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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부동산 실험을 멈춰라 

 

투기억제 강박이 ‘매물 잠김’ 초래… 부동산 쏠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투기수요와 매물 잠김 현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진단에서 시작한다. 이에 과열지역에 대한 투기수요 차단, 대출규제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규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취득세·양도세를 강화하는 세제 강화, 청약제도 강화 등 다양한 규제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수요요인에 다양하게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로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더욱 줄어 결과적으로는 집값이 상승하는 양태로 전개됐다.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거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신뢰하고 집을 판 사람들은 매각한 집이 급등하는 모습에 잠 못 이루고, 무주택자는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답답해하고, 집 있는 사람은 늘어나는 세금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여기에 임대차3법으로 급등해버린 전세 시장으로 인해 세입자들은 밤잠을 설친다. 손바닥 뒤집듯이 발표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변화로 임대사업자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17년 말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던 국무위원과 2020년 중반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는 국무위원이 같은데, 사안에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정반대다. 한 달이 멀다고 발표되는 정부의 정책도 답답하지만, 언론에서 이러한 시장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부동산학과 교수라는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지지하게 된다.

유동성 급증이 집값 급등 부추겨

정부는 “투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 는 등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나 갭투자 등 투기수요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수요 억제에 치중해 왔다. 그렇다 보니 재건축아파트 등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의 공급부족을 더 심화시켰다.

모든 병이 원인에 대해 치료를 해야 낫듯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오늘날의 상황도 원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왜 부동산시장이 급등하였을까?

첫째는 양질의 주택에 대한 공급 부족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주택의 질을 고려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입지, 더 넓고 좋은 집, 더 좋은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도 커지게 된다. 재건축아파트로 자주 오르내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안전진단이 10년 전에 완료됐지만, 재건축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서 서울시의 주택공급은 재개발·재건축으로 매년 4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멸실 됐지만, 신규공급은 멸실된 주택에 미치지 못했다. 즉 마이너스 공급이었다. 공급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세 강화와 임대주택사업자 등 정책 실패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까지 있다 보니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다.

둘째는 크게 증가한 유동성과 저금리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려 있는 탓이다. 2020년 4월말 기준 광의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었다. 이와 같이 급증한 시중유동성은 은행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자산인 부동산으로 이동하게 됐고, 이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넘치는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지지만, 자산가격은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저금리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차입비용을 낮추고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금이 부동산이나 위험 자산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는 정부의 설익은 시장개입이다. 현 정부 들어 22번의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은 정부의 잦고 성급한 부동산대책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주택자는 보유세 중과뿐만 아니라 투기꾼에게 과세하는 듯 한 징벌적 과세의 양태로 전개되는 정책 변화로 인해 적대감이 생겼다. 서민과 무주택자는 아파트 가격의 급등과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포기하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급등하는 지역에 대한 부동산 규제는 풍선효과를 낳아 다른 지역의 부동산시장을 왜곡시켰고,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 ‘더 오를 것 같다’는 농담도 있었다.

150조 30만 가구 vs 임대주택 150만 가구

경제정의실천연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5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2번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강박에 빠진 현 정부의 조바심이 부동산대책을 양산하게 됐고, 그 결과 시장은 왜곡된 것으로 이해된다.

7·10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증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처럼 매각 후 양도차액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환수되는 구조라면 팔 유인이 사라진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매물 잠김 현상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아무리 보유세를 강화해도 적어도 내년 6월 1일 이전까지는 시간을 두고 관망할 수도 있다.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비만 50조원이라고 하고, 여기에 상부 건축물인 아파트를 지으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개발에 따른 주택공급량은 약 30만 가구라고 한다. 꼭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토지를 수용해서 주택을 지어야 할까?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유도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2019년 말까지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150만 가구가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 2년치 주택공급량에 맞먹는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10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30만 가구를 장기간에 걸쳐 신규로 공급하는 것과, 잠겨있는 주택 재고 150만 가구가 부동산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사회적 마찰비용이 덜 들까? 임대주택이 부동산시장에 흘러나올 수 있으려면 정부는 임대주택과 관련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3기 신도시라는 사회적인 마찰비용과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려는 주택공급 효과보다는, 150만 가구라는 임대주택 재고가 주택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물길을 터줌으로써 훨씬 빠르고 의미있는 정책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실험실이 아니다. 학교 실험실은 시행착오가 용납되는 공간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는데, 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대상으로 사회실험을 하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시장을 통한 사회실험을 멈춰야 할 때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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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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