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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고점에서 20% 하락한 대형주와 반도체의 미래 

 

반도체 경기 개선은 분명하나 주가도 높은 수준

▎ 사진:SK하이닉스
‘LG전자, LG화학,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고점에서 20% 가까이 하락한 대형주들이다. 다른 종목도 여럿 있지만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다. 이들이 하락하면서 만들어진 공간을 반도체와 내수주 그리고 자원 관련주가 메웠다. 그리고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코스피 하락으로 남았다. 그 영향으로 코스피는 3000선 부근까지 내려왔다.

이 회사들의 주가가 왜 떨어졌을까? 가격이 너무 높아서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여러 논리가 통했지만 상승이 멈추자 현재 주가가 1~2년내에 발생하는 이익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 동안 주가와 이익 사이에 차이를 설명해줬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도마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익 증가가 주가에 반영된 상태

현대차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애플과 협상이 별 진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료로 이틀간 주가가 20% 넘게 상승한 게 기대 정도를 보여주는 예였다.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14% 룰’이라는 것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해당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는 순간 모든 투자가 새로운 기술 쪽으로 몰리면서 시장의 재편이 이루어진다는 분석이다. 19세기에 가로등은 가스로 불을 켜는 가스등이 대세였다. 전기가 발명돼 전체 가로등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자 가스등에 대한 투자는 사라지고 전기가 이를 대체했다.

다른 많은 산업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이 사례에 비춰보면 아직 전기차의 본격적인 경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진짜 경쟁은 전체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는 후부터인데, 이 때가 되면 지금 있는 내연 자동차회사들이 미래차를 본격 내놓고 실력을 겨룰 가능성이 높다.

가시화되지 않은 시장에 대한 기대가 투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성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LG화학은 자동차보다 한 발 앞서 있다. 2차전지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형성된 건 자동차와 유사하지만, 해당 부문에서 이익을 내고 있어 자동차보다 실체가 있다. 그래서 LG화학은 미래 가능성보다 주가의 적정성 여부가 문제가 된다. 2차 전지에 대한 기대가 100만원짜리 주가를 만들 정도로 큰 것인지에 관한 판단이 사람마다 달라 주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여러 대형주 주가는 유동성장세 때에 이미 실력보다 더 올랐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이다. 2012년에 현대차는 8조567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최고 기록이다. 그 덕분에 주가가 27만원까지 올랐다.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갑자기 늘었지만, 미국 자동차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고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리콜 사태로 대처 능력을 상실해 현대차 등 몇몇 회사가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독점한 데 따른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2022년 현대차가 6조7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걸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최고치의 80% 밖에 안 된다. 주가는 28만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3만원대로 후퇴한 상태다. 과거보다 작은 이익이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더 높은 수준이 된 건데 내년 이익의 많은 부분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그림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대형주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올해와 내년에 예상보다 더 큰 이익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묶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대형주가 빠진 공간을 다른 종목군이 메워 코스피가 오르는 그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한 달간 반도체와 내수주가 그 역할을 해왔다. 내수주 역시 높은 가격 때문에 주가가 더 오르기 힘들 걸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내수소비 부문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전통적인 유통업이 그랬고, 여행업은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업황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주가는 다르다.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주가가 작년 저점에서 150% 올랐다. 코로나19 이전 주가를 넘었을 뿐 아니라 코스피 상승률의 1.4배에 해당하는 상승을 기록했다.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상승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시장의 기대가 반도체로 모이고 있다. 미래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현재 실적도 양호해 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몇 년간 반도체 경기가 크게 상승하는 ‘빅 사이클’이 진행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디램 설비 투자 금액이 각각 49억달러, 40억달러였다. 2019년과 비교해 각각 21%, 38% 감소했다. 이 상태에서 수요가 늘었다. 페이스북·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서버 업체가 서버설비를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인데 그 영향으로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작년 말부터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주가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반도체도 실적에 대한 기대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했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이후 디램 가격이 급상승한 경우가 네 번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노트북 수요 증가, 2000년대 후반 모바일 기기 확산, 2013년 일본 디램 기업 엘피다 파산 직후, 그리고 2017~2018년 서버 수요 증가 때가 그 경우다. 이중 사이클이 가장 컸던 건 2017~2018년이다. 2018년에 삼성전자가 58조원, SK하이닉스가 2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정도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최고가는 9만5000원이었다.

2022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원이다. 주가는 15만원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조금 후퇴했다. 이익이 과거의 80% 정도 밖에 안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거의 두 배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도체 사이클이 2025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2018년보다 더 높은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실체가 없는 말이다. 그 동안 반도체 사이클이 2년 6개월을 넘은 예가 없었다. 이번만 특이하게 5년 가까이 호황이 계속된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명확하지 않다.

반도체는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마무리된 2019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018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만약 2022년까지 상승 사이클이 이어진다면 올 하반기를 지나면서 주가는 경기 하강에 대비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주가도 이를 반영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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