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건강의 달인④ - 앉지 말고 서서 생활해라 

 

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대표
전세일 원장의 건강 비결…자신에게 맞는 운동 꾸준히 하고 질병 예방 위한 생활 습관 들여야



‘청려장(靑藜杖)’. 1년생 명아주 뿌리를 9번 삶아 만든 지팡이다. 통일신라 때 나라에서 장수 노인에게 하사한 선물이다. 이 지팡이를 받을 수 있는 나이는 불과 70세였다. 호모 센테내리안(Centenarian). 이른바 한 세기를 넘긴 초고령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100세인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이런 노인이 사는 곳은 장수촌이 됐고, 이들의 식생활은 뉴스가 됐다. 의학계가 공인(?)한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살. 질병 없이 완벽한 건강상태를 유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명이다. 과연 가능할까.

120세는 충분히 살 것을 예견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전세일 차의과학대학 통합의학대학원장이다. 그는 78세지만 건강나이는 40대를 능가한다. 중년에 훈장처럼 따라다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물론 퇴행성 요통이나 관절통이 없다. 이 나이쯤이면 남성호르몬이나 신진대사가 떨어져 만성피로와 의욕저하, 기억력 감퇴가 올만도한데 이런 증상을 모르고 산다. 비타민이나 건강식품도 애용하지 않는다. 그의 역동성은 이력서가 보여준다. 연구·교육·강의를 하면서 갖고 있는 직함이 16개다.


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보자. 자택은 경기도 파주 교하리다. 출퇴근을 위해 1시간 이상 운전한다.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 퇴근도 저녁 10시다. 12시간을 근무하는 셈. 취침 시간은 새벽 3시. 하루 일정이 보통 사람보다 4~5시간 밀려 있다.

하루 식사 시간은 일반인에게 점심·저녁·야참이다. 그렇다고 그는 자신의 하루 생활주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사람마다 다른 생체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집에 있는 책상엔 의자가 없다. 서서 작업할 수 있도록 책상이 높다. 몇 시간이라도 서서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독서를 한다. 사무실에서도 가능하면 앉지 않는다. 식사·회의·손님 접대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앉는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급속히 위축되는 사르코페니아 현상이 생깁니다. 순발력에 필요한 다리의 속근이 위축되고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이 자주 발생하지요.”

그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점은 “몇 시간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심지어 운전하는 시간조차도 운동을 한다.

“대부분 운전자가 의자를 고정한 채 운전하는 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죠. 몸에 가장 나쁜 자세는 꼼작 않고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신호를 기다릴 때 의자를 앞뒤로 움직여 팔·다리 스트레칭과 운동을 한다. 이렇게 하면 운전을 오래해도 피곤함을 모른단다.

운전석은 힐링 공간이다. 스피커를 크게 틀어 놓고 팔을 통해 전달되는 음악의 떨림을 느낀다. 안전을 위해 바깥 차선에서 느리게 가는 차를 쫓아간다.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목청껏 소리도 지른다. “소리의 떨림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고, 뇌에서 세로토닌과 같은 행복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도록 합니다. 소리를 지르면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폐·호흡 운동이 되죠.”

상체운동은 특이하다. 새가 퍼덕거리듯 팔을 날갯짓한다. 팔을 펴고 위·아래에서, 등 뒤에서 그리고 앞에서(손을 부딪치지 않고 박수 치듯), 옆으로 날갯짓하듯 2~3분 운동한다. 횟수와 속도·시간은 각자 능력대로 한다. 한번에 오래 해도 무방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쪼개 해도 좋다. 단 날갯짓 할 때는 팔꿈치를 펴고 팔을 쭉 뻗는다.

이런 간단한 동작이 어떻게 건강에 도움이 될까. “현대인은 상체가 아주 부실합니다.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지 않다보니 젊은 나이에 오십견이 오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 어깨 손상을 입습니다.” 실제 날갯짓을 해보면 운동량이 보통 아니다. 가슴과 등까지 뻐근하고, 호흡이 가빠진다. 근육 자극뿐 아니라 스트레칭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특히 VDT증후군(컴퓨터단말기증후군)이나 어깨가 굳는 중년에 탁월하다.

그의 건강관리는 3P로 요약된다. 첫째 개인 맞춤(Personality)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건강법이라도 내가 꼭 따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운동이 그렇다. 체력을 넘어서는 강도 높은 운동이나 시간을 들여 하는 스포츠는 스트레스를 줄뿐 아니라 스포츠 손상이라는 화근을 부른다. 그는 골프나 탁구를 즐기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할 뿐 억지로 시간을 내지 않는다. 평생 하던 운동이라면 규칙적으로 하라고권한다.

둘째는 예방(Prevention)이다. 무엇을 먹든 어떤 행동을 하든 질병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것. 당뇨나 고혈압으로 가는 대사질환증후군이 나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셋째는 참여(Participation)다. 아무리 좋은 건강법이라도 직접 경험하고, 체득해야 내 것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피하기’보다 ‘극복하라’고 권한다. 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커피의 항산화 효소는 세포의 노화를 방지한다. 염증 억제물질이 들어있고, 최근엔 당뇨병 예방 기능이 있다는 논문도 나온다. 각성효과는 일의 집중력을 높인다.

문제는 건강효과가 있음에도 체질이 카페인에 취약하면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 원장 역시 그랬다. “오전에 한 잔 마셔도 그 날 잠을 못잘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하루에 10분의 1잔씩 먹으면서 양을 늘려갔어요. 열흘 걸린 셈이죠. 이렇게 조금씩 늘리다보니 지금은 하루 3잔 마셔도 잠을 잘 잡니다.”

술도 그렇다. 그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어 술자리를 삼간다. 술을 피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매일 자신의 주량에 맞게 술을 활용(?)한다.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어 적당량 마신다. 음주가가 아닌 애주가다.

그는 한국 통합의학의 ‘대명사’다. 서양의학에 한의학은 물론 각종 대체요법을 접목하기 위한 자리라면 불철주야 달려간다. 젊은 시절부터 줄기차게 추구해온 통합의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196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군의관을 마친 196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가정의학·방사선 등을 전공했지만 결국 재활의학을 선택했다. 한의사 면허도 땄다. 한의학 강좌를 만들고 침술클리닉을 운영했다. 국내에 들어와서도 그의 의지는 계속 실현됐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해 현재는 41개 의과대학에 통합의학 이름의 강좌를 만들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서로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응급상황이나 외상·감염 등엔 서양의학이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만성질환·건강 유지·장수하는 섭생은 한의학이 유리하지요. 건강하게 잘 살려면 두 가지를 모두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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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호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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