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이색·트렌드 표방한 ‘금융 체험존’ 가보니] “슈퍼에서 장바구니에 주식 담고…” AI는 ‘금융 선생님’ 

 

NH투자증권 ‘NH슈퍼스톡마켓’·KB국민은행 ‘AI 체험존’, 미래고객 선점 경쟁

▎서울 여의도 ‘더 현대’에 위치한 ‘NH슈퍼스톡마켓’. / 사진:김하늬 기자
금융업이 미래 고객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이후 태어난 Z세대를 통칭)에 꽂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와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그동안의 전통·보수적인 금융 이미지는 낮은 금리와 함께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업계는 주식 종목을 쇼핑 하듯 살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거나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비대면 체험 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주식을 쇼핑하듯 투자할 수 있다고요?”


▎KB국민은행 AI체험존 / 사진:김하늬 기자
MZ세대이자 ‘주린이(주식+어린이)’, ‘재테크 초보자’인 기자가 최근 화두인 금융 체험존을 직접 체험해봤다.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개설된 팝업스토어 ‘NH슈퍼스톡마켓’을 찾았다.

마트 카트가 한켠에 전시된 이 공간은 NH투자증권 고유 브랜드 색상인 블루, 옐로우 컬러에 생동감을 강조해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QR코드와 간단한 열체크 후 입장하자 모의투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된 휴대폰을 제공받았다. 휴대폰으로 종목 NFC(근거리무선통신)카드를 태그하면 매수할 수 있는 방식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슈퍼마켓 콘셉트 공간에 전시된 주식 종목을 쇼핑하듯이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하는 이색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MZ세대만을 타깃으로 한 첫 팝업스토어인 만큼 회사에서도 큰 그림을 갖고 미래형 영업점이 될 수 있는지 ‘프리테스트’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 팝업스토어에서 NH투자증권은 시드머니 1억원 이내로 모의투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간 수익률 상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에 10명씩, 6주간 총 60명을 선정해 현대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을 제공한다. 이에 모의투자라고 해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싶은 ‘주린이’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교통을 이용하거나 상품 구매 시 NFC 결제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종목 매수는 어렵지 않았다. 평소 눈여겨보았던 카카오 종목 옆에 비치된 NFC 카드에 휴대폰을 대니 기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 밑에 투자금액 창이 떴다. 일단 100주(약 5000만원)를 주문해봤고 이 종목은 장바구니에 곧바로 옮겨졌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장중 50만원을 돌파했다. JP모건, 메릴린치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상승 중이었다. 카카오 주가가 50만원(종가 기준)을 넘어섰던 것은 2월 19일(50만4000원)이후 약 한 달만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IPO(기업공개)가 기대되고 카카오엔터도 내년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 등 주력 자회사 지분가치 상향 조정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53만원) 대비 6% 상향한 56만원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 투자는 ‘주린이’기자에게 ‘빨간불’ 설렘을 가져다주기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네이버,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주린이’에게 코스피 우량주는 가장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상이다. 위 종목 모두는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들기 때문이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들 종목의 선제적 매수를 조언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도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디램 가격 급등과 낸드 턴어라운드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매우 빠르게 개선됐다”며 “올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26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0.8% 늘어난 47조10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관련해선 “쿠팡의 일본 진출이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 간 통합을 위해 출범시킨 중간 지주사 Z홀딩스를 통할 것”이라는 외신의 추측 보도가 있었다. LG화학은 북미지역 한파 영향으로 단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스피 대형 바이오주인 삼성바이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K-바이오’ 기대로 지난해 김흥종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최성수 고위 외무공무원 배우자 등 고위공직자들과 가족들이 대거 매수했단 소식이 떴다.

‘주린이’지만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긴 모든 종목을 매수해 응모를 마치려는 순간 화상상담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상담자들이 많아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차례가 돌아와 상담부스에 들어가자 NH투자증권 화상상담원이 ‘주린이’기자를 맞이했다. 곧바로 장바구니에 담긴 투자 종목을 보여주며 “이대로 응모하면 되겠냐”고 묻자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분산 투자가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상담원은 이번 행사는 모의투자이기 때문에 해외주식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주만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변동성이 큰 해외 주식을 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조언이었다. 상담원은 테슬라, 도어대시, 버진갤럭틱를 추천했다.

‘주린이’는 반신반의했다. 테슬라의 경우 주가의 단기 흐름을 보여주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중기흐름을 보여주는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데드크로스 발생 후 회복하지 못하면 추세적 약세에 돌입할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상담원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구매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비트코인의 상용화에 상당한 진전”이라며 “최근 비트코인이 7000만원대로 올라서고 있는데 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어대시는 미국에서도 우버이츠, 그랩허브를 밀어내고 음식배달 시장 1위를 차지했고, 버진갤럭틱은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우드가 투자금을 배분했다”고 언급했다.

귀가 솔깃해진 기자는 세 종목 중 그나마 가장 익숙한 테슬라를 ‘풀매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해외증시는 상·하한가가 없다”며 “한 주만에 승부를 봐야 하는 모의 투자이기 때문에 변동성 높은 해외 종목을 추천해드렸지만 시장 상황은 무당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담은 참고로 하시라”로 전했다.

종목을 쇼핑하듯 구매해보니 직접 HTS를 이용해 복잡하게 투자한 것보다 쉽고 재밌는 ‘게임’ 같은 경험이었다. 또 상시 대기하고 있는 화상상담원을 통해 비대면 상담을 하니 궁금했던 투자 전략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속시원히 물어볼 수 있었다. 친근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MZ세대에는 최적이란 생각이 든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3월 26일에 오픈한 ‘NH슈퍼스톡마켓’은 6일간 5173명의 고객이 다녀갔는데 대부분 MZ세대였다”며 “평일은 500~600명, 주말은 1000~1300명 정도도 다녀갔는데 ‘더 현대’ 점포 중에서 ‘NH슈퍼스톡마켓’에 가장 많은 고객이 다녀갔다고 했다”고 밝혔다.

“AI와의 상담이 더 편해요”… MZ, 핀테크로 잡는다?

KB국민은행은 우리나라 주요 시중은행에서 AI가 이끄는 은행의 모습을 발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4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사옥에 있는 AI 체험존을 찾았다. 키오스크는 아바타가 등장해 KB국민은행 신사옥을 소개하는가 하면 AI상담원이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등 개인 맞춤 금융 상담을 안내해준다. AI 상담원은 실제 은행 영업점에 배치할 예정이며 올 4월에는 실물크기의 로봇도 설치해 금융 소비자를 맞이할 계획이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 부장은 “올해 11월까지는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틈 날 때마다 방문해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구 부장은 “윤 회장과 허 은행장이 지난해 사업계획에서 ‘체험존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이 가운데 AI기술을 특화했다”며 “지난해 금융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AI혁신센터를 개원했고, 궁극적으로는 AI 상담원이란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재테크 시장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금융업의 변화는 결국 핀테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KB증권은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합작해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1월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시’를 출시하는 등 AI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카사’ 서비스도 모바일을 통해 최소 5000원 단위부터 상용용 자산유동화증권(DABS)에 투자할 수 있다. 강남 등 서울 지역 상업용 DABS 청약이 시작되면 예치금을 넣은 후, 수량을 입력해 청약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첫 공모에 나선 서울 강남 빌딩 투자에는 하루 만에 493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미술 작품 소유권을 나눠 가진 뒤 대여·매각하며 수익을 내는 ‘그림 P2P’도 주 고객이 MZ세대다. 마치 게임에서 점수를 올리듯 거래를 하며 재빨리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처럼 MZ세대는 진지한 대면 만남보다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현상은 신종로코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더 두드러졌다. 대면 영업이 중요했던 은행에겐 위기인 시점이다. 영국 금융시장 전문가 크리스 스키너는 IT기술을 등에 업은 금융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그 기술 중 하나는 AI기술이라고 단언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은 “현실화된 플랫폼 비즈니스의 베이스가 약해지면 전통 금융은 서비스 질 뿐만 아니라 고객까지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며 “금융서비스는 유통, 게임, 헬스와 융합하기 쉽다. 이 분야는 MZ세대의 로열티가 큰 만큼 금융으로서는 MZ 고객을 확보하고 확장하는 데 핀테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1579호 (2021.04.0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