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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나면 가해자가 '전액 보상'한다] 개정되는 자동차보험, 보험료 변동은? 

 

운전자 음주사고 책임 강화... 자동차보험료 인하될까

앞으로 자동차보험 가입자라도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 사실상 보험처리가 불가능해진다. 정부가 음주운전 시 사고부담금 상한을 없애는 개정안 도입에 나서서다.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직접 구상권을 청구해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향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손해율 하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이번 조치가 자동차보험료 인하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보험사, 구상권으로 보험금 돌려받는다.


지난 28일 국토교통부는 음주운전 사고 등 자동차보험에 가입했어도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는 음주운전, 무면허, 뺑소니 사고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전액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이런 중대 위반 행위로 사고를 냈더라도 사고부담금만 내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지난해 발생한 치킨배달 오토바이 사망사고 당시 보험사가 피해자 측에 지급한 보험금은 2억7000만원이었지만 가해자는 사고부담금 300만원만 부담했다. 보험사는 손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 부담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하반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2억7000만원)을 가해자에게 구상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손해율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됐다.

지난해 6월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은 대인배상Ⅰ이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물배상(2000만원 이하)이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임의보험(대인배상Ⅱ) 사고부담금이 상향되며 음주운전자는 최대 1억6500만원을 보상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 조치로 연간 0.4%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는 아예 사고부담금 상한을 없앴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고부담금에 따른 손해율 영향? 업계는 “미미하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어려워보인다. 지난해 6월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이 상향됐지만 연간으로 봤을 때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자동차보험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판매사 빅4(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평균 손해율은 85%였지만, 7월(85.2%), 9월(85.8%), 11월(87.65)까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빅4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8.2%로 하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철 빙판길 등 계절적 영향을 감안해야겠지만, 사실상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상향에 따른 손해율 하락 영향은 미미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액은 연간 500억~1000억원 수준"이라며 "사고부담금 제도 변경이 손해율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더 장기간의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는 통계를 내기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사고부담금을 높이는 것은 당장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측면이 더 크다"며 "단기적으로 보험사 손해율 하락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자동차 정비수가 상승이 예상돼 자동차보험료가 오히려 인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 정비업계는 인건비·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정비수가 8.2% 인상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토부에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정비수가가 오를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손해율이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사고부담금 강화 등 운전자의 자기책임원칙 강화와 함께 경미한 법규위반 시 자동차보험료 할증 제외나 고가수리비 차량 보험료 할증 강화 등을 도입한 상태다. 이번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구상권 청구 등 운전자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라 장기적으로 손해율이 하락하면 보험료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 이외에도 12대 중과실 사고 시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2대 중과실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앞지르기 위반, 건널목 위반, 횡단보도 위반, 무면허, 음주, 보도 침범, 개문발차, 스쿨존 위반, 화물고정 위반 등이다. 그동안 차대 차 사고 시 물적 피해는 과실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해 왔다. 하지만 음주운전 등 상대방이 명백한 과실을 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상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불공정한 차 수리비 부담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또 가해차량이 고급차량인 경우 오히려 피해자가 배상해줘야 하는 금액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 김정훈 기자 kim.j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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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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