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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인슈어테크의 부상, 보험의 미래 보여준다 

 

보험 시장 정보 비대칭성 두드러져... 테크 기업 보험사 설립해 문제 해결하려

디지털 혁신은 모든 산업에 늘 현재가 최선이냐고 묻는다. 근래 뒤에 테크가 붙지 않는 분야가 없다. 보험이 대상이 된 인슈어테크도 그중 하나다.

아마존은 2018년 초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보험회사 ‘헤이븐’을 설립했다. 이들은 미국의 후진적 보험 시장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건강 보험에 그치지 않겠다는 듯, 인도 아마존은 최근 자동차 보험에도 진출했다.

지난 8월 아마존은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건강 밴드 ‘헤일로’를 선보였다. 100달러에 월 4달러를 추가로 내야 하는 구독형인데, 화면조차 없다. 목적은 단 하나, 활동량이나 수면 같은 내 건강 상태의 추적이었다. 내장 마이크로 목소리를 듣고 심리상태를 판별하고, 연결된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 체형을 분석해 체지방률을 계산한다. 모든 절차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위에서 벌어진다. 당장 이렇게 취합된 정보가 자회사로 흘러갈 리야 없겠지만, 헬스케어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마존은 선언하는 듯했다.

빅테크 기업 사용자 건강 정보 확보에 집중


▎지난 9월 15일 애플이 공개한 애플워치 6세대. / 사진:애플
보험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험업은 통계적으로 어떤 연령대에 어떤 병이 어느 정도 걸린다는 고정 데이터를 토대로 운용된다.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에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확률로 지출이 일어나고 수익을 얼마나 남길 수 있다는 어림짐작으로 사업을 한다.

즉 기본적으로 모든 고객은 같다는 전제다. 실은 모든 고객의 리스크는 다르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 상태는 실은 자신만 알고 숨길 수도 있다.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 기능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 거론됐다.

어딘가 시름시름 해서 보험이 급히 필요한 사람만 보험에 든다면 당연히 보험료는 오른다. 보험사는 건강하고 착실한 사람을 유치하고 싶은데, 올라버린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한다. 이 우량 고객들을 유치할 유인은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다. 건강하고 착실하면 긍정적으로 되기 마련이고 이미 건강하다면 보험이 필요할 확률 자체도 당연히 떨어지니 이조차 힘들어진다. 시장 실패에 빠지고 말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해 노벨경제학상도 이미 적이 있다. 2001년 수상자 스펜스의 ‘시그널링’은 양품이 양품만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이를 이겨낸다는 이야기다. 기업 이미지 광고나 학위나 자격, 품질 보증 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공동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스크리닝’은 부족한 정보를 얻기 위해 대상을 ‘선별’ 심사한다. 중고차 수리 이력을 요구하거나, 질병 의심 소견 고지를 보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으로 추가하여 뒤통수 맞는 일을 막는다.

결국, 내가 상품의 주요 요소가 되는 보험의 경우 개인정보는 이 두 방법을 동시에 실현해 준다. 메이저 테크 기업들은 개인정보,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 관련 정보 확보에 여념이 없다. 개인정보의 보고(寶庫) 구글은 이미 지난해에 웨어러블의 기린아였던 핏빗을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유럽, 중남미 등에서 개인정보보호 및 독점 문제로 인수 제동을 걸고 있는데 물론 그 걱정도 이해가 간다.

실시간으로 흡수되는 우리의 생체 정보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구글 알파벳 산하의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Verily)는 세계적 재보험 회사인 스위스리(Swiss Re)와 기술기반 보험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결합한 개인 맞춤화된 헬스케어 솔루션이라 한다.

애플 워치 25달러에 제공하는 보험 상품 인기

애플 워치는 패션 제품으로 등장했지만, 건강 보조기구가 된 지 오래다. 매년 새로운 기능이 보강되는데, 올해 신제품은 혈중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다. 특히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없는 저산소증이 보인다는 소식 이래, 기존에 제공되던 심박수나 심전도 기능과 더불어 95% 이상으로 산소를 머금은 헤모글로빈의 비율을 높이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다른 측정 기능처럼 시계 뒷면의 LED가 손목을 비춰 혈관으로부터 반사된 빛을 분석한다. 이 분석에는 훈련된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구독형 건강 제품도 함께 내놓았는데, 애플 워치를 차고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정보를 관리해 준다.

활동량과 수면의 질, 그리고 심박수와 심전도까지. 여기에 향후 어떤 생명 정보가 흡수될지 모르지만, 내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주기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손목에 찬다. 내게 확실한 효용만 준다면 개인정보는 얼마든지 맡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직은 아마존도 애플도 구글도 어느 회사도 명시적으로 이 모든 퍼즐을 조립하지는 않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아닌 개인정보에 입각한 새로운 헬스케어 보장 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많지 않다.

미국의 보험사 존 핸콕은 애플워치를 단돈 25달러에 제공해 왔다. 몇 년째 히트 상품이 되어 올해도 진행 중인데, 2년의 할부 동안 신체 활동 점수에 따라 할부금이 면제되거나 할인된다. 절반 정도가 돈을 더 내지 않았다고 하니 역시 미래의 건강보다 당장의 돈은 훌륭한 동기부여다. 이 리워드 프로그램 참가자들 40만 명의 신체 활동도 34%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보험 가입자의 건강 관리를 통해 질병을 방지해 보험금 지불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실은 애플워치를 미끼로 보험사에게 필요한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신규 고객을 유치한 셈이다.

웨어러블을 스스로 기꺼이 차고 할부금마저 안 내겠다는 의지 또한 훌륭한 하나의 시그널링이다. 건강한 이들이 스스로 보낸 신호만 선별해 합리적 보험료로 미래를 보장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앞으로는 일종의 사회적 지위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테크 기업이 나서서 아예 보험을 만들고 전체 소비자 인구 중 가장 달콤한 부분만 데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 조심스럽다. 누군가는 스마트 워치를 차서 생체 신호가 클라우드에 헌납되는 순간, 그 어떤 보험에도 가입이 거부되는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수도 있다. 거북한 일이다.

그렇지만 왜 열심히 건강 관리한 내가 저 방탕하고 게으른 사람의 리스크까지 부담하는 동률의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노력한 이에게 그 노력의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형평성 주장은 성장을 멈춘 사회에서 강해진다.

어느새 기계가 우리의 안색과 체형을 관리해 주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어느 누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이들도 늘고 있다. 더 좋은 사회의 사회적 후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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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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