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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경기부양책의 위력과 중소형주의 부상 

 

대형주는 실적이 뒷받침될 때까지 소강상태 이어질 것

주식시장이 미국 금리와 경기부양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1월 중순 이후 두 달간은 금리의 영향력이 극대화됐던 시간이었다. 예상과 달리 시중금리가 갑자기 올랐고, 상승 폭도 하루에 8%를 넘는 날이 허다할 정도였다. 주가는 금리에 따라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3월 들어 금리 상승에 대한 반응이 약해지자 경기부양 대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에 서명한 걸 계기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번 경기부양책으로 실업수당 지급이 계속되고,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2020년 3월에 통과됐던 대규모 부양책과 마찬가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늘어난다는 의미다.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 20% 계층에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부양책 통과로 미국 경제 전망치가 크게 상승했다. 국제개발기구(OECD)는 2021년 미국 GDP 성장률이 2020년 12월에 비해 3.3%p 오른 6.5%가 될 거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 역시 1.1%p 올려 잡았다. 이번 부양책에 이어서 인프라 패키지도 추진될 예정이어서 시간일 갈수록 경기 모멘텀이 강해질 걸로 기대된다.

금리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 등장

부양책이 경제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 외에 지원금을 통한 주식매입이란 직접적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2020년 3월 미국에서 2조 달러 규모의 부양 패키지가 시행된 적이 있다. 그때 현금 보조를 받은 250만명의 계좌를 분석해봤더니 현금 지급이 이루어진 4월 중순 이후 한 주 동안 주식 거래에 사용된 돈이 90% 이상 늘어난 걸로 조사됐다. 보조금이 지급된 시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한 때와 맞물렸던 영향이 있지만, 정부의 현금 지원액 중 일정 부분이 주식 매매에 쓰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이번에 개인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은 2020년 3월에 지급했던 사례와 금액이나 기준이 유사하다. 미국의 35세 이하 개인 투자자 중 많은 숫자가 정부지원금의 절반을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월가에서는 4650억 달러 규모의 현금 지급액 중 37%인 1700억 달러가 증시로 유입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

부양책이 통과되기 전에는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걸로 전망됐었다. 이번이 마지막 부양책이 될 가능성이 높고, 부양책 얘기가 처음 나온 게 6개월 전이어서 재료로서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전망했던 것보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금리의 대응 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이 그 역할을 한 걸로 보인다.

당분간 금리는 시장 전체보다 개별 사안에 영향을 주는 매개체로 역할을 할 것이다.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나스닥 주가가 12%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다우지수와 유럽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의 영향이 일괄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인데, 나스닥은 2020년에 크게 오른데다 구성 종목이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장주로 구성돼 있어 하락이 컸던 걸로 보인다.

반면 유럽 시장은 주가 상승이 미국보다 작았고, 금융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 14.5%, 이탈리아 30.0%, 스페인 28.0% 등으로 미국의 10.8%에 비해 높아 금리 상승의 혜택을 보았다. 한국 시장은 나스닥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시가총액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1차 반응은 끝났다. 앞으로는 금리 상승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2차 반응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1차는 영향이 단기에 집중됐고,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움직였지만 2차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실체를 볼 수 없다. 어떻게 보면 2차 영향이 더 무서울 수 있다.

한때 박스권을 뚫고 내려갔던 코스피지수가 미국 경기 부양책의 영향으로 빠르게 제자리로 찾았다.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3200을 뚫지도, 그렇다고 3000 밑으로 떨어지지도 않는 상태에 머물 것이다. 시장이 둔해짐에 따라 투자자의 관심은 대형주로 모일 가능성이 높다.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대형주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에 그칠 정도였다. 그랬던 업종 대표주에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다. 기업 내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덕분이었다. 아직 기업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서인지 돈의 유입이 줄어들자 대형주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두 달 사이에 고점에서 20% 가까이 하락했다.

대형주 주가를 연초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 증가가 필요하다. 어지간한 증가가 아니라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연간 이익 증가율 50%를 훨씬 뛰어 넘을 정도의 획기적인 증가여야 한다. 지난 한 달간 IT, 소재, 산업재,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가 높아졌다.

반면 주가는 하락해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4.4배에서 13.1배로 낮아졌다. 고주가 부담에서 약간 벗어나기는 했지만 시장을 상승으로 돌려놓을 정도는 아니다. 실적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형주는 하락 부분을 만회하는데 그칠 것이다. 반도체 빅사이클이나 미래차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한번 상승했기 때문에 재료도 역할을 하기 힘들다. 이제는 기대가 현실이 되어야 한다.

이번 하락을 계기로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와 다른 형태의 시장이 펼쳐지는 건데, 중소형주가 새로운 개념의 주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거에도 코스피 급등이 끝난 후 중소형주가 오른 경우가 많았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대형주로는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아 매매 대상이 변한 것이다. 이 때부터 유동성 유입도 주춤해져 중소형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대형주 쇠퇴와 중소형주 부상 가능성

중소형주의 부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변화다. 유동성장세 때에는 주식수가 많으면 이익을 크게 나기 때문에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대형주가 각광을 받는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잘 알고 있어 추가 학습이 필요 없고 거래량도 많아 필요한 양을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 반면 중소형주는 투자 전에 많은 학습이 필요하지만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기 힘든 약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면에서 대형주와 차이가 나므로 이전과 다른 매매패턴이 필요하다.

2020년은 투자 환경이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였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상태에서 경기 부양까지 더해져 나쁜 요인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은 사정이 2020년만 못하다. 절대적 수준에서는 여전히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2020년이 워낙 좋았던 탓에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 건 절대적인 수준이 아니다. 너무나도 좋은 2020년을 보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77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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