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쿠팡 덕에 이베이코리아 몸값도 오른다?] 4조? 5조? 인수 경쟁에 ‘핫딜’ 커지나 

 

카카오·신세계·롯데·MBK 각축전… ‘수수료 장사’ 한계에 성장세는 주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 / 사진:이베이코리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주당 공모가가 35달러(약 4만원)로 책정됐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 달러(71조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본으로 물류센터 추가 설립이나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35달러에 따라 쿠팡은 이번 IPO로 40억 달러(약 5조원)에 가까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에 매각을 앞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e커머스 업계 3위 업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통해 3월 18일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매각주관사가 발송한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은 10여 곳이다. 롯데·신세계·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카카오, 홈플러스를 보유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안팎이다. 2019년 기준 매출액은 1조615억원, 영업이익은 615억원이다. 여기에 글로벌 1위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의 2020년 기준 주가매출비율(PSR) 3.9배를 적용하면 4조2700억원 수준의 몸값이 나온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이베이 기준 적정가치는 3조원대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막대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쿠팡과 달리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e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베이에서 한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하며 2019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14%가 이베이에서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국내 e커머스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시점에서 이베이코리아의 몸값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네이버커머스의 기업가치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가 5조원이라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베이가 2001년 옥션(8500억원)과 2009년 G마켓(1조6000억원) 인수에 들인 자금이 2조5000억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약 2배의 차익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쿠팡과 매출액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쿠팡은 물류망 확대와 더불어 로켓와우·쿠팡이츠 등의 확장성이 큰 서비스를 통해 고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한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7년 623억원에서 2019년 615억원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5조원도 비싸다는 지적이다. 기준점부터 다시 잡아야한다는 것. 글로벌 1위 업체인 아마존이나 국내 매출액이 비슷한 쿠팡과 비교하기보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이베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베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3조원대로 떨어진다. 2020년 기준 이베이의 PSR 배수는 3.5배 가량이다. 올해 전망치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 기준치를 적용할 경우 이베이코리아의 적정 기업가치는 3조8000억원 수준이다.

다소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은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유통기업들이 온라인을 통한 거래 확장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가 어디에 매각되느냐에 따라 온라인 쇼핑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카카오커머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를 비롯해 신세계(SSG닷컴)와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MBK파트너스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검토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e커머스 업계 시장점유율은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로, 1위 네이버커머스(17%)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인수 의지가 가장 강한 곳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미국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초부터 인수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난해 경쟁입찰 없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으로 인수하려고 매각 주관사와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물하기’ 기능을 중심으로 카카오커머스를 키우고 있지만 거래액 규모는 4조원대에 불과하다. 네이버(15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액 기준 20조원대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빅3’로 올라설 수 있다.

카카오, 이베이코리아 단독 인수협상 시도 보여

신세계그룹도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SSG닷컴 역시 지난해 4조원에 가까운 거래액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37%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주력 품목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연계돼 명품 등 럭셔리 제품과 신선식품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나머지 분야에선 다른 e커머스 업체에 밀리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3자 판매까지 가능해지면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롯데도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지난해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ON’을 내놨지만 론칭 1년이 다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e커머스 기업의 M&A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파트너스는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더욱 키운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매각가에도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면서 “쿠팡의 기업가치가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지금보다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