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대한민국 富의 대 이동 - 100대 부자 10년 새 53명 교체 1조 넘는 슈퍼 리치 1명서 24명으로 

 

조득진 기자
10년새 대한민국 부의 지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포브스코리아가 부자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2003년 이후의 부의 이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흥부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순위도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부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3년 100대 부자들의 평균 재산은 9300억원이 넘는다. 이는 2003년 평균 재산의 5배 가까운 액수다. 최고 부자의 재산은 1조4000억 원에서 11조4000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에는 2100억 원 정도의 재산이 있어야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부자들의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철강·화학·전기 등 전통 산업의 부자들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리스트를 보면 들고남이 확연하다. 특히 순위 50대 이후 부자들의 부침이 심했다. 굴지의 그룹들이 계열분리와 2·3세 경영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자 개별 기업 오너들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눈에 띄는 것은 패션·유통·IT·바이오·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신흥부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성가형이다. 한국 사회의 문화와 소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모하면서 산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새 절반 이상 교체

포브스코리아는 해마다 한국의 부자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2003년 ‘100대 부자’를 시작으로 매년 ‘400대 부자’ ‘100대 부자’ ‘40대 부자’ 등을 번갈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는 상장사(코스피·코스닥) 보유지분과 비상장사 순자산가치를 합산해 산정한다.

10년 새 100대 부자들의 평균 재산은 1959억 원에서 936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1조 원 이상 재산을 가진 부자가 2003년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24명으로 늘었다.

1조 원 이상 재산을 가진 부자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자녀 3명이 모두 올라 눈에 띈다. 가족의 재산을 합치면 19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나란히 앞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구 회장 부자의 재산을 합치면 10조6000억 원이 넘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도 1조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본능·구본식 희성그룹 형제도 리스트에 올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모자도 1조 원 클럽에 들었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의 재산은 10년 새 크게 늘었다. 2003년 1위를 차지한 이건희 회장의 당시 재산은 1조 4280억 원이었다. 2013년에도 1위를 차지한 그의 재산은 11조4677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2008년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에게 1위 자리를 내 준 것을 제외하고는 10년 동안 줄곧 1위를 지켰다.

100대 부자 커트라인은 2003년 640억 원에서 2013년 2127억 원으로 3배 이상 높아졌다. 2013년 부자 100위는 장형진 영풍 회장의 차남인 장세환씨. 그는 32세로 100대 부자 중 최연소다. 그의 재산은 2003년 을 기준으로 보면 20위에 해당한다.

부자 지도 변화는 100대 부자 리스트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2003년 100대 부자 중 절반 이상이 2013년 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0위권 내에서는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전배 리츠칼튼서울 회장, 남승우 풀무원 사장, 배중호 국순당 사장, 우석형 신도리코 사장,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사장 등의 이름이 사라졌다.

51~100위권에서는 37명이 빠졌다. 그 자리엔 신흥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김정주 NXC 대표, 이중근 부영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준일 락앤락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회장, 이준호 NHN COO 등이 50위권에 들었다. 51~100대의 경우 36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전통 재벌의 아성에 신흥부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달라진 경제 환경과 트렌드의 변화가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 2000년대 초반 버블 붕괴로 몰락했던 벤처신화가 최근 몇 년 새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성공은 세계 산업지도를 바꾸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한 1990년대의 실리콘밸리 붐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대기업 틈새 뚫은 신흥부자들

IT·엔터터테인먼트 등 신흥부자들의 ‘성공 신화’는 주식 상장을 통해 이뤄졌다. 기술 개발과 차별화한 콘텐트로 자본을 끌어당겼다.

2013년 조사 결과 자수성가 부자는 27명이다. 김정주 NXC 대표 외에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관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의장,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 천종윤 씨젠 대표,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대표 등이다. 자수성가 부자들은 2003년 29명에 비해 수가 줄었으나 김정주 대표가 재산 순위 3위에 오르며 그룹 오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 신흥부자들은 기존 대기업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인터넷포털과 게임·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부를 일궜다. 이들의 공통점은 콘텐트 개발과 함께 자본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짚었다는 것이다. 김현우 리딩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단적으로 이수만 회장과 양현석 대표가 소녀시대와 빅뱅을 통해서만 돈을 벌려고 했다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큰 돈을 버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자본시장과 소통하면서 미래의 가치를 앞당겨 가져왔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된 것도 ‘리니지’란 대박 게임과 함께 주식시장의 지원을 받은 결과였다. 사업의 성패는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데 달려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이동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캐피털마켓에 다른 참가자들이 활발하게 진입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돈이 움직이게 됐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새로운 부자 코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너 일가로서 재산을 물려받거나 경영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키운 경우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100대 부자 중 70%에 가깝다. 이들은 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기업을 늘렸고, 시장점유율 확대로 자산 가치를 키웠다.

100대 부자 중 50세 미만은 2003년 33명에서 2013년 30명으로 줄었다. 2003년 부자들 중 오너 일가 자녀들이 재산을 늘려왔고, 신흥부자들 또한 오랜 기간 사업을 하다 최근 몇 년 새 상장한 경우가 많아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 100대 부자 중 여성은 6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이화경 오리온 사장,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 부자 9명 모두 오너 일가다.

IT·바이오·엔터테인먼트 뜨고 호텔 지다

100대 부자 산업별 현황에서도 변화는 나타났다. 특징적인 것은 금융·보험과 부동산건설, IT·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신흥부자가 속속 등장한 반면 교육과 호텔 업계 부자들이 줄었다는 점이다. 금융·보험 업계에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이 눈에 띈다.

부동산·건설에서는 이중근 부영 회장, 신선호 센트럴시티 회장, 승만호 서부티엔디 대표가 눈에 띈다. IT·바이오·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김정주 NSC 대표, 이준호 NHN COO,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천종윤 씨젠 대표,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의장,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100대 부자 리스트에 4명이 오른 호텔 업계는 2013년에는 한 명도 없다. 이전배 리츠칼튼서울 회장, 서정호 노보텔엠배서더호텔 회장이 리스트에서 빠졌다.




201301호 (2012.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