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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소비자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중개수수료는 덥석, 소비자 피해는 나몰라라 

 

오픈마켓 사업자 책임강화 법개정 움직임… 모니터링 어렵고, 지배적 영향력도 모호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상품의 경우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쿠팡은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 등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옥션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옥션은 상품·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최근 오픈마켓의 사기 판매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위조 상품을 보내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오픈마켓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오픈마켓이나 포털쇼핑, 배달앱 등은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통신판매자’인 소셜커머스·종합유통몰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소셜커머스는 판매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소비자 보상 책임을 져야 하지만, 오픈마켓은 판매중개자가 소비자와 직접 계약하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만 알리면 책임에서 자유롭다. 피해를 본 소비자는 오픈마켓이 아니라 입점 사업자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대표 오픈마켓으로 꼽히는 쿠팡·옥션·11번가 홈페이지 하단에 ‘자사는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안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개수수료 받으면서 소비자피해 책임은 안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134조 5830억원으로 2018년보다 18.3% 증가했다. 이중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35%가 넘는다. 그런데 오픈마켓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판매자가 결제시스템 대신 개인계좌로 직접 결제금액을 보내도록 유인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대기업 판매직원을 사칭해 가짜 물건을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논란이 커지자 국내 한 가전업체는 홈페이지에 ‘직거래 유도 관련 공지’를 게재하고 “당사 공식 판매처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현금 직거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가전업체는 “어떠한 이유로도 임직원 개인계좌로 거래대금 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 상품 사기판매도 있다. 특허청 분석 결과 2010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상품 중 당국이 압수한 위조 상품은 1130만개에 이른다. 가격으로 따지면 48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오픈마켓 시장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피의자는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다른 이의 아이디를 도용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검거하기 어렵고, 검거하더라도 피해액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판매자나 판매 방식을 규제하지 않으면 오픈마켓을 제재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소비자는 소규모 입점업체가 아니라 오픈마켓 사업자를 믿고 거래하는데 문제가 생겨도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빠져나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2019년 전자상거래 피해현황과 소비자인식 실태조사를 보면 소비자가 오픈마켓 등 ‘중개쇼핑몰’을 이용하는 비중이 5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쇼핑몰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었지만, 소비자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쇼핑몰은 ‘중개쇼핑몰’이었다.

중개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때 계약당사자를 누구로 인식하냐는 질문에 대해 ‘중개쇼핑몰’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7.7%, ‘중개쇼핑몰과 입점사업자 모두’라고 답한 응답자가 34.0%였다. 10명 중 7명은 ‘중개쇼핑몰’이 계약 당사자와 연관이 있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발생하면 중개쇼핑몰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많았다. 이정희 교수는 “사적인 거래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수수료를 받은 중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데 입점업체로부터 매출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 옥션 등 오픈마켓은 입점업체에 판매액의 7~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자상거래 중개플랫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동 한국소비자원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을 무겁게 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가 입점업체에게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소비자가 입점업체와의 계약에서 피해를 볼 경우 오픈마켓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국내)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중개자의 고지의무와 이를 위반했을 때 부여하는 연대책임 이외에 유럽법률협회의 온라인 플랫폼 모델법이 인정하는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오픈마켓 사업자가) 통신판매의뢰자(입점업체)에게 적극적인 통제를 행사하는 경우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으로 책임강화 필요” vs “온라인 거래위축 우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중개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재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안에는 중개업자에게 시정 조치에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피해구제신청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대규모 유통업법 규제 대상에 ‘통신판매중개업자’를 포함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쿠팡·G마켓·11번가 등 대형 온라인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됐지만, 현행법으로는 통신판매 중개업자에 해당하는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실장은 지난해 10월 ‘온라인공정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거래하는데 수 조원에 달하는 거래를 플랫폼 사업자가 모니터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이들이 입점업체에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책임이 커지면 오픈마켓이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소규모 사업자들의 입점 기준을 높여 온라인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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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호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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