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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코로나 쇼크 후 쏠림 심각해져 

 

바이오·인터넷·게임 상승 배경이 질병인지 구조변화인지 구별해야

▎지난 6월 중순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코스피가 장중 21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주식 시장에서는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LG화학·삼성SDI·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의 상승이 특히 컸는데 시장에서는 이들을 합쳐 ‘BBIG7’이라고 부른다. 상승률을 보면 이런 별칭이 왜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연초 후 7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이 67%로, 코스피 등락률 -3.9%는 물론, 삼성전자 등락률 -7%도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의 7개 종목의 역할을 했던 곳이 ‘FAANG’이었다. 아마존 등 5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테슬라 주가가 1300달러를 넘어 미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기존 FANNG기업 중에서는 아마존만 8% 상승했을 뿐 다른 종목은 나스닥(마국 장외주식시장) 상승률 정도에 그쳤다.

반면 테슬라는 상장 10년 만에 전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됐다. 미래 자동차의 부상은 테슬라 한 종목으로 끝나지 않는다. 니콜라(미국 수소연료 트럭 개발 스타트업)가 수소연료로 가는 트럭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나스닥에 상장 후 몇 달 만에 포드자동차보다 시가 총액이 커졌다. 니콜라는 아직 단 한대의 수소트럭도 만들지 못했지만 시장이 가능성에 프리미엄을 준 것 같다.

이런 모습은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하게 만든다. 좋게 보면 지금은 주가가 과한 것 같아도 성장성을 감안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00년 IT버블 붕괴가 있기 전 아마존도 같은 처지였다. 주가가 당시 수익성으로는 말도 되지 않게 높았지만 지금 보면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었다. 주가보다 성장성이 중요하므로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만 유지되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쪽에서는 시장에서 과한 일이 벌어진 후 항상 뒤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론한다. 1990년 일본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전 증권회사들이 왜 일본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10배 이상 높은 주가순이익배율(PER)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하려 애썼지만 주가를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2000년 IT버블 붕괴 전에도 IT의 성장성을 얘기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발생하면 피하는 게 좋은데 지금이 그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지금 시장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쏠림 현상이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진 것도 맞다. 주가가 강하면 최고치를 뚫고 올라갈 때 상승 종목이 늘어난다. 최고치를 경신함에도 불구하고 상승 종목이 줄어들면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주가가 몇몇 종목에 의존해 오르기 때문인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바이오주 기대 과열, 수익으로 이어질진 의문

SK바이오팜 상장으로 제약업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10%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기전자·금융·화학과 함께 4대 메이저 업종에 들어간 것이다. 주가가 상승했지만 제약과 바이오에 대한 기대가 계속 높게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바이오 상승이 시장의 일반적 통념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주가가 갑자기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초기 실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자 국내 제약주가 급등했다. 백신 개발 이익은 백신을 개발한 첫 번째 주자가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 제약사 주가가 떨어지는 게 맞는데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화이자가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제약사에 대량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지만, 현실성 없는 얘기다. 이렇게 지금 시장에서는 바이오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호재로 바꿔버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해 큰 수익을 낼 거란 기대는 검증이 필요하다. 1999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신약이 나왔다.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그것인데 이후 여러 곳에서 연구를 진행해 지금까지 30개 넘는 신약이 탄생했다. 개발된 신약 중 해당 회사 수익에 큰 기여를 한 제품은 없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후 주가가 오른 경우도 많지 않다. 물론 90년대 중반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크게 오르긴 했지만 제약업 전체가 상승한 부분을 빼면 눈에 띄는 상승 기록을 남긴 곳은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신약 개발만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나고 주가가 오를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결과다. 이런 결과는 신약이 여러 번 나오면서 효과가 검증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약이 개발되어도 모두 아스피린과 같은 메가 히트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이 인정한 것이다.

지금 시장에서 생각하는 제약과 바이오에 대한 이익 추정이 합리적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바이오 회사 주가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60% 가까이 나와야만 성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산업 중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게임이나 인터넷 포털업체도 해당 지표가 25%를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최고 호황을 기록할 때에 이익률도 50%에 미치지 못한다. 바이오만 해당 이익률이 나올 거라 가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해법 나오면 상승 동력 사라지는 전환점 주의

바이오 주식은 2017년에 크게 하락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하락 이유였던 낮은 신약 개발 가능성, 과다하게 높은 평가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코로나19가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라면 언제든지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첫 번째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면 개발 기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게임업종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두 업종의 상승은 코로나19로 세상이 바뀌어 앞으로 언텍트(비대면)가 강화될 거란 전망해 기초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외 모두에서 질병이 절대적 영향을 발휘하고 있어 언택트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반론이 가능하다. 미국은 코로나19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질병 확산이 심해져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과거 생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투자에서만 다른 형태를 보일 거라 믿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가 상승이 코로나19 때문인지 아니면 기업의 구조적 변화 때문인지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때문이라면 질병이 약해지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반면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면 중간 등락에 관계없이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마존처럼 미래에 크게 성장하는 기업에 접근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기업이라도 가격에 맞춰 매매 할 수 밖에 없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3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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