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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급등과 쏠림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반응 달라… 성장주 매달리기 보단 타이밍에 초점을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7월 2일 오후 모니터에 나타난 주가 그래프. SK바이오팜은 이날 시초가 대비 가격제한폭(29.59%)까지 급등했다. /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의 주가 상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카카오는 또 어떻게 볼 것인가? 주식시장을 예측할 때 풀어야 할 문제다. 현재 국내외 시장의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차별화이다. 국제 주식시장에서는 나스닥(NASDAQ)의 선전이 돋보인다. 사상 최고치를 넘은 후에도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나 다우지수는 고점까지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옆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종목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 7개 기업의 첫 글자를 따 미국에서는 ‘FANGMAN’이라 부른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이 7조 달러를 넘는다. 일본과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미국 시장은 이들 7종목과 테슬라가 꾸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인터넷 포털과 배터리·바이오·게임이 선두에 서있는데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상승을 새로운 비즈니스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생필품 중심의 스마트스토어가 자리 잡으면서 생활·건강과 가전·가구 등을 중심으로 전체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웹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부분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주가순이익배율(PER)이 올해 40배에서 내년에는 32배로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이익 전망에서 논쟁거리가 될 만한 부분이 있다. 지난해 10.8%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13.1%, 내년에 14.6%까지 올라갈 것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2년 만에 이익률이 40% 가까이 증가하는 것인데 스마트스토어나 웹툰의 영향을 고려해도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주가가 오르면서 비대면(언택트)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너무 크게 반영해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불균형 상황선 선두종목 꺾이면 ‘전체 폭망’ 우려

투자 종목은 세상이 바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반대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큰 변화 없이 경제와 질병을 병행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로 돌아가는 힘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은 불안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올라 가격 부담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이 종목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얘기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쪽이 시장을 끌고 가는 것인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앞에 가는 몇몇 종목이 꺾일 경우 시장 전체가 주저앉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세계 주식시장에서 선도 종목의 순서가 바뀌었다. 일본은 스마트팩토리 기업 ‘키엔스’가 시가총액 연초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제약기업 ‘주가이제약’과 게임기업 ‘닌텐도’도 10위 내로 새롭게 들어왔다. 캐나다에선 오랜 시간 1위였던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가 뒤로 밀리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기업인 ‘쇼피파이(Shopify)’가 1위로 올라섰다.

영국에서는 제약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 주자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시가총액 1위가 됐고, 2등도 제약업체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차지했다. 오랜 시간 시가총액 1위였던 HSBC Holding은 3위로 밀려났다. 독일 역시 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몇 달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고 삼성SDI·LG화학 등도 성장산업인 배터리를 재료로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앞의 종목들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이들을 성장주로 분류한다. 바이오·전기차·스마트팩토리의 성장 가치를 높게 쳐주고 있는데 이렇게 성장주가 집단적으로 오른 건 2000년 IT 버블 때가 유일하다. 또 하나는 코로나19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그 덕에 바이오와 언텍트가 크게 상승했다.

특정 종목군의 주가가 오를 때, 그 강도가 셀수록 판이 바뀌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바뀐 판을 경험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어서 주가가 오르는 거라고 얘기하면 높은 주가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금 전 세계적인 성장주 열풍이 과거 유사 사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IT버블 사건 참고해 주식 처분 전략 고민

2000년 IT버블 때 나스닥에서 주력이었던 종목은 지금 시장을 끌고 가고 있는 회사들이 아니었다. 비슷한 종목이라도 주가가 계속 상승한 게 아니라 중간에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상승에 안주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언제 적절히 처분할지를 고민하는 게 맞는 전략인 것 같다.

경제 정상화와 정책 효과로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 미국과 유로존의 5월 소비 지표가 전월보다 20% 가까이 급등했고, 6월 서베이 지표 역시 회복 흐름이 뚜렷해졌다. 미국 ISM 제조업과 비제조업지수 모두 기준치(50)를 상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유로존 종합 PMI 역시 기준치에 다가섰다. 3분기 중순까지는 경제 정상화 효과와 잔여 부양책 집행으로 빠른 지표 개선세가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경기가 갑자기 나빠진 만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한 회복이 나타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시간이 갈수록 당초 기대보다 회복 강도가 떨어질 걸로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진행되고 있고, 고용회복도 생각만큼 원활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7월에 코로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실물과 자본시장의 반응이 달랐다. 실물 쪽이라고 경기 회복 반응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주식시장에 비하면 강도가 약했다. 3월에 금융정책과 관련해 나올 만한 부분이 모두 나왔고 재정 정책은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더 내놓기 힘든 상태다.

주식시장에 있는 사람들은 주식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만 정체돼도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주식시장에 맞춰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로, 이를 기대하면 안 된다. 7월 경기 부양책은 막연한 기대다. 이를 가정하고 전략을 짜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4호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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