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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LCC는 어찌 되나] 1강(통합 LCC), 2중(제주항공·티웨이항공) 재편 시나리오 

 

LCC에 장거리 취항 나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독과점 해소해야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있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양사의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LCC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항공업계에선 “정부 방안대로 3개의 LCC가 통합되면 국내에도 이른바 ‘메가 LCC’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편에선 “3개 LCC의 유기적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이들 LCC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간의 합종연횡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1월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후의 LCC 운영 방안에 대해 “한진그룹 측에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현 부행장은 “중복노선 조정, 스케줄 다양화, 기종 단순화 등으로 운영 효율성과 소비자 효율 증대를 도모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LCC도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만 했다.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은 것이다.

매출 2조원 ‘메가 LCC’ 등장하나


정부 방침대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사가 통합되면 국적 LCC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항공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개사의 항공기 등록대수는 진에어 28대, 에어부산 25대, 에어서울 7대 등 총 60대에 달한다. 3사의 지난해 매출액을 합하면 2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여객 수 기준으로 국적 LCC 시장의 점유율은 진에어 20%, 에어부산 18%, 에어서울 5% 등 43%로 집계됐다. 제주항공(27%), 티웨이항공(22%)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다. 국적 LCC 관계자는 “3개 LCC가 통합되면 국적 LCC 시장은 1강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사를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많다. 조원태 회장과 산업은행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3개의 LCC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려면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없이 3개사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3개사의 통합 과정에서 에어서울을 청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이미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9월에는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차입한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연장키로 의결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한진그룹이 에어서울을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서울을 청산할 경우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해고되는 것”이라며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지원 조건에 최소 6개월간 근로자수 90%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에어서울 청산보다는 분리 매각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통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에어부산은 지분 44.17%를 가진 아시아나항공이 대주주지만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소재 기업, 상공인 등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에어부산의 거취는 부산 지역 여론과 정치권 등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한진그룹이 독자적으로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통합 방안을 결정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 11월 18일 성명을 내고 3개 LCC 통합 방안에 대해 “국가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특혜 시비와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정부 방침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한진그룹이 주도하는 LCC 통합에 반대한다며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두고 부산 중심으로 노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으로 부산을 둘러싼 정치권 움직임도 격화되고 있어, LCC 통합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 LCC 출범으로 그동안 출혈 경쟁으로 수익 악화를 겪었던 LCC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존 9개의 LCC가 나눠 먹던 시장이 통합 LCC,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3개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결렬 이후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양양~제주 노선에 첫 취항한 신규 LCC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여파에 휘청대고 있다. 또 다른 신규 LCC인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서(AOC)를 받지 못해 항공기 운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장거리 나는 LCC 등장할까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3개 LCC가 통합돼도 국내 LCC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항공사는 사업 특성상 노선별로 독과점을 따져야 하는데, 그동안 국적 LCC들이 대부분 노선에서 경쟁해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으로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주·유럽 등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양사가 통합하면 장거리 노선은 사실상 독점 구조가 된다”고 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다른 LCC들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대한항공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국적 LCC 가운데서는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 취항을 추진해왔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지난 2017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항공기 50대를 확보해 북미와 유럽에 진출하고, 운수권이 필요 없는 프랑크푸르트 지역에 운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에는 국토부 운수권 배분을 통해 LCC 최초로 호주 시드니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운수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형기 도입 등을 통한 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3개의 LCC 통합은 확정된 방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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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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