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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정경유착의 불행한 종말” 

MH의 자살과 현대 비자금 파문 

이상렬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2003년 8월 4일 새벽,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 12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MH는 불패신화를 이루며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후계자였다. 그는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지만, 왕(王)회장 정주영이 남긴 꿈도 MH와 함께 묻혔다. 그가 바란 것이 대북사업의 지속뿐이었을까. MH의 사후에 드러난 거액의 비자금 파문은 그의 죽음에 드리워진 정경유착의 불행한 그림자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다.

정몽헌 회장은 세상을 버리기 전 검찰의 비자금 수사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다. 검찰은 7월 말부터 현대그룹의 비자금에 대해 MH를 집중 추궁했다. MH의 오른팔이었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MH의 빈소에서 “회장님이 다 막으려고 돌아가신 거예요”라며 흐느꼈다.

MH와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대북송금 특별검사팀과 검찰에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각각 150억원과 200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박씨와 권씨, 두 사람은 김대중(DJ) 정권의 최대 실력자들이었다. 박씨는 ‘대통령(代統領)’으로까지 불렸고, 권씨는 DJ정권의 2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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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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