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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영 팝콘 심리학] 코로나19 이후 세상,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까?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고 변화 모색해야 기회 얻어… 대공황 이후 아이들의 삶에서 교훈 얻어야

코로나19는 언제 끝날까. 작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는 소위 ‘신종 폐렴’ 보도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전염병이 이렇게 오랫동안 전 세계를 괴롭힐 줄은 전혀 몰랐다. 백신이 나왔다지만 코로나19의 기세는 아직 여전하다. 현재까지 전 세계의 확진자 수는 1억명, 사망자는 216만명을 넘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도 3차 유행을 멈추지 못해 감염자만 2천5백만명, 사망자는 42만명을 넘은 상태다. 코로나19는 질병 그 자체로서도 많은 이들에게 타격을 입혔지만 전 세계 경제에 미친 타격은 아직 그 규모를 파악하지도 못할 수준이다.

개인의 삶도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이 직장을 잃고, 사업을 접고,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시장의 변동과 대규모 양적완화 속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까. 많은 학자가 코로나 이후 세상을 예측하려고 하지만 지금까지 모두 미래의 일부만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교육 전문가들은 작년과 올해 초·중·등 교육 과정이 받은 타격을 심각하게 걱정한다. 등교수업보다 온라인 수업이 더 많았던 작년 한 해 동안, 아이들은 예전에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환경에서 공부하고 성장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 질문 앞에서 대공황기(the Great Depression)를 겪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떠오른다.

사회학자 글렌 엘더, 대공황기 아이들 성장 스토리 연구

대공황이란 1920년대 호황기를 누리던 세계 경제의 거품이 일시에 꺼진 1930년대의 경제 대침체 시기를 말한다. 그 시작은 1929년 10월 24일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폭락한 ‘검은 목요일’ 부터다. 이후 3년간 미국 주식 시가총액의 89%가 증발하고 길거리에 빈민들이 넘쳐났으며 사회불안도 극에 달했다. 대공황으로 인한 사회 혼란은 전 세계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자극해서 독일에서 나치의 집권, 일본에서 군국주의화를 이끌었으니 대공황이 제2차 세계대전의 근본적인 원인인 셈이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재직 중인 글렌 엘더(Glenn Elder)는 이 대공황기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했다. 그는 대공황 시작 당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과 영유아였던 아이들, 이렇게 두 집단의 아이들을 1929년부터 1970년대까지 수십 년간 추적했다. 그의 연구는 대공황이라는 사회적 격변이 개인의 성장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한 최초의 장기 종단연구였다.

엘더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든 아이는 대공황의 영향을 받았지만, 집단에 따라 그 영향력은 내용이나 방향이 달랐다. 영유아기의 아이들 운명은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의해 좌우되었다. 집안이 중산층 이상, 즉 부잣집이었던 아이들은 대공황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집안이 멀쩡하니 아이들도 별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학업성적도 평균 이상, 졸업 후에 취업이나 결혼도 별 어려움이 없었고, 나이 들어서도 또래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대공황은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집에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영유아들은 대공황으로 무너진 가정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자기도 했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 성적도 나빴고, 취업이나 결혼도 힘들었다. 힘든 성인기를 지내며 나이 들수록 정서적인 문제까지 심각해졌다. 그 어떤 집단보다도 나쁜 결과였다.

흥미로운 건 대공황 당시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의 성장 궤적이었다. 우선 부잣집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난한 생활을 했다. 어떻게 보자면 이들은 너무 무난했다. 집안이 무탈하니 자신도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고, 대공황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지금처럼 살면 충분하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졸업 이후부터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들의 인생은 졸업 이후부터 하락세였다. 나이가 들수록 성공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겪었다.

대공황기 중산층 이하 아이들 성공 가능성 높아

반면에 중산층 이하의 아이들은 극과 극이었다. 대공황과 함께 몰락한 집에서 범죄나 비행의 길로 빠져버린 아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족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벌어본 경험을 한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책임감, 독립심, 적극적인 태도를 키울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성취동기가 강했다. 공부도 열심히 했으니 학업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졸업 후에는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일찍 파악한 덕분에 새로 생겨난 전망 좋은 일자리들도 더 잘 알아봤다. 동기로 가득한 진보적인 노력가들이 2차 대전 후 경제성장 시기를 만났으니 그 결과도 대개 좋았다. 이들의 인생은 졸업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오르막이었다.

그들은 비슷한 경제적 수준의 부잣집 자녀들보다 더 만족스럽고 행복한 중년과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지금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스스로 일구어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대공황 이후 세상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 건 단지 그 아이들의 적극성과 노력 덕분만은 아니었다. 루스벨트 정부가 추진한 뉴딜 정책, 전쟁과 전후의 급속한 수요 증가, 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의 독과점을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초거대기업들이 해체됐다. 그 틈새로 신생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역동적인 경제 환경 등이 한데 모여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졌고, 변화에 눈뜬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어쨌거나 대공황처럼 전 세계를 압도한 재난도 어떤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위안과 희망을 준다. 코로나19 가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올바로 평가하려면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세대가 앞으로 어떤 성장경로를 밟게 될지도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모쪼록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한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기를, 이후의 세상에서 이 세대가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기를 바랄 뿐이다.

※ 필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를, 온라인게임 유저 한·일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험인간], [심리학오디세이], [팝콘심리학],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등을 썼고 [심리원리], [시간의 심리학],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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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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