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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과다 거래 후엔 주가 조정이 시작된다 

 

거래 급증, 시장 과열, 수익차 심화 등 곳곳서 유동성 장세 마무리 징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외환딜링룸. / 사진:연합뉴스
주가가 왜 오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유동성 얘기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 나섰는데 그때 풀린 돈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수준은 투자 비용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틀린 말은 아니다.

금리가 0%라는 건 거칠게 말해 은행에 있는 돈을 빌려 쓸 때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식이 조금만 올라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동성의 역할이 주가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굉장히 높아 하락할 우려가 클 경우 금리가 얼마든 상관없이 돈을 빌려 투자하기 힘들어진다.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돼 차입 비용에 관계없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동성에 의한 주가 상승은 일정 수준이 되면 힘을 잃게 된다.

유동성 장세가 끝날 무렵이 되면 시장에는 여러 징후가 발생한다. 급격한 거래 증가도 그 중 하나다. 주가가 오른 후 거래가 늘어나면 특히 위험하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는 혹시 주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겁이 나 돈을 가지고 있어도 주식을 사지 못한다. 그래서 상승하던 주가가 한번 떨어져 숨 고르기에 들어간 후 매수하게 되는데 이때 거래가 급증한다. 주식을 파는 쪽 입장은 정반대다. 충분히 이익은 났지만 주가가 오르고 있어 처분하지 못하다가 주가가 주춤해지자 주식을 팔겠다고 나서게 된다. 이 둘이 부딪치면서 거래가 급증하는 건데, 주가가 하락한 후 거래 급증은 상승 신호로, 주가가 상승한 후 거래 급증은 하락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다.

5월 둘째 주에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친 주간 거래대금이 100조원을 넘었다. 6월 중순에는 129조원까지 늘었다. 2018년 1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주간 거래대금이 80조원이였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이 크게 한번 움직였다고 보는 게 맞다. 과거 기록을 보면 거래대금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줄어들기 시작할 때 주가도 따라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이 대표적인 예로 코스피가 2600에서 2200까지 하락하는 와중에 주간거래대금이 80조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앞으로 시장은 과다한 거래 이후 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주간 거래대금은 6월 말에 이미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업종 간 상승률 차이 심화도 유동성이 부채질

또 하나 유동성이 역할을 한 곳이 청약시장이다. 6월 말에 있었던 SK바이오팜 신규 청약에 31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 영향도 있지만 최근 바이오 주식이 급등해 SK바이오팜의 매력이 높아진 것도 청약시장으로 돈이 몰리게 만든 역할을 했다. 한 종목 청약에 이렇게 많은 돈이 몰린 사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는 청약에만 31조원이 몰릴 정도로 주식시장이 인기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다는 반대 평가도 가능하다.

1992년 460에서 시작된 주가 상승이 1994년 11월 1160에서 마감됐다. 이렇게 시작된 하락이 외환위기 때 280까지 이어졌다. 1994년 주가 하락의 시발점은 한국통신(KT) 청약이었다. 청약 증거금만 2조4000억원이 몰렸는데 당시 우리나라 총통화(M2)의 10%에 해당하는 돈이다. 대세 상승이 2년 넘게 이어져 주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태에서 한국통신이란 매력적인 회사가 공개를 하다 보니 시중의 온갖 돈이 다 청약에 몰려든 것이다. 이번 SK바이오팜 상장이 과거 한국통신과 똑같은 형태가 될 거란 보장은 없다. 다만 시중 유동성이 한번 크게 움직인 만큼 앞으로는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주도주와 비주도주 사이에 수익률 차가 벌어지는 현상도 유동성과 관계가 있다. 코스피 27개 업종 중 20개 업종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18개 업종은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 중이다. 반면 건강관리업종은 55%, 소프트웨어 44%, IT 가전은 30% 올랐다. 이에 따라 상승률 상위 4개 업종의 평균 수익률과 하위 4개 업종의 평균 수익률 사이에 차이가 66%포인트로 벌어졌다. 유동성의 규모가 크면 상승률과 하락률 사이에 차이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돈이 너무 많아 어떤 한 업종도 상승에서 빠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유동성이 극점을 지나 줄어들 경우 상승 종목으로 줄어든다. 직전 상승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반면 돈의 규모는 줄어 주가가 한정된 종목을 중심으로 강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제 주가가 크게 올랐어도 오늘 급락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벌어진다.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붙이다 보니 기업실적과 주가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는데 이 틈에 주식을 팔려는 사람과 유동성에 대한 믿음으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들어와 변동성을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 마무리와 관련된 신호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일단 움츠리는 게 맞다.

경기 회복 예상보다 느리자 주식시장 불안 커져

경제를 통해 본 시장상황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가 4만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발생지역도 캘리포니아·뉴멕시코·플로리다 등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차 때보다 크다. 앞의 3개 주는 미국 경제에서 1·2·4위의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질병 확산이 예상보다 빠른 한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봉쇄조치가 없어도 사람이 활동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9%로 하향 조정했다. 4월에 전망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걸로 봤는데 반대로 확산되니 기본 구도가 틀어져 수정이 불가피했다.

고용도 좋지 않다. 6월 들어서도 미국에서는 매주 150만 명 가까이가 새로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아직도 잃을 일자리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실업률이 상당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고용 개선이 늦어지면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에 나서게 된다. 7월 이후 실업 보조금 지급이 종료될 경우 소비경기가 다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국내외 모두 경제가 예상보다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이 부분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2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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