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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유동성 역할 약화될 가능성 높아져 

 

거품·불안 커지고 뭉칫돈 몰려 다녀… 성장주에 대한 재평가 진행 중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거리 / 사진:신화=연합뉴스
3월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지금까지 6개월 넘게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3~4월 두 달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논쟁의 연속이었다. 경제와 기업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게 맞느냐는 게 핵심이었다. 이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1년에 추경을 네 번이나 편성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다. 성장률도 1998년 이후 처음 연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은 상태가 더 나쁘다. 올해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은 -8%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보다 악화 쪽에 무게가 실려 경제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기업실적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재작년의 절반에 그쳤는데 올해는 여기에서 20%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 시장의 강점으로 얘기돼 왔던 기업실적 대비 낮은 주가가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다. 그래서 시장이 선택한 게 유동성이다. 가뜩이나 돈이 넘치는 상태에서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는 걸 막기 위해 유동성을 추가 공급해 그 힘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를 시행할 때마다 주가가 올랐던 경험도 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팎에서 유동성 공급 줄이기에 나서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제나 실적의 뒷받침 없이 돈의 힘만으로 가격이 오를 때 시장에서는 이를 ‘버블(거품)’이라 얘기한다. 버블은 어떤 형태로든 해소됐기 때문에 주가가 갑자기 하락할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9월 나스닥 급락으로 유동성의 역할이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높아 시장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규제하려는 정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 넘게 완화정책을 썼지만 실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 자산 버블이 심해져 나온 조치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낮은 때는 정부가 정책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저물가로 금리가 낮고 안정적이어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중앙은행의 힘이 약해져 정부가 강한 정책을 쓸 수 있도록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형태로 역할이 제한된다. 정책의 주체가 연준에서 정부로 바뀐 만큼 예전같이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2%대로 하락하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비대면 상품을 내놓으면서 대출이 크게 늘었다. 이 돈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벗어나는 통로로 이용되거나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 사용처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조치와 함께 주식시장에서는 신용거래 제한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친 신용거래잔고가 18조원이다. 연초에 비해 1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신용 거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증권사들이 한도초과를 이유로 신규 신용 제공을 거절할 정도다. 시장이나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이 돈을 토대로 증권사에서 신용거래를 하는 경우다. 빚에 빚이 더해지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금세 담보 부족이 발생해 개인신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기업공개(IPO)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몰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기업이 상장할 때마다 60조원 가까운 자금이 청약에 몰리고 있는데,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돈이 돌아다니는 것이므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에 대해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개인투자자 매수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다. 규모가 상당하고, 3월에 외국인이나 기관이 주식을 내다 팔 때 이를 과감하게 받아낸 점이 과거와 달랐다. 그렇지만 이번 개인투자자 매수가 사상 유래가 없는 수준이라던가, 이전에 비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는 건 너무 과한 평가다. 바이코리아 열풍이 있었던 1999년이나 주식형펀드가 유행했던 2007년에는 이번보다 몇 배나 되는 돈이 시장에 들어왔었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추가로 역할을 하려면 외국인이나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3월처럼 주가가 갑자기 낮아졌을 때에는 적은 돈만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가가 높아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는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밋빛 전기차·배터리 산업에도 우려 작동

코로나19 이후 시장에서 주목 받았던 주식들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배터리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겠다고 얘기하자 3일 동안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하락의 동기는 기업 분할이었지만 향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우려가 작동한 걸로 보인다. 사실 지금 판단으로는 배터리 관련주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2025년에 전기차 가격이 내연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아질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업종 세계 상위 10개사 중 국내 회사가 3개를 차지하고 있고, LG화학이 기술력과 점유율에서 1위라는 사실도 배터리의 매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전 세계 대형 자동차회사치고 엔진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 곳이 없다. 시장에서는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내연자동차의 엔진에 버금간다고 얘기한다. 이런 상태인데 전기차가 대세가 됐을 때 해당 회사들이 배터리 생산을 계속 다른 회사에 맡겨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시장이 작아 전지를 직접 생산해야 할 필요가 없지만 시장이 커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언텍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금은 질병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끌지만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질병이 약해지면 자기 실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데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네이버 역시 높은 주가를 유지하기 힘들다. 포털이 네이버의 핵심 영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성장주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54호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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