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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임차인 살린다며 임대인 옥죄기 정부는 어디에? 

 

상가임대차 개정 사유재산 침해 논란… 관리비 인상 등 손실 보전 편법 양산 우려

▎중소상인·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3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상가 임대료 인하와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선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 방지와 국가경제 위축으로 어려운 민생지원을 우선 과제로 삼아,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다수 처리했다. 이어 29일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관심사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임차인에게 연체로 인한 계약해지 방지와 차임감액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례규정이었다. 차임감액 청구권 특례규정은 임차인이 임대료를 6개월 동안 연체해도 임대인이 이를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 시행 후 6개월 동안이라는 전제가 있다. 또한 코로나19를 비롯한 법정 감염병 관련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생 지원을 우선한 개정안이지만 임차인 부담은 확연히 줄고 임대인 부담은 크게 증가했다. 임대인이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좋은 취지의 법이라도 안착하려면 어떤 피해자도 발생해선 안 되므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살펴보려 한다.

임대료 연체 계약해지 못하면 임대인도 피해 ‘눈덩이’

임대료 연체에 따른 임대인의 경제적 손실을 얘기하기 전에 임대인의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부동산 임대사업은 수입(임대료·관리비·기타)과 비용(제세공과·보험료·유지보수비·예비비)으로 이뤄져 있고 수입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비용을 지출하고 수익이 난다. 오피스(업무시설)와 리테일(유통·근린생활시설) 임차인 간의 보증금 격차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오피스 임차인은 매출이 임대료로 직결되지 않아 보증금이 보통 월 임대료의 10배 정도로 형성된다. 리테일 임차인은 매출과 임대료가 직결돼 오피스 보증금보다 높은 월 임대료의 15배~20배까지 형성된다. 이 때 임차인이 법인·개인·신용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임대인의 수입은 임차인 체납 등의 여러 사유로 매월 유동적일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은 예상하지 못했던 각종 수선 비용을 제외하곤 매월 동일하게 지출된다. 즉 수입이 없어도 임대료 체납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인은 건물 운영을 위해 비용을 계속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대료 연체를 방지하고 명도(퇴거) 시 원상 복구 비용, 연체 시 연체비용과 연체이자 등을 일정부분 보장하기 위해 보증금을 받는 것이다. 임차인 연체는 한번 발생하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임대인은 연체가 2~3개월 발생하면 명도를 준비한다. 명도를 진행할 때 보증금에서 연체료·연체이자·원상복구비 등 모든 지출비에 대한 공제가 잘 이뤄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보증금을 초과했거나 원상복구비가 많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임대인이 떠안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6개월 동안 발생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이는 임대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임대료 연체 등으로 임대인은 대출이자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이런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고자 앞으로 갱신·신규계약 하는 임대차계약에서는 분명히 보증금 인상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대출이자 상환이 어려워져 경매 등으로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임대인의 피해 감내는 누가 해줘야 할까?

법 개정으로 임차인은 임대료를 인하하는 감액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1급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 변동이라는 전제조건이 명시돼 있다. 무조건적인 협상은 아니고 임대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감정 다툼만 부추기는 건 아닐까 염려스럽다. 임차인은 가능하던 불가능하던 감액 청구를 요청해 볼 것이고 임대인은 한번에 수용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하엔 하한선 없는데 인상엔 상한선 지정

이번 개정안에서 아쉬운 부분은 임대료 인하 요구권은 하한선이 존재하지 않고 반대로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권은 인상요율을 시행령에서 5%로 명시하고 있다. 인상은 관련 규정으로 묶어 놓고 인하에 대한 하한선이 없다면 임차인들은 인하를 무조건 요구할 것이다. 인상률을 규정하다 보니 최근엔 관련 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관리비 등을 대폭 인상해 임대인의 수익 손실을 보전하는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제1급감염병이라는 재난 사태 기준을 명시했지만 어디까지가 제1급감염병인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인하 요구권이 정당화되려면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감소됐다는 명확한 소명 자료와 시장 수준을 반영한 합리적인 임대료 인하 요율이 제기돼야 정당화 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의 인상 요구권에 대한 요율 조정 검토가 병행되지 않으면 상가건물 임대차와 관련된 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임대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의 책임을 임대인들에게 떠넘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대인은 임대료를 받지 못해도 대출이자·건물 운영비 등 지출해야 할 비용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 임대료 상한 요율을 5%로 지정했고 계약갱신 요구권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임대인도 어려운 상황인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책임까지 임대인에게 묻는 것은 과하다는 얘기다.

부동산은 사유재산이어서 소유주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사유재산을 소유·관리·사용·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임대료 인상 요율 제한, 계약 해지 제한 등으로 규제하면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을까. 한시적인 상황이지만 국회와 법조계에선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계약갱신권을 연장한 조치도 프랑스·독일 등 OECD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이런 국가들이 지원하고 있는 국가재원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좋은 취지에서 마련한 법률인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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