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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치적 사업’ 강행 너무하네] ‘강원도 레고랜드 논란’ 전국에 수두룩 

 

지자체장 치적용 예산 낭비 심각… 파산 제도 검토 필요성 제기

▎춘천시 중도에 건립중인 레고랜드 조감도. / 사진:레고랜드 추진단, 말레이시아 관광청
“레고랜드는 유일하게 성공한 글로벌 테마파크입니다. 그것도 그분들이 투자하는 형태인 외자투자죠. 코로나바이러스 이후로 외자투자가 끊겼습니다. 아마 이게 유일한 막차가 될 거 같습니다. 이것도 큰 자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6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한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에서 진행하는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자평이다. 하지만 강원도의회와 시민단체에서는 강원도의 예산 낭비, 불공정 계약 문제를 지적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료율 90% 줄어 특혜 논란, 강원도 “파악 중”

레고랜드는 영국 회사 멀린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레고 테마파크다. 디즈니랜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20여 곳에서 성업 중이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춘천시 ‘중도’라는 섬에 레고랜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약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 50억원의 지자체 세수증대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 때문에 강원도가 손해를 보면서 ‘불공정 계약’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는 영국 멀린사의 추가 투자를 고려해 시설 임대료를 3%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강원도 의회와 언론에 공개된 임대료 비율은 30.8%였는데 10%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7월 14일 성명서를 통해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자하고 (레고랜드) 매출이 400억원을 초과해도 도의 임대 수익은 고작 4000만원에 불과한 셈”이라며 “이 같은 밀실 노예계약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의 레고랜드 지원과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임대료율 문제는 멀린사와 LL개발 당사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하고 현재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계약이 바뀌면 강원도에 알릴 의무가 없느냐는 물음에 “강원도가 채무보증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레고랜드 유치를 위한 강원도의 특혜 논란은 이것뿐이 아니다. 2011년 시작한 이 사업은 춘천시 의암호 중도의 부지 28만㎡를 100년 동안 무상으로 넘기는 불공정한 내용으로 문제가 됐다. 이후 관계자들이 뇌물 비리와 횡령, 회계 부정 등으로 처벌 받으며 개발이 미뤄지기도 했다. 레고랜드 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시공사가 계속해 바뀌면서 2014년부터 착공식만 세 번 진행됐다. 그런데도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2011년부터 강원도지사를 연임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치적사업이라 억지로 밀어부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투자한 돈이 너무 많아 지자체가 발을 빼기도 난감한 상황이라는 견해도 있다. 강원도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문화예술인 등이 참여하고 있는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임대료율 논란에 대해 7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강원도 담당 국장은 비밀 협약 사안으로 이를 공개할 수 없으며, 해당 상임위 도의원도 이를 본 적도 확인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논란에 대한 진위여부 표명을 요구했다.

의정부에 460억 테니스장, 의성엔 80억 펫월드


▎의정부시가 460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국제 테니스장 조감도. / 사진:의정부시
이런 논란은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가 추진 중인 사업 가운데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들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올해 1월 460억원 상당의 테니스장 건립 추진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기 지역 최초로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테니스장을 지어 ‘테니스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서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었지만, 재정자립도 30% 수준인 지자체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낭비 논란에 대해 “국제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호주 멜버른은 인구가 10만명, 영국 윔블던은 30만명 수준인데 테니스 하나로 1년을 먹고 산다”며 “경기도에는 국제경기를 치를 만한 테니스장이 없고 이 때문에 정부와 경기도가 건립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의성군도 80억원을 들여 지난 6월 반려동물 문화센터 ‘펫월드’를 만들었다. 펫월드는 전국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로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와 수영장, 캠핑장, 야외쉼터, 펫카페 등을 모아놓은 곳이다. 의성군청 관계자는 연간 2만여명이 방문하고 5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이런 기대를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2001년 전남 고흥에서 100억원을 넘게 들여 지은 박지성 공설운동장은 설립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군위군의 삼국유사 교육문화회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이 지역발전을 위한 고육지책인지, 지자체장의 연임을 위한 치적 쌓기용 사업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성 예측을 잘못해 적자로 이어지면 해당 지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도 지자체에서 규모가 큰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수준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를 보면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17개 시·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4%다. 서울과 세종시, 경기도는 각각 82.2%, 72.7%, 68.4% 수준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강원(28.6%), 경북(31.9%), 충북(35.9%)은 열악한 상황이다. 전남(25.7%), 전북(26.5%)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초자치단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49곳(66%)은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이었다. 충북 보은(7.7%), 전남 신안(8.5%), 전남 구례(8.7%), 경북 봉화(9%), 전남 함평(9.9%)처럼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곳도 있다. 대부분의 살림살이를 나랏돈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채무비율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 지자체 채무액은 24조5422억원,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26조4234억원, 25조2949억원을 기록했다. 지방 공기업의 채무와 부채까지 합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9년 지자체 재정지표 분석’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 243곳(광역 17곳·기초 226곳)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124곳(51.0%)에 달했다.

“지자체 파산 제도 도입 필요” 목소리도


그런데도 지자체가 굵직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건 기업처럼 파산할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금난에 빠지면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중앙정부의 교부세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도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주면서 지역에 돈을 풀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500억원 이상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 중립적 기준에 따라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그런데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가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은 23개, 24조1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가 22조2000억원을 투입하며 대부분의 예타 조사를 면제했던 4대강 사업을 웃도는 규모다.

이 예타 면제 사업에는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10조9000억원),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5조7000억원), 국도 위험구간 개선(1조2000억원), 도봉산 포천선(1조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7000억원) 등 도로 건설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았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답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타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격한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사업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가 실패하면 해당 지자체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6년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시의 파산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탄광 산업 쇠퇴 이후 활로를 모색하던 유바리시는 각종 축제 개최와 스키 리조트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다 600억 엔이 넘는 부채 문제로 파산했다. 유바리시는 부채를 갚기 위해 공공시설을 대폭 줄이고 시민세나 고정자산세, 수도요금을 올려야 했다. 10년 동안 시 인구는 3분의 2 수준(약 9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서울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 파산 제도의 목적은 도시를 죽이는 게 아니라 방만하게 운영되던 도시를 압축해 새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지자체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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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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