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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2021년에 ‘IPO 명가’ 오르나] 카카오뱅크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대표주관사 선정 

 

양대 상장 대어 주관사 위엄...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제치나

▎ 사진:KB증권
KB증권이 연초부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대표주관사 자격을 획득하면서 기업공개 시장 내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2020년 카카오뱅크의 대표 상장 주관사를 따낸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다. 더구나 KB증권이 기업공개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의 업계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커진다.

지난 1월 28일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의 기업공개와 관련해 대표주관사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KB증권, 해외 증권사로는 모건스탠리를 선정해 통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기업공개 시장은 물론 역대 국내 상장 사례 가운데 최대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지난 2020년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빠르면 올해 4분기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으로는 50조~100조원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최소치인 50조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역대 최대치다.

2021년 상장 주관 실적 선두 예약


역대 국내 상장 종목 가운데 상장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 순위에서 선두는 셀트리온으로 상장일 시가총액은 35조원이다. 다만 셀트리온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기 때문에 신규 상장만 놓고 비교하면 2014년 상장한 삼성SDS가 25조원으로 최대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마치면 이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

KB증권이 기업공개 시장에서 약진할 것이란 예상은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예고되기 시작했다. 2020년 실적만 놓고 봐도 KB증권의 ECM(주식자본시장)본부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지난 2020년 12월 카카오뱅크의 상장 대표 주관사로도 선정됐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예상 시가총액은 20조원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역대급 기대주를 연거푸 KB증권이 가져가면서, 증권가에서는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선두 증권사 지위는 KB증권이 사실상 선점했다. 현재까지 연내 상장이 예상되는 곳 가운데 예상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정도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NH투자증권과 함께 카카오페이지의 상장 대표주관사에 이름을 올렸고, 크래프톤 상장 작업에서만 제외됐다. 크래프톤은 1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곳으로,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가 맡고 있다.

KB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증권사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사지만 지금까지 기업공개 시장에서 존재감은 미미했다. 자기자본 기준 1~3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국내 기업공개 시장 ‘빅3’를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한 반면 KB증권은 지금까지 공모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 빅딜의 대표 주관사 역할을 수행해본 경험이 없을 정도다. KB증권이 담당했던 기업고액 딜 가운데 공모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2020년에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로 당시 공모 규모는 4850억원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연이은 KB증권의 빅딜 확보가 ‘어부지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기업공개 시장의 ‘빅3’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는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배터리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에 RFP를 전송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관사 선정에서 특정 증권사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사유는 LG에너지솔루션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 시장 ‘빅3’ 아성 무너질까

NH투자증권은 추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다른 ‘빅3’ 증권사와 달리 표면적인 이해상충을 찾기 어려운 데다 ‘조 단위’ 상장 경험에서도 믿을만한 증권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SK IET 상장 주관사 자격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펼치면서 배제됐다는 추측이 나오지만 KB증권 역시 마찬가지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020년 9월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現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공표하자 일부 지분을 보유 중이던 NH·아문디자산운용이 반대하는 주주서한을 검토했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이 제외됐다는 추측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은 NH·아문디자산운용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설득력을 얻고 있는 해석은 KB증권 내부에서 찾는 방법이다. 2019년 미래에셋대우에서 돌아온 김현준 KB증권 PE사업부장이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훤미씨의 둘째 사위로 알려져 있다. 김 사업부장은 KB증권에서 ECM 이사로 근무하다 지난 2016년 미래에셋대우 기업금융2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지나 2019년 KB증권으로 돌아왔다.

초대형 딜의 주관사 선정 배경을 차치한다면 증권가의 관심은 KB증권이 기업공개 시장에서 공고한 ‘빅3’의 아성을 무너뜨릴지에 집중된다. KB증권이 10년여 간 채권 발행에서는 선두 증권사 자리를 굳히고 있는 만큼 IB명가로 명성을 넓혀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이 대형 딜을 따내면서 시장에서 각종 해석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며 “오랜 기간 IB 역량 확대에 공을 들인 만큼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72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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