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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자동차 이은 대북사업 2막 유통·서비스업으로 연다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박상권 평화자동차 대표는 시쳇말로 ‘핫’한 인물이다. 7월 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났다. 남북합영기업 평화자동차 총회사와 보통강호텔의 지분을 모두 북한에 넘긴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강당에서 촬영에 응했다. 아래 ‘PMC’ 문양은 회사 로고.



성큼성큼 걸어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건강하십니까? 20여 년 한결같이 우리를 찾아오시고 많은 관심을 갖고 일해 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 사장님은 뿌리 깊은 분이십니다. 앞으로도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힘을 합쳐 일합시다.” 맞잡은 김 비서의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 북한에 다녀왔다. 20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방북해 이번이 215번째다. 박 사장은 “북한 전승기념일(우리의 정전협정체결기념일) 60주년 행사 참석차 다녀왔다. 김정은 비서가 참석하는 행사라 악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뜻밖에 덕담을 나누고 사진 촬영도 하게 됐다. 20년 넘게 남북경협에 쏟은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했다”고 말했다.

평화자동차는 1994년 평양 인근 평안남도 남포시에 평화자동차 총회사를 설립했다. 지분은 통일그룹이 70%, 북한이 30%다. 2002년부터 10여 년 동안 2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평화자동차는 비슷한 시기 평양에 보통강호텔도 설립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 사장은 두 기업의 모든 지분을 북에 넘겼다. 대신 새로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성공단 7차 회담 이틀 후인 8월 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평화자동차 본사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박 사장은 통일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박 사장은 재미교포 신분이라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한다. 오랜 경협으로 고위급과도 자주 접촉한다. 재계에서는 북한 경제에 밝은 ‘북한통’으로 불린다. 올 1월엔 평양시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그는 올 들어 방북 때마다 평양 외에도 지방의 개발특구와 관광지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엔 평양과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등지의 최근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그는 “핵 관련 국제 제재 탓에 경제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번 해보자는 활기찬 분위기”라고 전했다.

평양의 분위기는 어떤가?

평양 시내는 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예부터 심던 금잔디를 다 뽑아내고 중국에서 들여온 사철 푸른 잔디로 바꾸고 있다. 5cm도 빈 땅이 보이지 않게 하더라. 물론 잔디를 많이 심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진 않지만 미화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양 주민은 내 것이 아니라고 방치했던 공간과 물건을 가꾸며 아끼고 있다. 다른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김정은 비서가 집권한 지 1년 밖에 안 됐는데 과거 10년 변한 것만큼 변한 것 같다. 평양에는 공원도 많이 생겼고 아파트와 고급 식당도 공사 중이다. 리모델링 중인 빌딩도 많다. 보통강호텔도 외부를 대리석으로 리모델링했다. 평양의 종합편의시설 ‘해당화관’을 방문했는데 목욕탕·노래방·미용실·식당·쇼핑시설 등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발마사지샵도 생겼다. 그동안 ‘남의 발을 만지는 건 중국인이나 하는 짓’이라며 자존심을 세우던 북한이 달러를 받고 발마사지를 시작한 점은 놀라운 변화다. 평양 시내에는 경유로 달리는 버스가 등장했고 전력 사정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박 사장은 개성공단 7차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다행이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우리가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매달린다, 달러 박스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김양건 통일선전부장은 ‘남쪽이 우리를 잘못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생각 안 한다. 1인당 한 달 급료가 80불도 안 되는데 그렇게 적은 급료 주고 사람 쓰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며 “개성공단은 6·15 선언의 산물이고 자기들 선대에 결정한 국가적·역사적인 사업이라 없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관계를 보면 상대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자극하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모두 ‘네가 어떻게 나오나 보자’는 식으로 미사일을 쏘고, 민간지원을 막으면서 긴장이 고조됐다”며 “개성공단 문제도 총소리만 안 났지 미사일을 쏜 셈이다. 서로가 언어의 포탄, 협박의 미사일을 쏘다가 공단 폐쇄라는 결과까지 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폭언 등 공격적인 태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충고다.


▎평양시는 거리단장에 나서는 등 활기찬 분위기였다고 박 사장은 전했다(왼쪽). 강원도 원산시 원산관광특구에 들어설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
북한은 지난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했다. 경제특구를 확대 추진한다는 게 주요 내용으로 이에 따라 신의주·남포·해주 등 경제특구와 백두산·원산·칠보산 등 관광특구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번 방북에 원산의 명사십리해수욕장과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 금강산관광특구 등을 둘러보고 왔다.

북한의 특구 개발 상황은?

최근 북한은 관광 산업 인프라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백두산·칠보산·원산·금강산·개성 관광특구에 하나를 더해 총 6개 관광특구를 만들 계획이다.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 칠보산 인근 어랑공항, 원산 인근 갈마공항 등 군 소유였던 비행장을 민간 공항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1월 초 김정은 비서의 지시가 있자 열흘 만에 군인들이 이전을 마쳤다고 한다.

원산관광특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데?

김정은 비서는 특구개발 중에서도 원산~금강산관광지구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항과 해수욕장(명사십리)이 인접하고 마식령 스키장도 건설 중이어서 관광지로서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미 갈마공항 이름을 원산공항으로 바꾸었고 군인용으로 신축한 새날호텔도 관광용 호텔로 전환했다. 공항에 컨벤션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북한에는 ‘마식령 속도’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 10년을 내다본 공사였으나 올해 안에 끝내려고 한다. 원산특구 개발에 군 병력 30만 명이 동원됐다고 들었다.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에는 약 22㎢의 부지에 360실을 갖춘 호텔과 골프장·산림공원·산악말타기장·건강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 NK뉴스는 최근 북한 체육성과 강원도 인민위원회가 작성한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하루 방문객이 평균 5000명에 달하고 이를 통해 총 6000만 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스키장 인근 지역 주민과 주변국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봤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아시아·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북한은 특구 개발을 위해 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마식령 스키장에는 싱가포르·홍콩 등지에서 투자 문의가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의 외화 비중이 늘고 있고 외화 유인책도 어느 정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산업 기초를 잘 닦으면 나머지 산업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비서가 관광특구 개발에 나선 이유는?

김정은 비서는 원산관광특구 개발을 인민으로부터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검증받는 장(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관광특구 지역은 모두 관광자원이 뛰어난 곳이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관광산업은 국제 사회 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외화벌이에도 효과적이다.


▎평안남도 남포시 평화자동차 총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왼쪽). 2007년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이 묵었던 평양의 보통강호텔.



평화자동차 총회사는 북한에서 자동차의 생산·판매·영업을 펼치는 유일한 자동차 기업이다. 2004년 남포공장 완공으로 자동차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약 40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한다. 세단인 휘파람2·3,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뻐꾸기3, 4륜구동 SUV인 뻐꾸기 4WD, 경승합차 삼천리1·2 등 총 6개 차종을 생산한다. 1998년부터 평화자동차 총회사 사장을 맡은 박 사장은 하지만 지난 연말 지분 70%를 모두 북한에 넘겼다.

지분을 넘긴 이유는?

2002년 생산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2000대를 팔았다. 북한 인구는 2300만 명이 넘지만 자동차 판매는 극히 저조하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아 당 간부, 국가공훈자, 외국인 정도만 차를 소유한다. 향후 10년을 보아도 수요가 크게 늘 것 같지 않다. 마침 중국의 몇몇 자동차회사가 북한에 합작을 요구했다. 판매 루트가 있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들어와 공장을 돌리면 생산량도 늘고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우리는 판단했다. 우리가 지분을 넘긴 데 대해 김정은 비서가 이번에 답례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 2막은 무엇인가?

평양 최초의 단독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합영기업(북한과 외국인투자가가 공동으로 출자·운영하는 유한책임 회사)은 북한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이다. 우리는 정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단독기업을 평양에 세워 많은 외국인이 투자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북한의 ‘외국인 단독 투자법’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이를 성공시켜 북한 내 단독기업 성공 모델이 되겠다. 이미 유통·관광·서비스·제조 등 다양한 부문에 사업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

먹고 입고 소비하는 것은 사유재산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도 패션·음식 유행이 있고 소비욕구가 크다. 특히 평양시민은 구매력이 있다. 현재 김정은 비서가 관광산업 개발에 매진해 외국인 관광객이 늘 것이다. 유통·서비스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부터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양건 부장이 유통사업과 특구개발사업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박 사장은 대기업의 남북경협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이 진출하면 남북교류는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단독기업이 100~200개 정도되면 고용이 늘고 물건이 풍족해져 북한 경제가 안정화 된다. 국가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대기업의 평양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은 평양에 가서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가르쳐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정은 비서의 회담’을 강조했다. 그는 “반기문 총장을 만났을 때 ‘평양에 한 번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도 유엔과 관계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은 수차례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한 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방북으로 남한과 미국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김정은 비서에게 우리말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민족의 궁극적인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 창구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다.”

왜 반기문 유엔 총장 역할론인가?

정치가 걸음마 수준이면 경제 역시 큰 걸음을 뗄 수 없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핵은 중요한 변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유엔 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해결이 중요하다. 북의 지도층에서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같은 민족이 유엔 사무총장이면서 우리를 더 혹독하게 한다’며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큰 기회다. 반 총장과 김정은 비서가 만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북측에도 의견을 전했나?

전승일 기념행사가 끝나고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 등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반·김 회동’ 추진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미 의사를 밝혔으니 이번엔 북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시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반기문 총장은 오바마 미 대통령은 물론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세계 지도자 누구든지 만날 수 있는 이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반기문 총장, 김정은 비서,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이렇게 네 명이 백악관에서 회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고 말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모두의 필요에 의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추진하는 남북경협은 수익과 함께 남북통일의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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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호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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