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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억 마이셰프 대표] “밀키트 시장 확장 예감에 공장 10배 늘렸더니 계약이 착착” 

 

매출 110억원, 밀키트업계 2위… 셰프 직접 만든 ‘황금비율의 소스’가 성공비결

▎서울 송파구 마이셰프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난 임종억 대표. / 사진:이원근 객원기자
“미국의 첫 밀키트 기업 블루에이프런은 시장을 개척했지만 단순히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만 진행해 사업 확장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냉동식품, 교육식품 등 다양하게 제품을 개발해 밀키트 종합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손질되고 정량화된 식재료를 소스와 함께 키트(kit) 형태로 제공하는 밀키트(meal-kit)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0억원 규모에서 5년 뒤인 2024년에는 7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성장세의 중심에 대형 식품기업이 아닌, 소규모로 시작해 몸집을 키운 벤처기업들이 있다는 점이다. 마이셰프는 2011년 창업, 2016년 법인전환 후 지난해 매출액 110억원을 달성하며 밀키트 업계 2위에 올랐다. 임종억 마이셰프 대표를 9월 15일 서울 송파구 마이셰프 쿠킹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임 대표는 환경공학과 석사전공 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요리를 공학도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소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다가 맛을 결정하는 것은 ‘식재료와 소스의 황금비율’임을 깨달았다는 것. 그 후 황금비율로 구성한 식품세트를 생각하게 됐고, 정확한 비율과 수치를 중요시하는 공학도 시선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수요 증가 전에 공장 확장해 시장 대비


2016년 법인 전환한 마이셰프는 그해 매출 7억5000만원에서 이듬해 10억5000만원, 2018년 36억원으로 성장하더니 2019년엔 110억원을 달성했다. 60평 규모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해 현재 경기도 성남 600평 규모의 제1공장, 경기도 광주 7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공장 규모 확장이 단순히 늘어난 수요에 따른 확장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2016년 서울 성북동에 60평 규모의 공장을 마련해 직원 16명과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네이버가 쿠킹박스라는 브랜드로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밀키트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그때 공장 확장 이전을 결심했고, 2018년 기존 공장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로 현재 성남 제1공장을 구축했다. 완공 후 전 직원 16명이 600평 규모의 공장에 서 있으니 마치 운동장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대표가 이상하다’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임 대표는 “‘이러다 진짜 망하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내 직감은 적중했다”며 “이후 밀키트 제품을 찾는 온라인몰, 오프라인 매장들이 늘었고 이들의 납품 조건이 ‘대량생산 가능 여부’였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장을 미리 구축한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했고 이후 계약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던 제품은 2018년부터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했고, 2019년부터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같은 해에 코스트코와 이마트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온라인몰로는 2019년부터 쿠팡 로켓프레시, SSG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광주 제2공장 구축으로 유통채널이 더 늘었다. 갤러리아 백화점, 롯데백화점에도 입점하면서 국내 대형 4대 백화점에 모두 판매하는 상품이 됐다. 온라인몰로는 마켓컬리 납품을 추가했다.

유통채널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마이셰프 브랜드와 제품이 더 알려지게 됐다. 이는 곧 시장 확장으로 이어졌다. 임 대표는 “2019년에 한 신문사에서 진행한 컨슈머리포트 기사의 밀키트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마이셰프의 감바스 제품이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꼽혔다”며 “최근 1년간 자사몰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재주문율이 89.4%를 차지했는데 이 결과도 제품의 맛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셰프 제품을 유통하는 채널은 45곳이다.

셰프가 직접 만드는 소스가 맛의 비결

임 대표는 제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셰프가 직접 만드는 소스’를 꼽았다. 임 대표는 “대량화된 가공소스를 쓰는 타사들과 달리 마이셰프는 직접 소스를 제조한다”며 “각 밀키트 식재료 비율에 맞춰 내부 셰프들이 황금비율의 소스를 만들고 제공한다. 가공소스를 안 쓰기 때문에 집에서 엄마가 해준 요리 맛이 나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 대표는 요리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는 “결혼 후 첫 시부모님 생신상을 준비하면서 마이셰프 밀키트를 구입한 후 식재료와 소스를 뜯어 집에 있는 용기에 담아 가져가 부모님댁에서 직접 요리했더니 솜씨를 칭찬받았다는 한 소비자의 경쾌한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이셰프는 밀키트 제품 다양화에도 힘썼다. 임 대표는 마이셰프를 미국의 밀키트 선두기업이지만 최근 매출액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블루에이프런과 비교했다. 임 대표는 “밀키트를 단순히 신선 식재료를 배송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차별화는 바로 제품의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마이셰프는 밀키트를 커다란 산업으로 보고, 그 안에 ‘신선 밀키트’ ‘요리비법 키트’ ‘냉동 밀키트’ ’샐러드 키트’ ‘반찬 키트’ 등으로 구분해 각 제품을 개발한다.

임 대표는 “신선 식재료를 배송만 하는 밀키트 기업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밀키트의 제품군이 다양해야 한다”며 “온라인 중심으로는 신선 밀키트를, 오프라인 중심으로는 냉동 밀키트를 중점적으로 유통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민하는 폐기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동 밀키트 제품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교육용 키트도 개발했다. 어린아이들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키트 상품이다. 만두 만들기, 송편 만들기 등의 제품이 개발됐다. 이 제품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핑크퐁과 협업해 제작됐다. 임 대표는 “핑크퐁 그림이 그려진 제품이라 아이들의 반응이 더욱 좋다”며 “아이들이 직접 만드니 완성된 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다”고 말했다.

사업을 확장하며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야채의 신선도’ 문제를 꼽았다. 임 대표는 “밀키트에서 야채의 신선도는 제품의 핵심이기도 하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밀키트 제품을 손에 쥐어진 그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마다 신선도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 역시도 하나하나 맞추기 어렵다”며 “규모가 증가하면서 더 우수한 포장기계와 포장재를 도입하면서 신선도가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 밀키트 제품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

마이셰프의 베스트셀러 1위 제품은 밀푀유 나베다. 완전한 요리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타사의 제품과 달리, 고기 따로 배추 따로 포장돼 나가는 것 역시 식재료의 신선함 때문이다. 임 대표는 “물론 요리할 때 편리한 것은 완전한 요리 형태로 나가는 타사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고기와 배추가 잘리고 공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닿은 타사 제품보다 마이셰프 제품은 더욱 신선하다”고 설명했다.

마이셰프는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2019년 냉동 밀키트를 만들면서 해외 진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임 대표는 “사업 초기인 2013년 서울 종로 한식체험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식요리교실을 진행하면서 마이셰프 밀키트를 활용했다”며 “당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떡볶이와 잡채 밀키트를 활용해 한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은 있지만 현재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식 위주의 제품을 개발 중이며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셰프의 첫 해외 시장 진출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될 전망이다.

임 대표는 “목표는 10년 뒤 마이셰프를 국내 최대 식품종합기업인 CJ제일제당에 버금가는 밀키트 솔루션 종합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차적으로는 2023년 밀키트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마이셰프는 지난 2월 미래에셋대우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며 “밀키트 산업은 ‘식품의 자동차’와 같은 산업으로, 기존 개별 제품 중심의 가공식품과 완전 조리식품 중심의 가정간편식을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 산업이다. 이 중심에 마이셰프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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