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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열 리얼 포커스] 고가주택 기준 9억원, 조정해야 할까 

 

“상황 맞춰 종부세 상향 조정” VS “대출 문턱 낮아지면 투기 증가”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무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20년 1월 9억원을 처음 기록한 뒤 이젠 1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7333만원으로 전년 동월(9억1812만원)대비 5521만원 상승했다.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133만원으로 9억원을, 강남 11개 자치구 아파트 중위값은 11억7211만원으로 12억원을 각각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들의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서울 강남 아파트를 필두로 전국 아파트들이 ‘키 맞추기’를 하니,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던 노·도·강 아파트도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동아청솔 전용면적 59.76㎡은 올해 1월에 6억7500만원(14층)에 거래됐지만, 3월엔 8억2000만원에 거래돼 2개월만에 1억4500만원이나 치솟았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금호타운 전용 84.98㎡도 1월에 7억5000만원(14층)에, 3월엔 8억3000만원(13층)에 실거래 돼 8000만원이나 뛰었다. 같은 기간 강북구 미아동의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59㎡도 5억5000만원(4층)에서 6억500만원(6층)으로 5500만원 상승했다. 이렇게 서울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도 상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종부세 납부하는 1주택자 급증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자 2005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도입했다. 고가주택·다주택자에게 재산세에 더해 종부세를 도입해 부유세 성격이 크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아져 종부세를 납부하는 가구도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0년간 주택분 종부세 결정 및 고지현황’에 따르면 2016년 1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6만9000명이었는데, 지난해엔 29만100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1주택자의 종부세액도 2016년 339억원에서 2018년 71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경우 세액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1주택자 고지액만 3188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공시지가 9억원 기준’이 13년째 그대로여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인 9억원은 2008년 고가주택을 구분하는 잣대가 됐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서울 강남구는 3월 29일 기획재정부에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고 건의를 했다. 이와 함께 공시지가 6억원 이하에 적용하는 특례세율 기준도 9억원으로 상향하는 안도 행정안전부에 제시하는 등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을 다시 잡자는 의견을 내놨다.

지방에도 종부세 아파트 첫 등장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세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제도 적용된다. 9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하면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취득세율이 3.3%로 높아진다. 여기에 2019년에 발표된 12·16부동산 대책으로 시세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대출규제로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줄었고, 연간 소득 대비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상환비율을 뜻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규제가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초과면 주택연금에도 가입할 수 없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방식으로 지급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 기준도 9억원인 만큼, 가입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향해가는 상황에, 최근 물가 상황과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해 정부가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가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면 12억원 이하의 아파트들이 대출을 받기 쉬워져, 그만큼 투기 수요가 유입되고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5~10년에 걸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율)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세부담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풍선효과가 지방까지 확산되면서 울산과 충북에도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내년엔 종부세 부과 아파트가 더욱 늘어나게 돼 종부세 부과 기준도 상황에 맞게 조정하자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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