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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아날로그 서비스로 전통 잇는다 

 

사진 오상민 기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내년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브라이언 백 총지배인은 한 차원 높은 서비스로 후발 호텔과 ‘선긋기’에 힘쓴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입구에는 “1914년 10월 10일 개관한 조선호텔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기네스북 등재 내용이 담긴 동판이 설치돼 있다.

마릴린 먼로, 더글라스 맥아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최고사령관, 제럴드 포드 미국 전 대통령 등 과거 투숙객의 이름도 오랜 역사를 짐작케 한다. 맥아더 장군은 인천 상륙 작전 이후 이 호텔이 미군정 사령부로 사용될 때 머물렀고, 마릴린 먼로는 1954년 미군 위문 공연으로 방한하며 투숙했다.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 브라이언 백(47) 총지배인을 비롯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직원은 각종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또 한국 최고(最古) 호텔로서 한 차원 높은 서비스로 후발 호텔들과 선을 긋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 총지배인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다.

백 총지배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10살 때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이민 갔다. 1981년 조선호텔이 웨스틴조선호텔로 이름을 바꾼 후 임명된 첫 한국계 총지배인이다. 100주년 행사 준비를 묻자 부산 사투리가 조금 섞인 우리말로 차분하게 답변했다. “100주년 행사로 이익을 남기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100년 동안 사랑 받았으니 조금이라도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토목 공학(전공)과 컴퓨터 공학(부전공)을 공부했다. “학창시절 호텔리어는 꿈도 안 꿨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만하다. 대학 졸업 후 PCI(Pacific Consultants International)라는 일본계 회사에서 댐 건설 등 일본 정부가 요청한 개발도상국 건설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했다.

“운 좋게도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으며 건설·자금·마케팅 등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었어요. 이후 리조트와 호텔 등 관광 분야의 프로젝트를 맡다가 1999년 웨스틴 리조트 괌의 국제 마케팅 이사 근무를 시작으로 호텔리어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공학도 출신 호텔리어답게 서비스에 대한 그의 철학에는 따뜻함과 함께 치밀함이 배어있었다. 홍보 전략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스토리텔링보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팩트텔링’을 강조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호텔을 제일 싫어해요. 요즘은 호텔 밖에도 수준 높은 식당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새 아이디어를 실험해 나가야 합니다.”

호텔 내 레스토랑들에 새 메뉴에 대한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ABC 등급을 매긴다. A를 받은 음식은 계속 메뉴에 남고 C등급 메뉴는 중단하는 식이다. B등급은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하거나 메뉴에서 뺀다. 특급호텔 총지배인답지 않게 그는 호텔 식당의 콘셉트가 “중국집”이라고 했다. 설명을 듣고서야 납득이 됐다. “중국집에서 손님이 자장면과 짬뽕을 놓고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우리 호텔에서도 고민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는 10월 15일부터 추천 메뉴를 테이블에 갖다 주는 ‘에볼루토’ 서비스를 실시한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그의 노력과 맞닿아 있다. “뷔페식당에서는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자주 자리를 떠야 하는데 비즈니스 미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로 추천 메뉴를 준비하는 등 식단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호텔이지만 한식당이 없어 고객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까다로운 조리과정, 낮은 회전율, 그리고 재료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한식은 특급호텔의 오랜 적자 음식점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 백 총지배인은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특급호텔에서 한식을 맛볼 수 없다는 건 문제”라며 “차별화된 맛과 품격의 새로운 한식당을 추진 중 ”이라고 밝혔다.

국내 특급호텔의 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라며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친절하고 정이 느껴지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신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호텔만큼 고객 만족도가 높은 호텔은 미국에도 없다”며 자랑을 잊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특급호텔의 서비스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밝은 미소와 친절만으로는 부족하다. 백 총지배인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서비스’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차별화된 한식당 개설 추진 중

올해 선보인 개인 VIP 서비스 ‘PTOC(Personal Touch of Chosun)’은 백 총지배인이 추구하는 차별화된 서비스의 좋은 예다. PTOC 서비스는 매년 20번 이상 투숙하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투숙객의 이름이 새겨진 머그컵·수건·슬리퍼·목욕 가운·침구류 등을 방문 때마다 제공한다. 레스토랑에서도 전용 와인 잔과 젓가락 등이 준비돼 있다. 현재 150명이 PTOC 고객으로 등록됐다. 10월 중에 50명을 더 추가한다. VIP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개별화 서비스에 중점을 둔 ‘PTOC2’도 조만간 시행한다.

“본래의 PTOC이 하드웨어 서비스라면 PTOC2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입니다. 예를들어 고객이 왼손잡이라면 화장실의 양치용 컵을 왼쪽에 비치한다든지, 초밥 먹을 때 와사비를 곁들이지 않는 고객이라면 다음 방문때는 와사비를 뺍니다.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나 침구 정리 스타일도 개인에 맞춰 줍니다.”

궁금한 마음에 어떻게 그런 서비스가 가능한지 ‘영업비밀’을 캐물었다. “식음료 매장에서는 지배인이 단골 고객의 취향을 세세한 것까지 메모하고 숙소는 고객이 체크아웃한 뒤 청소하기 전에 사진을 찍습니다. 방을 사용한 흔적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객만족에 있어 대수롭지 않은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백 총지배인의 방침은 직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서비스교육이다. “직원들에게 ‘로봇이 되지 말라’고 늘 강조합니다. 배운대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100주년 행사 ‘조선호텔 100주년 맞이 100일간의 페스티벌’은 7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행사 기간 호텔 내 각 레스토랑은 25일마다 과거 25년간을 상징하는 기념 메뉴를 선보인다. 한국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의 전신인 나인스 게이트 그릴은 1936년 메뉴를 준비했다. 뷔페 식당 아리아는 놓쳐서는 안될 메뉴 100가지를, 일식당 스시조는 100년을 기념하는 코스 메뉴를 내놨다. 로비라운지 써클은 호텔 개관 100년을 기념하는 칵테일을 판매한다.

10월 1일에는 스위트룸 투숙객과 VIP 고객 전용 공간 ‘웨스틴로열클럽’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용 체크인·체크아웃 서비스부터 여행 안내, 레스토랑 예약 대행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밖에도 해외유명 쉐프 초청 갈라디너와 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100주년 기념일인 내년 10월 10일까지 잡혀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창의적인 시도를 즐깁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100년 전통이 좀 더 깊이 느껴지도록 행사를 꾸며나갈 계획입니다.”

201310호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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