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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이번엔 2차전지 소재·부품 뜰까 

 

현재 나스닥은 닷컴버블과 달라… 조정기엔 중소형주 강세 예상

투자자들에게 9월은 곤혹스런 시간이었다. 상승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스닥이 갑자기 하락을 시작하더니 한 달 사이에 10%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세 상승이 끝난 게 아닐까 의심할만한 단계로 발전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이번 나스닥 상승의 내용이 과거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나스닥 주가는 크게 네 가지에서 차이 난다. 지난 5년간 나스닥 상승률이 118%로 2000년 닷컴 버블 전 상승률 4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오른 게 없으니 하락도 크지 않을 거란 얘기인데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시장을 버블이 만들어지는 초기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실적이다. 닷컴버블 전에 나스닥이 440% 상승하는 동안 순이익이 26% 감소했다. 반면 지난 5년 동안 순이익이 56% 늘었다. 주가 상승이 이익 증가에 맞춰 이루어진 만큼 버블이라 보기 힘들다.

세 번째는 현금보유 증가다. 2000년에 나스닥 기업은 잉여현금이 마이너스 상태여서 외부에서 현금을 수혈 받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5년간은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이 많아 필요자금을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다. 최소한 돈이 없어 회사가 주저앉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마지막은 정책이다. 2000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년 동안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한 반면, 지금은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와 유동성은 미래 가치를 중시하는 성장주에게 중요한 이익 결정 요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 방향을 예측해 보면 세 가지 형태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주가가 9월말 저점을 바닥으로 다시 올라 원래 상승 추세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가는 10월에 빠르게 오르는 건 물론 연말까지 상승을 이어갈 것이다. 이 그림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가가 3월부터 6개월 간 80% 넘게 올랐는데 몇 주간 하락 후 다시 상승한다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주가가 바뀌는 초기에 투자자들은 과거 패턴을 가지고 시장을 판단하게 되는데 그래서 나온 전망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가가 한번 상승 추세를 벗어나면 최소 석 달은 새로운 상승에 들어가지 못했던 과거 예를 볼 때 올해 내에 새로운 상승은 힘들 걸로 보인다.

남은 상승동력으로 고점부근서 횡보할 전망

두 번째는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경우다. 주가가 한꺼번에 큰 폭으로 떨어진 지난 3월은 특이한 경우였다. 대부분은 한 번 하락한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다시 하락한다. 이번에도 9월에 1차 하락이 있었고 추석이전 반등을 통해 숨 고르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또 한번의 하락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18년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00까지 떨어졌을 때 이미 경험했다. 당시 주가는 2600에서 2400까지 하락한 후 4개월간 횡보 조정을 거쳐 2200까지 다시 내려왔고 세 번째 하락을 통해 1900이 됐다.

이 그림도 당장 현실화되긴 힘들다.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려면 미국 시장이 하락하거나 우리 시장만의 두드러진 하락 요인이 있어야 한다. 하반기 기업실적이 상반기보다 나아질 걸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시장만의 하락 요인이 나올 수 없다. 미국시장 하락은 앞에서 본 것처럼 나스닥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당장 현실화되기 힘들다.

가장 현실성 있는 그림은 코스피가 2250~2450사이에 갇혀 횡보하는 형태다. 6개월에 걸친 상승이 끝났지만 상승 동력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하락하기 힘들다. 유동성이 늘어나거나 경기가 당장에 크게 좋아지기 힘들어 추가 상승 또한 쉽지 않다. 결국 조정이 가격 부담을 덜어내는 정도에 그쳐 주가가 고점 부근에 머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힘이 강한 상태에서 주가가 상승 추세를 이탈할 때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다.

주가가 횡보한다면 연말까지 새로운 고점이 만들어지긴 힘들다. 그 동안 주식시장을 끌고 온 동력이 셋이다. 금리 인하와 재정정책 확대, 경기가 나아질 거란 기대가 그것인데 상승 추세로 복귀는 셋 중 하나라도 현실화되어야 가능하다. 추가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재정정책 강화 역시 미국의 대선이 끝날 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일하게 남은 게 경기 회복인데 얼마나 힘있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주가가 고점에서 횡보하는 형태로 바뀔 경우 주도주가 달라질 것이다. 예전에 시장을 주도했던 성장주는 점차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런 조짐은 나타나고 있는데 2차 전지의 대표주자인 LG화학이 고점에서 30% 넘게 하락했다. 물적 분할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지만 이 재료가 없었어도 주가는 좋지 않았을 것이다. 테슬라가 2차 전지 생산업체를 인수해 전지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실적대비 주가도 높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바이오나 인터넷 포탈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들의 주가가 하락한 이면에 미국 대형 기술주가 자리잡고 있다. 여러 의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는 말할 것 없고, 높은 이익으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조차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미국 시장에서 주가 조정과 침체를 가르는 기준이 고점대비 20% 하락임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그 영향이 우리 성장주에까지 미친 것이다.

나스닥·S&P 밀릴 때 러셀은 최고점 근접

성장주가 약해지면 삼성전자 등 전통주도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이들은 성장주라는 반대 개념의 대형주가 있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으므로 성장주가 사라지면 전통주까지 약해지는 게 당연하다. 주가도 높다. 전통주의 핵심 종목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현대차이다. 이미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8배에 달해 더 이상 주가가 오르기 힘든 상태가 됐다.

앞으로 시장은 성장주도 전통주도 아닌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걸로 보인다. 2차전지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LG화학 등 대형주가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2차전지 소재나 부품 관련주식처럼 규모가 작은 종목이 주목 받을 것이다. 지난 몇 달과 완전히 다른 형태다. 중소형주 강세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이나 대형주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 지난 8월 고점에서 크게는 10% 이상 밀리는 동안 중소형주지수인 러셀2000은 최고점에 근접했다. 시장이 내부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주는 코스피 상승이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오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주가가 유동성에 의해 오를 때에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만큼 주식을 살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해 대형주가 매매의 중심이 되지만 조정기에는 사정이 다르다. 들어오는 돈이 많지 않은데 기대 수익률은 높기 때문에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게 된다. 이번에는 6개월동안 시장이 성장을 테마로 움직였기 때문에 중소형주가 특히 유리하다. 성장률은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높기 때문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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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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