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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이미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 남아 

 

내년 기업 순익 올해보다 증가할 듯… 이제부턴 기초체력이 떠받혀줘야

▎코로나19 예방 접종 소식으로 월가 주식이 상승하자 12월 14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주가가 오르자 여러 자산에 대한 투자도 덩달아 늘었다.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 싸게 보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의 주간 조사 결과에서도 같은 사실이 관찰됐다. 향후 6개월간 주식시장을 좋게 보는 의견이 2017년 강세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강세 심리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상승한 주가가 다시 심리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여러 부문 중 제조업이 특히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중국의 11월 차이신 PMI가 54.9까지 상승했고, 11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역시 57.5로 기준선 50을 크게 웃돌았다. 유로존의 제조업 PMI 역시 53.8까지 올라왔다. 많은 나라의 제조업 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었던 2019년 하반기보다 높은 수준이 된 것이다.

국·내외 경기 제조업 중심으로 회복세

제조업 경기 회복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코로나19로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한 데 따른 수요 증가다. 정보기술(IT)이 대표적인데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또 하나는 순환적인 경기 회복이다. 화학·철강 등 소재산업이 대표적인 예로 과거에도 경기가 회복되는 초기에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었었다.

제조업 호황으로 아시아 신흥국의 수출이 늘었다. 중국의 11월 수출 증가율이 21.1%를 기록했고, 대만 역시 13%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4.0% 늘었는데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 증가율은 6.3%로 더 높았다. 아시아지역 수출이 크게 늘어난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의 공급망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중국 제조업이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반도체·휴대폰 등 IT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컸는데 해당 산업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의 주력 산업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급에 차질을 생길까 걱정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심리도 작동했다. 3월 세계적 대유행 때 경험 때문인데, 3차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재고 확보 경향이 뚜렷해졌다.

제조업과 달리 고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들어 미국의 취업자 수 증가와 실업률 하락이 현저히 둔화됐다. 일시 해고자 수에 비해 영구실직자의 수도 늘어 27주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이 전체 실업자의 36%에 달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2차 경기부양법안을 빨리 내놓지 않을 경우 실업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 소비는 나쁘지 않다. 고용사정이 좋지 않지만 정부의 소득 보전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소비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의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지면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경기 부양대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은 가변적이다.

백신이 기대심리를 자극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줬다면, 경기부양대책은 실물부문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백신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려면 접종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됐다고 인정하는 상황이 되어야 하지만 부양책은 시행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5차 부양책이 처음 얘기된 뒤 규모와 세부 내용을 둘러싸고 7개월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대선으로 중단됐던 논의가 12월에 다시 재개됐지만 대책 규모가 크게 줄었다. 시행 형태도 기존의 일괄 타결에서 여러 차례의 부분 타결로 바뀌었다. 그래서 1차 방안이 나와도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2조 달러의 절반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조치 강화로 경기 하강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취임 전에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부양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 7개월간 2조 달러 이상의 대규모 정책만 고집해왔던 민주당이 1조 달러 미만의 부양책을 제시했다. 부분 타결을 통해서라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향후 경기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기존 코로나19 부양책 중 일부가 12월 안에 종료된다. 이 경우 실업수당지급 대상을 프리랜서, 독립형 계약근로자 등으로 확대하는 조치와 실업수당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가 이달 26일 종료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대책 없이 종료를 맞을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부양책의 규모가 줄고, 여러 번 나눠 시행되는 것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정책 규모가 줄었다는 사실을 중시하면 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부양책이 순차적으로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실업수당 지원 관련 정책이 성장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시장은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11월에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7조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에 의존해야 했던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큰 원군을 만난 것이다. 외국인 매수가 코스피에 영향력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자 해당 주식은 물론 유사한 주변 종목까지 따라 올랐다.

외국인 휘몰이 매수 끝자락 접어들어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외국인 매매 패턴이 바뀌었다. 이전에 하루 평균 5000억원에 달하던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어 월말에는 2000억원이 됐다. 12월에는 순매도를 하는 날이 자주 목격될 정도가 됐다. 외국인 매수가 끝났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매수에 나서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수급에서 기업실적과 경기로 옮겨온 것인데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순이익이 136조원 정도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2018년 144조원에 못 미치지만 올해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주가가 이익의 절대 규모에 반응할 경우 추가 상승이 어렵지만 증가 규모와 방향성에 반응할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할 걸로 전망된다.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흥분하는 게 당연하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낙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마냥 휩쓸릴 건 아니다. 주가가 8개월 만에 코로나19 때 저점보다 90% 이상 높아졌다. 외환위기와 9·11테러 직후를 제외하고 주가가 이렇게 빨리 상승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3월에 낮은 가격이 코로나19와 경제 공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동력이 됐듯이,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극복이란 호재가 높은 가격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직후처럼 금융시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결과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65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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