공우는 배당을 하지 않은 지 5년이 넘어 이런 장점도 없는데 가격만 오른 것이다. 6월 2일 국내 조선업체들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은 나왔지만, 삼성중공업 보통주의 주가는 5890원에서 6470원으로 약 10% 오르는데 그쳤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금지되지 않았다면 이유 없이 주가가 폭등하는 일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의 손해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우 주가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6월 30일 기준 34만1000원을 기록했다.

정부도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저울질

주식시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삼성중공우뿐이 아니다. 6월 17일 상한가를 기록한 16개 종목 가운데 14개가 우선주였다. 한화우, 한화투자증권우(30.00%), 한양증권우(29.63%), 일양약품우(29.65%) 등이다.

이들 우선주는 대부분 6월 중순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 가격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돕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공매도 금지 방안 기간을 연장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이 필요하면 남은 석 달 동안 잘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42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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