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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 부장] 쿡킷 ‘해산물 빠에야’ 맛이 남다른 이유는? 

 

특급호텔 출신 셰프, 밀키트를 만나다… 간편식과 프리미엄의 기묘한 동거

▎CJ제일제당 쿡킷 개발 담당인 신태섭 푸드시너지팀 부장이 11월 11일 서울시 중구 CJ제일제당센터 3층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쿡킷 제품을 조리하고 있다. / 사진:신인섭 기자
CJ제일제당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밀키트 브랜드 ‘쿡킷’은 프리미엄을 표방한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양념·조리법(레시피) 등을 묶은 제품으로,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일종의 간편식이다. 흔히 프리미엄 간편식은 형용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 편의를 중점에 둔 간편식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떠올리게 하는 프리미엄 사이의 거리는 꽤나 멀어 보인다. 간편식과 프리미엄의 ‘기묘한 동거’인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외식 시장 자리를 밀키트 시장이 파고들고 있는 가운데, 쿡킷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초등 딸 입학시키는 마음으로 제품 출시”


CJ제일제당 쿡킷 개발 담당인 신태섭 푸드시너지팀 부장을 11월 11일 서울시 중구 CJ제일제당센터 3층 연구실에서 만났다. 신태섭 부장은 “초기 레시피 설계부터 소비자 조사, 제품 출시 등 모든 과정에 11명의 셰프와 8명의 식품연구소 연구원, 그리고 마케터들이 참여한다”며 “초등학교 딸을 입학시키는 마음으로 제품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메뉴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도 제품을 조리한다. 비(非)전문가로서 소비자 입장에 가까운 일반 직원들이 음식을 만들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신 부장은 “누가 만들어도 셰프가 맛을 낸 것처럼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신태섭 부장은 “통상 외식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질 좋은 식재료로 만든 고가(高價)의 음식을 떠올리기 쉬운데, 쿡킷만의 프리미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질 좋은 식재료는 기본이고 CJ제일제당의 소스 기술을 활용한 맛의 차별성에 소비자 편의까지 생각하는 것이 쿡킷의 프리미엄”이라고 했다. 제품의 질을 넘어 간편한 주문, 친환경 포장, 안전한 배송 등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요소에 프리미엄을 더한다는 것이다. 냉장과 냉동을 구분한 포장이나 소비자 친화적인 ‘스마트 레시피’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레시피는 소비자가 셰프 수준의 조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매운 향이 강할 수 있어 환기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기본적인 내용이 담길 정도로 세세하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쿡킷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기한을 늘리기 위해 품목별로 특화된 온도 관리와 야채 포장 등을 적용했다. 숙성기술 등을 통해 원재료 고유의 냄새인 이취를 제거하는 등 고도화된 축산 가공기술도 활용했다. 블랜칭(Blanching, 가열처리) 과정을 거쳐 급랭 후 동결하는 ‘쿡칠(Cook-Chill)’ 기술로 원물의 이취 제거 및 조리 편의성, 안전성 등도 확보했다. 육즙을 보존하고 식감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쿡킷 전용 소스를 만들기 위해 논산공장에 소스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최소 살균 공정을 거쳐 신선한 소스를 구현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외에도 100% 물로 만든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등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징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신 부장은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이 접목된 쿡킷 대표 메뉴로 ‘해산물 빠에야’를 꼽았다. 신 부장은 “해산물 빠에야의 경우 기존 조리법을 적용해 밀키트 제품으로 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소분한 생쌀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빠에야 특유의 식감을 구현해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생쌀을 제공하면서 조리를 통해 맛을 구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밀키트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번의 테스트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의 볶음밥 기술을 접목하자는 의견이 도출됐고, 이 기술을 활용해 빠에야의 식감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14주간 7단계 검증 거쳐야 출시

쿡킷의 신(新)메뉴는 CJ제일제당의 혹독한 검증을 통해 탄생된다. 메뉴평가위원회의 메뉴 개발 승인, 시연회뿐만 아니라 내부 패널의 소비자 조사 등 14주간 총 7단계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출시가 끝이 아니다. 출시된 메뉴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소비자 후기가 좋지 않은 제품의 판매는 즉시 중단된다. 신 부장은 “메뉴 초안을 잡는 과정에만 11명의 셰프가 10회 이상의 조리 및 평가를 진행한다”며 “쿡킷 담당직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직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메뉴 출시 때마다 서바이벌 오디션을 치르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검증을 뚫고 현재까지 출시된 메뉴는 117개이며, 개발된 레시피는 255개다.

지난해 6월에 메뉴 개발에 착수했으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화자오 마라탕’은 CJ제일제당의 깐깐한 검증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 부장은 “향신료인 화자오는 향이 강해 벌레 등이 많이 꼬이기 때문에 재배 과정에 농약 사용이 많다”며 “당시 수입된 화자오는 식품의약안처의 잔류 농약 기준은 충족시켰으나 CJ제일제당의 자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제품으로 출시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은 “소비자에게 더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의 내부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안전한 원료로 만들어 누가 조리해도 편리하게 실패 없이 조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프리미엄”이라고 강조했다.

쿡킷을 경험한 소비자 사이에서는 쿡킷의 질과 맛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쿡킷 출시 이후 현재까지 고객 구매 후기는 7만 건 이상으로, 후기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이다. 재구매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쿡킷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높다. 쿡킷의 올해 2월 판매량은 전월과 비교해 55%, 3월 판매량은 2월보다 100%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 평균 매출성장률은 20% 수준이다. 7월부터 10월까지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선 쿡킷 제품 가격이 다른 밀키트 업체의 제품 가격보다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부장은 “우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다소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좋은 식재료 등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을 만들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것이 우리 구성원의 신념”이라며 “CJ제일제당이 ‘햇반’을 즉석 밥의 대명사로 만들고, ‘비비고’로 한식 세계화를 이끈 것처럼 쿡킷을 통해 프리미엄 밀키트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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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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