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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IT 사회학] 애플과 페이스북이 전면전을 펼치는 이유 

 

개인정보 무제한 접근, 플랫폼 빅테크 기업의 성장 필수 요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사진:AP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자신을 애플에 맞서 중소기업을 지키는 보호자라고 선전하는 신문 전면 광고를 지난주 집행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진행 중인 플랫폼 정책 변경이 완료되면 페이스북은 곤란해진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처음 이용할 때 그 앱이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식별자에 접근을 허락할지 여부를, 즉 나를 추적하는 일을 허용 또는 거부할지 정할 수 있게 돼서다. 페이스북은 애플 때문에 개인별 맞춤 광고를 집행하기 힘들어지니 소규모 기업들이 마케팅 기회와 장기적 성장 기회를 놓치리라 주장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대신 싸워주겠다는 것인데,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정말 예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저예산으로 소기업들도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는 되었다. 그런데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소비자 행태를 수집하는 일을 애플이 막는다면 정확한 맞춤 광고를 해줄 수 없다.

애플의 저의는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자신의 수익이라며 페이스북의 공세는 노골적이다. 콘텐트가 무료인 대신 광고로 돈을 버는 인터넷의 일반적 비즈니스를 무력화하고 자신의 유료 앱스토어로 사업 모델을 유인해 구독 모델로 바꾸게 하고 그 수수료 수익을 가져가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테크 업계의 거물들이 티격태격하는 일이 요즘 유독 두드러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수년간 서로가 마음에 영 안 들었던 애플과 페이스북, 이번에는 전면전을 벌이려는 듯싶다.

개인정보 보호 마케팅 강화하는 애플의 노림수

어느 기업이나 소비자 구성에서 애플 사용자의 비중 탓에 애플의 의사 결정은 좀처럼 무시하기 힘들다. 그런데 근래의 애플은 개인정보보호를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이는 강력한 라이벌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크롬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방향성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기업은 특히 플랫폼을 표방하는 거대 기업은 대개 광고중개업자가 많다. 이들의 경쟁력이란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소비자를 그들의 속성 정보와 행동 정보를 토대로 데려다주는 능력에 있다.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해 맞춤형 광고를 송출한다. 그 덕에 인터넷을 쳐다보는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광고를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탓에 행여나 쇼핑몰 상품 페이지를 잘못 클릭했다가는 주야장천 그 페이지의 상품이 맞춤 광고로 변해 나를 쫓아다닌다. 구매가 끝나도 스토킹은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완벽히 효율적이지도 않다.

나를 정말 얼마나 안다고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틀림 없이 잘 안다고, 내가 누군지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광고주에게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광고주는 그 말을 믿고 그 플랫폼 위에서 광고를 집행할 터다.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광고주들은 점점 이 광고 업자들에게 의존하기 시작하고 있고, 언론처럼 광고에 의존해 온 많은 비즈니스는 인터넷 업자의 수하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로 치자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세계적으로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그렇게 인터넷을 점령하게 되었다.

광고주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그 기술은 사람들이 효과적이라고 믿을수록, 점점 더 위력적으로 되어간다. 이 기술은 광고주와 소비자 사이의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를 향해 뚫린 길이라니. 오프라인에서라면 모든 비즈니스가 입지와 상권분석을 통해 어떻게 하면 유동인구가 다니는 길목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바로 그 경로였다. 그 경로에 맞춰서 데려다주겠다니 혹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광고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온라인의 그 경로는 플랫폼 업자에 의해 수시로 재조합되는데, 그 결과물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진다. 즉 인터넷은 이제 모두에게 서로 다른 공간이 되어 버리고 그 책임은 모두 각자가 지게 된다. 내 뉴스피드의 뉴스가 편파적으로 되는 것도, 광고가 지리멸렬한 것도 모두 내 탓이란다.

페이스북 주장, 호응 얻기 힘들어

더 큰 문제는 광고주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그 길이 정치인과 유권자를 이어주는 길 또한 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정치 광고는 가짜 뉴스와 팀을 이뤄 선동선전을 위한 작전과 공작의 수준이 되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로 어떻게 일국의 정치 지형이 온라인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이래, 각국은 인터넷 기업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떻게 정치와 시민을 잇고 있는지에 대해 모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전개는 어떠한 테크 기업도, 아니 어떠한 주식회사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 과도한 관심은 주주 이익을 오히려 해할 가능성이 커서다. 애플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애플은 GAFA(구글·애플 ·페이스북·아마존) 중 유일하게 본격적 광고 기업이 아니라서다. 아마존은 이미 미국 3위의 광고 기업이다. 상거래를 점령한 아마존에서 사람들이 상품을 아예 직접 검색하게 된 덕이다.) 이들과 묶여서 도매금으로 욕을 먹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애플은 점점 개인정보보호의 기치 아래 광고업자들이 쓰던 개인화 전술을 무력화하기 시작하기로 한다.

그리고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 마케팅을 강화한다.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이어진 이 철학은 여느 때보다 더 매력적인 차별화 요소가 되었다. 페이스북에 대해 애플의 팀 쿡 CEO는 “페이스북은 계속 웹과 앱을 넘나들며 유저를 ‘추적(트래킹)’할 수 있고, 다만 iOS 최신 버전에서 사용자의 허락을 투명하게 받으시라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약 올리 듯 트윗한다. 아이폰에 허가를 묻는 대화상자가 뜨는 날 나를 추적하시라고 허락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은 팀 쿡도 마크 저커버그도 잘 알고 있다.

동의를 묻는 화면은 소비자가 생각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광고 플랫폼은 소비자라는 상품을 광고주에게 선별 납품하는 일. 상품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사업 확장이 녹록지 않아진다. 번잡하고 귀찮아진다. 아무 생각 없이 추천해 주면 주는 대로 물건도 사고 클릭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내 속성과 내 행동 정보를 전달해 줘야 사업이 굴러간다. 하지만 상품 신세인 소비자에게도 생각이 있다. 광고주가 영세한지 부유한 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의 전면 광고가 실린 매체의 사설조차도 페이스북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매출 하락이라며.

전자프론터어재단(EFF) 등 소비자 권리 단체 등도 명시적으로 페이스북을 비난하고 애플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필두로 하는 인터넷 업체, 즉 광고업자들은 앞으로 모든 논리를 다 동원하여 이에 임전할 터다. 왜냐하면, 현대 인터넷이 무료인 이유는 바로 개인 맞춤형으로 정확히 배송되리라 믿는 광고, 즉 적고(適告)에 광고주들이 돈을 내고 있기 때문. 지금 이 업의 전제가 위태로워서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66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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