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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주택임대차 3법’으로 전세제도 사라지나 

 

집값 상승 기대 무너지면 전셋값 상승, 월세 전환 부추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이 7월 29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주택시장에 전셋값 상승과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날인 30일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는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유학하던 시절 지도교수님이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에 대해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한국에서 집값보다 싸게 집을 내주고 월세를 한 푼도 받지 않으며 계약 종료 시에 받았던 전세금을 전액 돌려주는 데, “그러면 집주인은 자선사업하는 것이 아닐 터인데 어디에서 돈을 버냐”는 질문이었다. 이때 전세제도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전세는 임차인이 매월 임대료를 지급하는 대신, 목돈을 보증금으로 임대인에게 맡기고 임대기간이 만료될 때 보증금 전액을 상환 받는 임대차 계약이다. 전세보증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임대료로 간주하는 구조로, 주택금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일종의 사금융 형태로 주택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전세제도 유지 원동력은 ‘향후 집값 상승 기대’

여기서 전세제도의 원리를 생각해보자. 전세계약은 통상적으로 집값의 40~80%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구매한 물건을 빌려줄 때는 취득원가에 기회비용을 얹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집주인은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집을 구매한 가격보다 싸게 전세를 주는 것일까? 집주인이 보증금을 운용하는 재주가 뛰어나서였을까? 과거에는 은행이자가 높아서였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취득가격보다 낮게 전세금을 받고, 2년 또는 그 이상을 보관하고 있다가 이사 나갈 때 전액을 고스란히 반환하는 계약을 할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제도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전적으로 집주인이 손해 보는 구조다. 집을 살 때는 집값에 취득세와 중개보수 등 부대비용이 수반되는데, 집을 빌려줄 때는 집값의 40~80%만 회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전세제도가 유지돼 온 배경에는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이외에 보이지 않는 수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볼 때 취득가격에서 전세보증금을 뺀 돈이 자기자본이다. 집값이 상승한다면 전세보증금의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자기자본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지게 된다.

즉, 전세제도는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과 자본이득을 취하게 하는 구조다. 전세보증금 이외에 보이지 않는 수익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양도차익이 된다. 시장원리로 볼 때, 만약 집값이 전혀 오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전셋값은 집값보다 높아지게 된다. 왜냐하면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으로 취득가격은 물론이고 세금과 감가상각까지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제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집주인에게 ‘장래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전제일 때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만약 집값이 하락한다면 깡통주택으로 전락하여 집주인은 자기자본도 회수하지 못하는 매우 위험한 투자가 된다.

주택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시행됐다. 임대의무를 2+2년으로 설정하고 증액 임대료를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에도 검토됐지만, 임차인을 위해 임대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라서 국회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거대 여당이라는 수적인 우세 속에 전셋값 폭등을 우려해 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윤희숙 의원은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1990년 임대계약을 1년에서 2년에서 연장하는 법이 통과됐을 때, 1989년 말부터 전세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전년 대비 30%, 1990년에는 24%가 올랐다”고 했다. 30년 전에는 은행 정기예금금리가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1%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 투자처를 찾고 있는 시장의 유동성은 3000조원을 넘었고, 임대의무기간은 2년에서 2+2년으로 바뀌었다.

집값 정체되면 월세 전환 증가할 수 있어

정부가 전셋값의 상승을 의도해 주택임대차 3법을 통과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전세시장이 얼마나 오를까는 앞서 말한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과 자본이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다. 52만명의 임대사업자와 160만 채에 달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도 자본이득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가 될 듯하다.

만약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주택시장이 안정돼 자본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즉 집값이 정체 또는 횡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00%에 육박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임차인들은 매매가에 가까운 전세금을 내는 것보다 월세를 택하게 되고, 임대인들도 안정적인 임대소득인 월세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배경 중 하나가 현재 우리나라 임대시장의 62%가 전세로, 임대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증가하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전·월세전환율을 4%(한국은행 기준금리+3.5%)로 정해놓았다. 그나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는 점은 임차인들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주택임대차 3법 개정으로 인해 전세제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금 폭등을 우려해 서둘렀지만 전세시장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 안타깝지만 서민들이 전세제도를 통해 주거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시대는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금리 기조와 앞으로 크게 늘어날 보유세 부담으로 임대인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더욱더 선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의도대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월세 선호는 더욱 가속화돼, 앞으로 전세시장은 반전세 형태인 보증부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을 즉시 시행한다”고 했다. 이에 임대차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는 인원을 확대하고 조직을 키우는 한편,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 기능의 일부를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감정원에 나눠 맡기려 하고 있다. 개정법률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임대차분쟁의 근본적인 원인 치유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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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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