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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글로벌 외환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 

 

금융투자·무역수요와 외환시장 트레이더 심리에 주목해야

한국인들의 달러화 사랑, 미국 주식·채권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한국인들이 주로 어떤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5월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809억 달러 가량이다. 이 가운데 달러화가 700억 달러에 육박해 86%를 상회한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이 보유한 외화예금이 80.3%나 되고, 개인은 19.7%에 불과하다. 따라서 선호에 따른 달러화 보유라기보다는 우리 주축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특성상 달러 보유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자본의 해외 투자 현황은 어떨까.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32%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유로존(EU) 19.2%, 동남아 13.1%, 중국 11% 순이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장 건설 등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와 일반 개인도 가능한 증권 투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직접 투자 비중에서는 1위인 미국(23.5%)과 다른 나라들의 차이가 근소하지만, 증권 투자는 현저한 격차를 보인다.

한국인들의 달러화 자산 사랑 뚜렷해


일반 개인의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도 이 증권 투자에 잡히는데, 미국 투자 비중이 압도적 1위이며 44.4%에 이른다. 2위는 EU로 25.0%다. 중국에 대한 증권 투자 비중은 중남미(7.0%), 동남아(4.9%), 일본(4.7%)에도 못 미쳐 3.0%에 불과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자본의 해외 투자 러시가 진행되는 동안 그 행선지는 주로 미국이었던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물론 중국의 자본시장이 충분히 개방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력에 비례하여 자본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증권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함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원달러 환율을 움직이는 세력은 누굴까. 그 자금의 원천을 구분해 보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연계된 물량과 기업들의 결제 물량도 있지만, 외환 트레이더들의 자체 물량과 해외 환투기 물량이 더 크다. 물론 외환시장에서 개별 주문이 자금의 원천에 대한 꼬리표를 달고 거래되지는 않는 만큼 해당 물량이 주식 관련 물량인지 아니면 부동산이나 채권 물량인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외환시장(현물환)의 하루 동안 원달러 거래량은 대개 80억 달러 내외다. 국내 주식시장과 연계된 외국인의 물량은 대략 16~20억 달러 내외로 비중으로는 20~25%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가운데 외환시장을 통하지 않는 거래가 상당히 많다. 외화자금시장을 통해 원화를 빌렸다가 파는 거래를 이용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러한 외화자금시장ㅍ거래량은 보통 서울외환시장의 현물환 거래량의 두 배에 달한다. 따라서 서울외환시장에서 주식 관련 외국인 물량은 10~20%로 추정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26조원 순매도, 채권시장에는 22조원 순투자(만기 도래 감안)로 절대 금액 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와 연계된 주식과 채권의 외환 거래량은 차이가 큰 셈이다. 물론 외국인의 원화채권 거래량 중에도 외화자금시장을 통해 거래되어 원달러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거래가 상당하다.

원달러 거래량에는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 물량만 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의 해외 투자에 필요한 물량도 포함된다. 이를 매수, 매도 총액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은행의 경상수지 발표시 함께 확인되는 금융계정에서 증권투자 중 자산의 증감을 보면 순액 기준으로는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월평균 자산 증가액이 42억 달러였으니 월평균 영업일수인 21일로 나누면 매일 평균 2억 달러에 해당하는 한국인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관련 순매수 물량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해외 직접투자 관련 물량은 대략 그 절반에 그쳐 비중이 미미하다.

기업들의 물량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까. 상품수지에 집계된 최근 1년간 월평균 수출 물량이 441억 달러, 수입 물량은 388억 달러 정도다. 이 중 외환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어느 정도일까. 여러 개의 사업 부문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사내에서 수출과 수입 물량을 최대한 상쇄한 뒤 순포지션에 해당하는 물량을 외환시장을 통해 거래하기도 하지만, 기간을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완벽한 상쇄는 어렵다.

게임산업의 경우에는 수출에 따른 달러 유입이 대부분이라 상쇄할 포지션이 사실상 없다. 따라서 외환시장에 풀리는 기업들의 물량은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순액보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월평균 수출 물량이 441억 달러면 아무리 많아도 외환시장에 풀리는 하루 평균 거래량은 20억 달러를 넘길 수 없다. 만약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순액만 풀린다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2억5000달러니, 실제 물량은 2억5000달러~20억 달러 범위일 것이다. 기업들이 가능한 수출과 수입 물량을 내부적으로 상쇄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하루 10억 달러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외환 트레이더와 환투기 물량이 절반

결국 서울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 중 외국인의 주식 관련이 10~20% 이내, 외국인들의 채권 관련이 5% 이내, 한국인들의 해외 투자 관련이 최소 2.5%, 기업들의 물량이 대략 12.5%이니 자본 거래량과 무역 거래량에 연계된 물량이 40%에 못 미치는 셈이다. 나머지는 외국환은행 등에 소속되어 외환시장에서 매일 전투를 벌이는 외환 트레이더들의 물량과 환투기 목적으로 외국계 IB를 통해 들어오는 물량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사고파는 물량이 거래량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환 트레이더들과 외국의 환투기 세력이 어느 방향으로 베팅을 하는지가 중요하고 이들의 심리가 중요하다. 더구나 개별 국가의 주식·채권시장을 다른 국가의 해당 시장과 단절된 단위로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글로벌 외환시장은 거대한 하나의 시장이므로 다른 통화들 간의 움직임에서 달러화가 어느 방향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최근(6~7월) 달러화가 유로화나 위안화에 대해 하락 흐름을 보이는 환경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수시로 하회하며 몸을 낮춘 배경이기도 하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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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호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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