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코로나에 맞설 중·러와 미·영 백신의 차이] ‘백신 패권’ 세계대전 서막 올랐다 

 

안정·유효·물량 선점 주도권 싸움… 우격다짐 출시로 부작용 우려

▎ 사진:REUTERS=연합뉴스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유행이 시작된 코로나19(COVID19)에 대항하는 인류의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질환의 원인 바이러스인 ‘20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항해 인체가 면역을 얻게 해주는 백신이 속속 개발되면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백신 패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백신 패권 경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누가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백신을 먼저 개발하느냐다. 이는 단순히 개발 주체인 제약회사·바이오기업·대학·연구소 간의 경쟁을 넘어선다. 그 뒤에는 글로벌 백신 주도권을 놓고 개발 주체가 소속한 국가나 연합체가 벌이는 치열한 기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개발과 허가, 출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속도와 함께 백신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둘째는 백신 물량의 확보다. 누가 먼저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해 국가나 공동체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경제·사회 활동을 재개해 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2020년 11월은 인류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달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제약 업체 화이자가 11월 9일 독일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예상을 뛰어넘는 90%의 효과를 보였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화이자는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94명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약계에서 기대했던 이상의 효과다. 그간 과학자들은 75% 이상의 효과를 가진 백신을 기대해왔으며,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50∼60% 정도의 효력만 있어도 쓸 만하다고 언급했다.

군사작전 같은 백신 선제 개발·확보 싸움


▎1. 스웨덴·영국의 다국적 제약 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 2. 미국의 글로벌 제약 업체인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 3. 중국 업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 사진:REUTERS=연합뉴스
화이자 다음으로 11월 16일에는 두 번째 소식이 이어졌다.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그동안 자사가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 개발해온 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가 94.5%라는 중간결과를 내놨다. 모더나는 7월 27일 미국 89개 도시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mRNA-1273의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번 발표는 9만 명이 참가한 3상 임상시험 중 일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파우치 NIAID 소장은 이에 대해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인 스테파네 방셀은 “백신이 95%의 효과로 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1월 23일에는 세 번째 소식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스웨덴·영국의 다국적 제약 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발표했다. 접종 방법을 조절하면 면역 효과가 최고 9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공동 개발팀은 영국과 브라질에서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결과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2회 접종한 임상시험 참가자 중에서 30명, 위약을 접종한 참가자 중에서 101명의 확진자가 각각 나왔다. 개발팀은 이를 비교한 결과 면역 효과가 평균 70%로 환산됐다고 밝혔다.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선 진짜 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백신을 접종한다고 말하고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주사용 증류수 등을 투입한 집단 사이의 효과 차이를 비교해 심리적인 조건을 배제한 백신의 실제 효과를 비교 검증하는 이중맹검 과정을 거친다.

백신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제조되지 않는다. 각 사가 확보한 기술과 과학적 기술·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개발·제조 플랫폼을 활용한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바이오엔테크, 그리고 미국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개발한 백신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분류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웨덴·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으로 분류한다. 미국의 존슨앤존슨. 중국의 켄시노바이오로직스 등도 같은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노바벡은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는 모두 최신의 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첨단 제조법이다. 인류가 확보한 첨단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은 개발만큼이나 제조와 안전도 문제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봄부터 ‘와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이라는 이름의 백신 확보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연방정부 차원의 백신 확보 작업에 전쟁이나 전투에나 붙일 법한 작전명까지 붙였다. 백신 확보 작전의 목적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3억회 분량을 2021년 1월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3억3100만 명에 이르는 미국 국민 모두에게 접종할 정도의 분량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약, 그리고 진단기기를 망라한 종합적인 대응 수단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분배를 가속화하는 폭넓은 코로나19 대응 전략의 일부분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백신 등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보하며 수요자들에게 더욱 빨리 공급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조정하고 있다. 행정 추진을 보면 군사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촘촘하며 조직적이다.

기업·정부 한 몸 돼 개발·지원 일사천리

우선 눈에 띄는 게 촘촘한 협업 체계다. OWS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청(FDA), 국립보건원(NIH), 그리고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등 연방 보건복지부(HHS)의 산하 각 조직 및 국방부와 함께 협력해서 ‘작전 임무’를 수행 중이다. OWS는 수많은 민간 기업은 물론 농무부·에너지부·보훈부와 같은 다른 연방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업한다.

이 ‘작전’은 올해 3월 30일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가 민간 제약사인 존슨앤존슨에 4억5600만 달러를 지원해 당시 이번 여름에 제1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던 이 업체의 백신 후보 개발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다. 민간 제약사의 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규모는 갈수록 늘어갔다. 4월 16일에는 코로나19 백신인 m-RNA-1273을 개발해 미국에서 가장 먼저인 3월 16일 제1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제약사 모더나에 4억8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모더나의 m-RNA-1273 백신은 FDA로부터 신속 허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모더나 백신 개발은 연방기관의 자금과 행정 분야 지원을 동시에 받았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5월 21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무려 12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서 약 3만 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제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11월 2일의 미국 대선을 맞춰 개발 일정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현재 100종이 넘는 후보 백신 중에서 14종이 유망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14종 중 7종은 기술 조건 등이 양호해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개발과 함께 생산 시설 증설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발이 불확실한 가운데 시설을 미리 증설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상당한 손실 위기를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된 지 이른 시일 안에 다량의 백신을 생산해 미국 전역에 공급하려면 생산 시설의 사전 증설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정부가 민간기업의 생산시설까지 지원하게 된 배경이다. 그래서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는 3월 30일에는 존슨앤존슨, 4월 16일엔 모더나, 5월 21일엔 아스트라제네카와 각각 생산 시설 증설에 합의했다.

연방 보건복지부는 6월 1일 미국 내에서 백신은 물론 치료제 생산 능력도 함께 끌어올리는 ‘긴급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 명령을 발동하고 6억28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미국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확실한 개발과 공급을 위해 팔을 붙이고 나서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모양새다.

고전 기술로 만든 중국 백신 안전성 우려

특별 조치를 통해 백신을 담을 바이알(유리용기)에 대한 생산도 관리하기로 했다. 개발과 생산이 완료된 백신의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국방부도 지원하기로 했다. 백신의 개발, 허가, 생산, 공급에 이르는 거대한 과정 전체를 연방 기관이 관리해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한 셈이다. 이런 조치는 기존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노하우에 코로나19의 확산 초기부터 수집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립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먹구구가 아닌 과학과 기술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과학기술력과 행정력을 백신 개발에 온통 쏟아 붓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글로벌 백신 개발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이다. 이를 이야기하려면 백신의 기본을 한번 살필 필요가 있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항원을 체내에 주입해 사람 몸의 면역 체계가 해당 병원체를 물리치는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백신은 항원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현재 백신은 제조 방식에 따라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 유전자 정보를 다른 바이러스를 이용해 복제해 투입하는 유전자 백신, 바이러스 껍질에 재조합한 유전자를 주입해 만든 바이러스 벡터 백신, 사멸한 바이러스나 독성을 줄인 약독화 백신을 쓰는 바이러스 백신으로 크게 나뉜다.

이를 더욱 자세히 분류하면 백신 제조방법에 따라 모두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만드는 방식이 있다. 여기에 바이러스의 항원을 발현시킬 수 있는 DNA를 투여하는 DNA 백신과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하는 RNA 백신이 있다.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인체에 접종하는 재조합 백신, 바이러스와 유사한 입자 모양으로 만들어 접종하는 바이러스 유사입자 백신도 있다.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거나 약독화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여전히 쓰인다. 문제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이 한결 같이 기술적으로 가장 오래된 사멸 백신 또는 약독화 백신이라는 점이다.

시노팜·시노벡 등 중국 업체는 불활성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포르말린으로 화학적 처리를 하거나 방사선을 쬐는 물리적인 처리를 거쳐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더 이상 복제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멸 백신, 또는 불활성 백신으로 불리는 종류다. 가장 오래된 기술로 만드는 고전적인 백신이다. 불활성 백신을 만들려면 바이러스의 핵신을 완전하게 불활성화해 백신으로 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품질검사 과정에서 이를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되면 안전성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7년 나이지리아 북부에선 불활성화가 덜 된 백신을 맞고 2년간 69명의 어린이가 소아마비에 걸렸다. 백신 접종이 외려 해당 질병을 일으킨 경우다. 이 종류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원료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해당 바이러스를 충분히 배양해 확보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 과정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공개 검증 없이 허가 내준 러시아 백신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사람 세포에서 더 이상 자라지는 않지만 인체의 방어면역은 유도하게 하는 약독화 바이러스 생백신도 있다. 이런 종류의 백신을 제조하려면 바이러스를 사멸시키지 않고 배양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에서만 생존하면서 그 세포에의 유전물질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동물의 살아있는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키워야 하는데 주로 유정란이 이용된다. 유정란의 노른자 한 가운데에 있는 수정체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더 많은 약독화 바이러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서 사람에서는 잘 자라지 않고, 다른 동물의 세포에선 잘 자라게 변형(변종이 아님)된 바이러스를 골라 배양한다. 인체가 항체를 만드는 면역 효과는 좋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멸시키지 않은 백신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자의 신뢰가 필요하다.

백신은 어떤 방법으로 개발되고 제조되는 유효성과 안전성만 확보되면 그만이다. 인체에 접종했을 때 부작용 없이 항체만 제대로 만들면 된다. 사멸 백신이나 약독화 백신 같이 오래된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신뢰와 만일의 사고에 대한 우려다. 중국 백신은 신뢰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이미 8월 11일 스푸트니크V라는 이름의 백심을 개발해 보건부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딸에게도 이를 접종했다고 공개했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는 미검증·미완성 백신이다.

러시아는 자랑스럽게 이를 선전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시험 결과를 비롯한 백신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은 이런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과 심사를 거쳐 국제학술지에 등재하면서 비로소 과학적인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개발 중인 백신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3단계로 이뤄지는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위약을 접종한 집단을 비교해 실제 효과를 검증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이런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인 3상 시험을 하지 않고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다. 진짜 효과가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한국은 중국 시노팜 백신도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칫 립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중국은 지금까지 부작용이나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는 오히려 중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하나의 부작용도 없이, 거의 100%에 가까운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이나 백신은 생명체의 다양성과 변이성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가 제때 발견하고,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내며, 그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과학적인 방법일 것이다. 안전성과 효과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라는 필터를 거쳐 동료 과학자들과 대중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생각하는 참 과학의 길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62호 (2020.12.0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