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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상승세로 재평가 기대 커졌지만 

 

돈으로 쌓아 올린 모래성… 급격한 유동성 붕괴에 주의해야

▎2021년 1월 7일 코스피(KOSPI) 지수가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며 하루 만에 장중 3000을 뛰어넘었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코스피 전광판. / 사진:연합뉴스
언제나 그렇듯 시장을 보는 눈은 극명하게 갈린다. 코스피(KOSPI)가 2900을 넘었다. 주가가 오를 거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추가 상승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 상승은 평가해줄 만한 몇 가지 사실을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소비수요가 늘고 있고, 제조업의 재고 축적이 활발해졌으며, 교역 확대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가 해당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코스피가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주가가 오르자 상승 논리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그 동안 우리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요인들이 이번 상승을 통해 사라졌다는 이른바 재평가 논리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애플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평가는 애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반도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만 반도체 업체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은 해당 부문에서 낮은 주가순이익배율(PER)을 받고 있었다. 이제 삼성전자의 저평가가 사라지고 제대로 된 가치를 받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재평가 논리가 무서운 것은 주가가 어느 수준이 되어야 제대로 된 평가가 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가에 한계를 지을 수 없는 만큼 지수가 얼마가 되든 상관없이 계속 상승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에 수급 개선이 더해졌다. 그 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낮은 수익률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저조했다. 이제 새로운 논리와 돈으로 무장한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새롭게 참여한 만큼 주가가 쉽게 후퇴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이 생각대로라면 코스피가 3000을 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록을 계속 써내려 갈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이 끌어올린 주가 상승세 ‘막차’ 경계

조만간 주가가 꺾일 거라고 보는 쪽은 상승의 출발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승의 출발이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었는데 주가가 충분히 상승한 만큼 유동성 장세가 막을 내릴 때가 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 번의 양적 완화를 시행했었다. 첫 번째는 2008년 11월에 있었는데 1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채권과 5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국채 매입을 내용으로 했다.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던 주가는 2009년 3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년간 82% 오른 후 조정에 들어갔다. 2차 양적 완화는 2010년 11월에 시행됐는데 6개월간 6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이 이루어졌다. 주가는 5개월간 15% 상승에 그쳤다. 마지막 3차 양적 완화는 2012년 9월에 있었다.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이 이루어져 주가가 3년에 걸쳐 70% 상승했다. 3차 양적 완화의 영향이 직전 두 번의 양적 완화에 비해 길게 진행된 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효과가 누적된 데다, 금융위기로 급격히 위축됐던 경기가 제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규모가 월간 400억 달러로 이전 두 번에 비해 늘어난 점도 효과를 높여준 요인이 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대유행하자 연준은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당시 발표된 내용 중에 3750억 달러의 미국 국채와 2500억 달러의 부동산담보증권(MBS) 매입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 둘만으로도 이전 양적 완화 규모를 뛰어넘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는 지난해 주요 20개국에서 7조6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양적 완화 규모도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0%, 영국과 캐나다가 9% 정도 된다고 평가했다. 이런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덕분에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해 3월 이후 80% 넘게 상승했다. 질병 발생으로 주가가 초기에 크게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상승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3차 양적 완화 이후 3년간 올랐던 상승 폭을 단 9개월 사이에 넘었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에 의한 주가 상승이 충분히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락장 대비 보유 주식 줄일 ‘타이밍’ 고려

이번 상승이 유동성에 의해 촉발됐다면 마지막 모습 역시 유동성장세의 일반적 형태에 맞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장세의 끝은 주가를 빠르고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투자자들이 다급해져 주식을 확보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슷한 흐름이 진행 중이다. 11월초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이 기존에 생각했던 시나리오 중 최악으로 끝났고,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연일 사상 최고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가가 올라가면 악재는 나중에 자연적으로 해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우리 시장에서는 성장주가 탈락하고 대형주가 득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가 상승의 기반이 돈인 만큼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사고 팔 수 있는 종목이 각광을 받아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바뀐 것이다.

유동성장세는 상승이 끝나면 빠르게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돈에 의해 상승한 부분이 사라지는 건데 2007년이 대표적이었다. 하루 최대 2조에 달하는 주식형 펀드 유입을 토대로 1400에서 출발한 주식시장이 8개월 만에 2080까지 50% 가까이 상승했지만, 주가가 꺾인 후 3개월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당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표면화돼 다른 때보다 약세요인이 강했다는 특이점이 있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동성장세가 끝나고 주가의 방향이 바뀌면 올라갔던 속도만큼 주가가 빠르게 하락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주식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인버스 ETF처럼 하락 때 이익을 보는 특수 상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상승의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주가의 방향이 바뀔 경우 이익이 빠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주가가 올랐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0년이나 2007년은 지금보다 시장 환경이 더 좋았고, 돈도 더 많았다. 주가가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봤지만 이를 챙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르는 주가에 취해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자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없이 높아졌다. 벌어지는 모든 일을 좋게 해석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분명한 건 지난해에 주가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해 경제나 기업실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사실이다. 최고가에서 과감하게 팔 자신이 없으면 이익이 난 상황에서 주식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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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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