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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 - 해외수주 신기록 눈앞 삼성물산 새 역사 쓴다 

 

7월말 100억 달러 돌파…지역다각화로 글로벌 새 시장 개척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이는 쿠라야 복합화력 건설 현장. 세계 최대 가스복합화력발전으로, 공사비용 21억 달러 규모의 민자 발전사업이다.




삼성물산이 한국 건설업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 7월 말 삼성물산은 19억7000만 달러가 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올해 해외수주 108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건설사 전체 해외수주의 30%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2010년 현대건설이 세운 국내 건설사 연간 해외수주 최고액인 110억 달러 돌파는 물론이고, 130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연말에 몰려 있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불과 5년 전인 2009년 삼성물산의 연간 해외수주는 15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사업구조가 국내 분야에 치중된 때문이다. 2010년 취임한 정연주 부회장은 ‘글로벌 초일류 건설회사’라는 비전을 세우고 혁신을 단행했다. 이후 해외 수주액은 빠르게 늘었다. 2010년 38억 달러, 2011년 47억 달러, 지난해 55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전체 수주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20%에서 올해 상반기엔 75%로 커졌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공공발주 물량 급감, 해외 정유화학 플랜트 경쟁 심화, 수익성 문제 등 3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최근엔 건설을 넘어 엔지니어링·조달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사전 타당성 검토에서 관리운영 영역까지 밸류체인(Value Chain, 가치 사슬)을 확장한다. 시장 또한 중동·동남아 편중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정연주 부회장은 취임 이후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와 단순 시공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건설 상품 간, 건설과 건설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답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마이닝(광산) 패키지’ ‘헬스케어’ ‘도시개발’ 등의 신성장동력을 찾았다. 지속적인 기술과 소프트역량 확보에도 집중했다. 미국의 발전설계 전문업체 S&L과 기술제휴를 맺어 발전설계 능력을 확보했다. 올해엔 영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전문 설계업체 웨소를 인수했다.

이 같은 노력은 올 들어 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마이닝 패키지 사업 개척이다. 몽골 타반톨고이 광산에서 중국 국경까지 233㎞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 3월 호주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 광산의 처리플랜트와 이와 연계된 철도·항만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업비 58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호주석탄광산과 연계된 항만 건설에서도 본계약 전 단계인 ECI 계약을 하는 등 사업장을 넓히고 있다. 4월엔 모로코에서 인광석을 처리하는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마이닝 패키지 프로젝트가 삼성물산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파이낸싱(자금유통)과 관리운영 역량이 중요한 수주 기준이 되는 민자 발전(IPP)·민관협력(PPP) 등에서도 실적이 돋보인다. 삼성물산은 2009년 세계 최대 가스복합화력인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민자 발전을 수주해 시공 중에 있다. 쿠라야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업계가 지분투자를 통해 해외에서 민자 발전 사업을 진행한 최초 사례다. 삼성물산은 올해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와 터키 키리칼레 민자 발전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삼성물산은 앞서가고 있다. 로이힐 프로젝트 외에도 5월엔 유럽의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비 7억 달러의 카타르 도하 메트로 공사를 수주했다. 7월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 패키지3공사를 수주했다. 글로벌 건설사인 스페인 FCC, 세계적인 철도차량업체 프랑스 알스톰, 지하구조물 공사의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네덜란드 스트럭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결과다. 총사업비 78억 달러로 삼성물산이 수주한 물량은 19억7280만 달러다.

혁신 드라이브, 글로벌 리더로 간다

호주·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수주 과정은 삼성물산의 향후 사업 방향을 보여준다. 두 과정 모두 고객·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 기술력과 수행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현재 ECI 계약을 한 호주석탄광산연계 항만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호주 석탄광산의 대주주인 인도 GVK가 인도에서 항만프로젝트를 협업한 것을 계기로 삼성물산에 석탄광산의 항만공사를 제안한 것. 품질·공기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안에 만족했던 GVK는 다시 로이힐 프로젝트의 대주주인 행콕에 삼성물산을 소개했고 그 결과 58억 달러 수주라는 신화가 탄생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호주 건설시장 현황과 현지 협력·조달업체는 물론 철광석 산업과 호주 건설시장에 대한 예측 등 2년 넘게 시장과 상품에 대한 연구조사를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행콕의 신뢰를 얻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메트로는 총 37개 컨소시엄이 입찰자격 사전심사에 참여해 불과 4개사만이 최종 입찰 자격을 얻었다. 이 중 3개 컨소시엄이 각각 1개 패키지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가 가격이 아닌 기술과 수행역량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결정됐다”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건설사와 협력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구축한 파트너십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공법과 시공계획 등을 통해 파트너사와 발주처의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시장개척 노력도 활발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싱가포르 중심의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난해 홍콩·몽골·인도네시아·카타르 등지로 시장을 넓혔다. 올해에도 호주·영국·모로코 등과 아프리카까지 진출해 아시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혁신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걸 계획이다. 경쟁자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선점하기 위해 핵심기술과 글로벌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5년 수주 330억 달러, 매출 220억 달러 달성이 목표다. 정연주 부회장은 “건설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건설업이 창조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201310호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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