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촛불의 추억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발행인

‘촛불의 추억’이라고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까. 혹시 그 옛날 전깃불이 갑자기 ‘퍽’하고 나가면 켜 들던 그 촛불이 생각나나요? 그런 분이라면 지난 시절의 눈물겨웠던 일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사실 1년 전 그 파동만 없었다면 이런 양초의 추억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저녁을 먹는 도중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우왕좌왕하며 양초를 찾던 일 말입니다.

서랍에 있어야 할 양초가 없고, 누가 가져갔느냐며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면 밥맛도 다 달아나곤 했지요. 하지만 이런 옛날 얘기를 하고 있기엔 한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촛불 시위 1주년을 축하하고 그때의 함성을 되살리자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들은 ‘미국 소=광우병 소’라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에 총궐기를 선언했습니다. 한겧?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을 내주었다고 정부를 맹공했습니다.

인터넷에선 ‘머지않아 이 땅에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는 공포가 확대재생산 됐습니다. 그 결과 물정도 잘 모르는 10대와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됐고, 지금은 대형 할인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촛불 시위를 벌인다고 했지만 말장난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지금이라도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런 우려는 미국에서도 낯설 뿐입니다.

광우병의 원인은 동물성 사료로 규명됐고, 그래서 통제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전염병도 아닙니다. 최근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플루 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위험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하는 과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촛불의 열기를 이어가자며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은 국민 보건을 내세우지만 그건 포장에 불과합니다. 반대하는 진짜 속셈은 지금의 정권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MB 정부에 대해 실망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인 정권의 탄생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1년 전 촛불 시위 때 저는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 시청 앞 시위 대열 속에 들어가봤습니다.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도 많았지만 저소득층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가지지 못한 이들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은 인지상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부류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잘 먹고 잘사는데도 ‘촛불식 언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 놀라곤 합니다. 누가 봐도 기득권 층인데도 발언은 반사회적입니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이 먹히는 처세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처신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는 사회 정의나 공동선을 외치지만 행동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꼬집어도 그들이 달라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이런 글이 그들을 더욱 적대적으로 만들어 우리 사회의 골을 깊게 파지나 않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200906호 (20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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