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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전례 없던 시황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주·가치주 경계 사라지고... 안개 속 상승주·하락주로 재편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21조5000억원이었다. 올해는 대략 27조원이 될 걸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수치다. 내년은 예측하는 회사에 따라 전망이 엇갈린다. 기대를 걸고 보는 쪽은 40조를 예상하고 있는 반면, 보수적으로 보는 쪽은 32조를 예상하고 있다. 이 차이는 2022년에도 계속된다. 62조와 43조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예전 삼성전자의 최고 순이익은 2018년에 기록한 44조원이었다. 당시 주가 최고점은 5만7000원이었다. 이익이 많이 난다는 쪽의 생각을 따르더라도 내년 순이익은 2018년의 90% 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는 7만3000원대로 44조원의 이익이 발생했을 때보다 30% 이상 높다. 이익과 주가를 결합해 보면 현재 주가순이익배율(PER)이 과거 최고 이익일 때보다 40% 이상 높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내년이익 기준 PER이 11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영업이 안 돼 이익이 크게 줄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던 숫자다.

삼성전자 주가가 내년 이익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단계에 들어갔다. 2022년 이익까지 지금 당겨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실적을 보면 이익이 2년 이상 늘어난 사례가 없었고, 경기가 최고일 때 이익이 직전 최저치의 두 배를 넘은 적도 없었다. 내 후년에 삼성전자 순이익이 60조를 넘을 거란 가정은 이전과는 맞지 않는 예외적인 현상이 벌어질 거란 얘기가 된다. 2022년까지 이익이 늘어나면 이익 증가가 3년 연속 계속되는 셈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없어졌거나 사이클이 과거보다 월등히 길어졌다는 가정 하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다. 2022년 이익도 작년의 3배가 된다. 결국 과거 어떤 때에도 없었던 길고 강한 이익증가 사이클이 진행될 거란 의미가 된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과거와 다른 흐름이 될 거라 예상하는 근거를 다른 곳의 위탁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찾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이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평가가 높아질 거라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반도체처럼 새로운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설 경우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시장이 가정하는 반도체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시장은 최고의 그림을 가정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은 주가가 달라진다. 반도체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11월 이후는 주가 상승 낮던 종목이 오르는 과정

반도체·조선·해운·철강.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업종들이다. 업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상승 논리를 찾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가격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월 최저점에서 10월말까지 코스피가 80% 넘게 상승하는 동안 반도체는 33% 밖에 오르지 못했다. 조선 등 나머지 업종도 숫자의 차이가 있었을 뿐 사정이 비슷했다. 많게는 절반 적어도 30% 이상의 상승률 격차가 생긴 것이다. 그 덕분에 11월에 이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걸 메우려 나선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도 주가가 바닥대비 70% 올랐다. 코스피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반도체 입장에서 보면 최대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주가가 좀 더 오르면 그 때부터는 가격 메리트로는 상승을 설명할 수 없는 단계로 들어간다. 이익 증가라는 또 다른 동력이 단순 기대가 아니라 가시화되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연말에 조선사 수주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볼 수 있다. 계획돼 있던 발주가 코로나19로 미뤄지다가 연말이 되면서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어 일수도 있다. 그만큼 이익에 대한 기대보다 낮은 주가가 역할을 했는데 이 동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4월에 이후 넉 달 동안 시장은 성장주가 중심이었다. 그리고 8월 이후는 업종대표주로 통칭되는 가치주의 세상이었다. 지금은 과거 성장주와 가치주를 나누던 경계가 모두 사라졌다. 성장주, 가치주보다 시장은 오른 주식과 오르지 않은 주식으로 재편됐다. 11월은 대형주 중에서 오르지 않았던 주식이 올라가는 시기였다. 그 덕분에 코스피가 2700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 이는 주요국 시장과 다른 모습이었다. 11월 상승 이후 유럽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고, 미국은 사상 최고를 넘긴 했지만 여전히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대만이 우리와 함께 주요국 시장 중 가장 많이 오른 쪽에 속하지만 11월 이후 상승률이 11.4%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우리 시장은 20% 넘게 상승했다.

2000년 이후 두 번의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이익과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를 벗어난 뒤에는 기업이익이 직전 고점을 먼저 회복하고 주가가 뒤이어 회복하는 형태였다. 2000년의 경우 이익이 정점을 기록한 9월에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 1485, PER은 28.0배였지만 침체기로 들어가면서 2002년 7월에 770까지 떨어졌다. 2004년 4월에 기업이익이 예전의 정점을 회복했지만 이때 주가는 1133, PER은 21.2배로 2000년 같은 이익일 때보다 주가가 훨씬 낮았다.

주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이익을 먼저 반영

2011년에도 7월에 이익이 2007년 6월의 정점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주가와 PER 모두 2007년에 비해 낮았다. 이번은 과거 두 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낙관적인 견해를 적용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이 작년 12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회복하려면 1년반이 더 걸릴 것 같은데 주가는 이미 사상최고치를 넘었다. PER도 지난해 12월의 22.8배에서 더 높다.

이익이 저점을 통과하기 전에 주가가 먼저 오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주가가 경기와 이익을 선반영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이번처럼 회복 초반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적은 없었다. 주가가 특이한 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내년 이익이 상당히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와 반대로 이익이 늘어나는 와중에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이익 증가도 강하게 진행돼야 한다. 현재 예상하고 있는 내년 이익 증가율은 45~50% 정도다. 이 속도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주가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자 세상이 온통 장밋빛이 됐다.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대공황이 거론됐지만 결과는 반대로 20% 넘는 상승이었다. 내년에 생각대로 주가가 움직일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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