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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M INDUSTRY - ‘ 강남스타일’의 발원지 강남구의 한류 꿈 

 

사진 오상민 기자
한류(韓流)의 경제효과는 2011년 기준 5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는 강남을 한류 관광의 구심점으로 만들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9월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전경. 일본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거리로 꼽힌다.



대중문화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 그레이스랜드가 최근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실시한 ‘미국 10대 관광명소’ 설문조사에서 그랜드캐니언과 자유의 여신상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은 비틀스 투어프로그램과 관련 축제 등 관광산업으로 도시를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마이클 잭슨 사망 당시 그의 저택 ‘네버랜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와 고향인 인디애나 주 개리는 잭슨의 묘지 유치를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펼쳤다. 묘소 유치가 가져올 막대한 관광수입과 경기부양 효과 때문이었다.

명품 쇼핑과 한류 자산으로 관광객 몰이

지난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서울 강남구는 강남을 한류(韓流)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 상권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한류스타 거리 조성 및 한류스타 관련 관광명소 개발이 주된 사업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기준 한류의 경제효과만 5조6000억원(한류미래전략포럼 자료)이 넘는 상황에서 한류 자원이 풍부한 강남구가 한류의 브랜드가치 제고에 앞장선다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연관 경제유발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강남구 최초의 여성 구청장인 그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서울시와 연을 맺었다. “한류에 열광하는 팬들이 스타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체류하며 쓰는 비용은 모두 지역경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신촌·명동·강남역·홍익대·명동 등 소위 ‘서울 5대 상권’ 중 강남 지역은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상권이 시들해졌다. 지난달 15일 일요일 오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최고의 상권으로 각광받았던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화창한 날씨에도 한산했다.

1990년대에는 ‘원조 강남스타일’을 뽐내던 ‘오렌지족’의 주 활동 무대였다. 2000년대 중반 들어 강남 상권의 중심축이 인근 가로수길로 옮겨가며 자존심을 구겼다. 소규모 의류점을 중심으로 압구정만의 패션문화를 활짝 꽃피웠지만 점차 대형 브랜드 매장으로 획일화되면서 본연의 매력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분당선 연장선 압구정로데오역 개통으로 옛 영광을 되찾는다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유동인구 증가는 미미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권리금은 가로수길의 절반 수준이지만 권리금 없이 거래되는 곳도 있다.

인구 57만의 강남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부자 지자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연말 발간한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이나 실물자산을 제외하고 금융자산만 10억 원이 넘는 사람이 강남구에만 1만2500명으로 조사됐다. 부산광역시 전체와 비슷한 숫자다. 서울 구청별로는 강남구에 이어 서초구(9400명), 송파구(7500명), 양천구(4400명), 영등포구(300명), 용산구(3300명) 순이었다.

하지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강남구가 최고 부자구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늘 강조한다. 기업체 수는 중구가 제일 많고, 가구당 소득은 서초구가 가장 많다. 잘사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아 편차가 크다. 강남구의 임대아파트 비율은 서울시 전체 25개 구 중 3위고,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수는 8위다.

강남구가 전통적으로 강북보다 떨어지는 대표적인 분야는 관광이다. 고궁과 박물관 등 역사 유적이 강북에 몰려있는 것이 한 이유다. 한국을 찾는 해외 언론인 대상 프레스투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링스의 정은선 대표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기자들은 트렌디한 카페와 최신유행 패션을 선도하는 강남에 관심이 많지만 미국과 유럽은 고궁이나 재래시장을 비롯한 전통적인 장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물론 관광 분야에서도 강북이 따라올 수 없는 강남만의 경쟁력이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명품 쇼핑과 한류관련 자산이다.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신장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올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남구에는 다른 어떤 지자체보다 한류 관련 이야기거리가 많다. SM엔터테인먼트 부근에 위치한 청담골은 누룽지정식과 제육볶음 백반으로도 유명하다. 또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등 SM 소속 스타들이 즐겨 찾는 ‘아이돌 급식소’로 유명하다.

논현동에 위치한 변강쇠 떡볶이는 월드스타 비가 연습생 시절 떡볶이를 사먹던 곳이다. 세상을 떠난 배우 박용하가 마지막 팬클럽 행사를 가졌던 신사동의 레스토랑 고블앤고(수제버거 브런치가 인기다)에는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일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한류관광 자산은 레스토랑에 한정되지 않는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 벤치는 SBS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주인공 한세경(문근영)이 자주 앉던 곳이다. 강남구청은 “요즘도 여기에 앉아 드라마 속 문근영과 각은 각도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소녀시대의 태연과 원더걸스 선예, 샤이니의 태민이 다녔던 청담고등학교나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이승기 등의 단골 만화방인 청담동 손오공책방, 그리고 카라의 멤버 구하라 소유의 청담동 주택(현재 리모델링 중) 등도 강남구가 선정한 ‘한류스타거리 스토리 명소’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최근 강남구가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부터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를 지나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약 1.08㎞ 구간을 중심으로 ‘한류스타거리(K STAR Road)’ 조성 계획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 구청장은 “한류 관광객들에게는 스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최고의 관광자산”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처럼 등 대형 연예 기획사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압구정동·청담동 일대는 한류 관광객들의 순례지로 부상한지 오랩니다. 이들 기획사의 사옥 앞에는 관광객들이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서성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의 연습실을 주 1회 오픈하고 한류관련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전광판과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거리 곳곳에 설치하는 등 강남을 찾는 한류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강남구 측은 한류스타거리 조성 사업은 2015년까지 3차례에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1단계로 올해 연말까지는 한류스타거리 시각화를 위한 새 모양의 상징물(K BIRD)이 한류스타거리의 가로등, 가로수, 횡단보도 등에 설치돼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새 모양은 아모레퍼시픽이 디자인을 통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무료로 기부했다. 또한 한류스타거리 명소로 지정된 매장을 인증하는 문구도 매장 유리문에 부착된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는 이색적인 음식점과 패션 점포가 많이 몰려있다.



동방신기 단골 만화방도 관광자산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추진되는 2단계 사업계획에는 ‘한류스타 핸드프린팅’ 설치와 다양한 ‘한류스타거리 기념품’ 제작이 포함된다. 또한 청담동 명품샵 거리구간에 국내 유명작가의 손을 통해 탄생한 한류스타관련 작품을 모은 ‘스타콘텐트 갤러리’도 꾸며질 예정이다. 3단계 조성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한류 관광객이 아시아 일변도에서 탈피해 북미·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류 스토리마케팅의 성공 전망을 밝게 한다.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커피오카’는 좌석이 4개에 불과한 테이크 아웃 위주의 ‘버블티’ 전문점이다. 특별히 시선을 끌만한 외관은 아니지만 주변 가게들과 달리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4년 전 국내에 처음으로 버블티를 소개한 ‘원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최근 주가가 높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6인조 아이돌그룹 엑소케이(EXO-K)를 비롯해 샤이니와 2PM, 시스타와 원더걸스 등 아이돌과 ‘어른돌’ 스타들의 단골집이다. 신인 연예인들 사이에 ‘이곳 벽에 사인을 붙인 후 버블티를 마시면 크게 성공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결국 온 벽면이 이곳을 찾은 연예인의 사인과 사진으로 뒤덮혔다.


지난달 15일 이곳을 찾았을 때 일본 이바라키현 출신의 여학생 남바 아이(19)는 동행한 한국인 친구 김지혜씨와 수다가 한창이었다. 엑소케이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지만 한국 아이돌 그룹처럼 역동적인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다”며 K-팝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좋아하는 한류스타들과 관련된 명소를 ‘성지순례’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많다”고 했다.

강남구가 1월과 6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과 일본 관광객이 각 40%와 31%로 전체 강남 해외 관광객의 70%를 넘었다.

아시아에 비해 유럽과 서구 국가에선 아직까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친밀도가 높진 않다. 하지만 강남을 찾는 서구 관광객들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면서도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강남을 좋아하는 듯했다. 같은 날 가로수길에 만난 패션모델 제시카 브로니츠키(브라질)와 카탈리나 포드고로데치(몰도바)는 “아름답고 비싸고 없는 게 없다”는 말로 가로수길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했다. 포드고로데치는 “이곳에는 유럽에도 없는 게 많다”며 “유럽과 달리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브로니츠키는 “처음에 왔을 때는 중국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현대적이고 국제화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브라질에서도 상파울로 같은 대도시에는 멋진 곳이 많지만 이곳처럼 안전하지는 않다”며 안전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하진 않냐”는 질문에 포드고로데치는 “택시를 타면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할 때도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이탈리아사람도 영어를 잘 못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고 개선할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숙박 문제가 해결이 급선무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8월 기준, 강남구의 숙박시설은 특급호텔을 포함한 관광호텔 37개소(6,548실)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소 22개소(76실)로 관광객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료관광 전용 호텔(메디텔)과 중소형 호텔 건립, 홈스테이 운영가정 확보 등 향후 숙박시설 확보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신 구청장은 “지난해 7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 이후, 관광호텔 신규 사업계획 승인신청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 2개소, 내년에는 12개소가 준공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류관광 자산과 연계할 수 있는 다른 관광명소의 개발도 중요한 과제다. ‘강남’하면 의례 현대화된 건물만 떠올리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선정릉과 ‘천년고찰’ 봉은사를 비롯해 풍부한 전통문화유산도 갖춰 현대적인 거리와 문화유산을 조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북 출발 ‘시티투어버스’ 강남 경유 추진

이와 관련해 강남구는 볼거리의 다양성 측면에서 강북지역 지자체와 협력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명동과 인사동 등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강북지역 관광명소들을 강남지역과 연계해 홍보할 수 있다면, 강남과 강북이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구청장은 “강북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가 강남구 관광 거점인 강남관광정보센터를 경유하는 방안을 협의함으로써 강북의 전통관광명소와 강남의 쇼핑, 한류관광을 원스톱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밖에도 주요 관광거점지역인 강남역, 코엑스, 가로수길 등에 설치된 관광안내표지판을 개편하고 관내 주민으로 구성된 관광문화안내 봉사단도 적극 활용해 주요 관광명소와 지하철 역 등에서 통역이나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관광객의 편의도 증진해 나갈 계획이다.

201310호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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