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42년 만의 귀국전, 아직도 대작을 꿈꿉니다” 

한국 추상화단의 원로 한묵 

박일호 /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철학박사
선 ·원 ·면으로 우주공간을 담아낼 수 있을까. 빨강 ·파랑 ·노랑 3원색으로 자연과 우주만물의 오묘한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을 세세히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부분은 생략하고 어느 부분은 강조하면서 우주 만물의 함축성 있는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보는 사람들과 같이 공감하게 된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상미술의 세계는 그렇게 출발한다.

1914년생, 우리 나이로 90세인 한묵(韓默) 화백은 그런 추상미술 속에 한평생을 빠져 살고 있다. 우리 미술사 속에서 대표적인 기하학적 추상화가이다. 40년 넘게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 화백이 국립 현대미술관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초청돼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를 펼치고 있다. 오랜만에 서울을 찾은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한묵 화백은 귀국 이후 고령에 감당이 쉽지 않은 고된 일정 탓인지 감기를 앓고 있었다.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그 미안한 마음을 면해 보려고 이제는 대작보다는 작은 작품이 우선일 것이고, 아무래도 힘이 많이 필요한 작업은 어렵지 않겠는지 물어 보았다. 하지만 조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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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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