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국산 게임 공세, 심상치 않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기회의 땅’에서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 판호 전면 개방 시기 여전히 ‘미지수’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 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홈페이지 캡쳐
중국 게임산업이 최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기회의 땅’이 아닌 국내 게임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 판호가 본격적으로 발급되더라도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7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국산 게임은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중국 온라인게임 점유율 70%를 차지할 정도로 콘텐트 수급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위메이드의 ‘미르2’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국민게임’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시장 흐름이 온라인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변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오히려 중국에 위협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3월 이후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반면 중국 게임들은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화면서 국내 게임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판호에는 크게 내자판호(중국 내 게임에 부여하는 판호)와 외자판호(해외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가 있다.

한국 게임 판호 불허와 관련해 중국이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게임 업계는 2016년 벌어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드 갈등 이후 판호 재발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가 4년 만에 판호를 획득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해당 중국 판호 발급이 국산 게임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해제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 소수의 제한된 외자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서로 쟁탈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은 전략적으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인기 게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호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보다 우위에 있던 국산 게임… 이제는 상황 역전

더 큰 문제는 판호 발급 이후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게임은 중국 게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더이상 국산 게임이 중국 게임보다 낫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출시한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모바일앱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는 원신 ‘모바일 버전’이 출시 후 약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판호가 대량으로 풀려 국내 인기 모바일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들은 국산 게임들을 제치고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실제로 4월 1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게임 20위권 가운데 5개가 중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들로 조사됐다. 매출 4위를 기록한 ‘기적의검’은 중국 게임사 4399코리아에서 개발했으며, 매출 5위를 기록한 ‘라이즈오브킹덤즈’도 중국 게임사 릴리스게임즈가 만든 게임이다. 비교적 최근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삼국지 전략판’과 ‘원펀맨:최강의남자’도 중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들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을 따라잡은 지 오래”라며 “그동안 미르나 던파 같은 IP파워로 먹고 살았는데, 최근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뛰어난 IP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P 다양성 측면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모바일게임이 RPG 장르에 편중된 것과 비교해 중국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골고루 개발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신규 IP 개발에 소홀한 것과 달리 중국은 일본, 미국 등 IP 강국들의 인기 IP를 비싼 가격에 들여와 이를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에 대해 기존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국내 게임사가 출시한 신작 IP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모바일 매출 상위 게임들은 죄다 10년 전, 20년 전 출시된 게임들이다. 이미 기술력에서뿐만 아니라 IP 파워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중국 게임은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자본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투자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이질감 없는 한글화와 유명 국내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하는 등의 현지화 전략이 국내 이용자들의 중국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점차 옅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1583호 (2021.05.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