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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제네시스로 반전 노린다 

 

판매량 급증하는 수입차에 밀려 국내 점유율 70% 위협…소나타 후속 모델과 하이브리드 등 ‘ 볼륨 카’ 출시로 맞불

▎현대차는 여성 운전자 360명을 선정해 연말까지 벨로스터와 미니쿠페 등을 비교시승하는 행사를 한다. 지난 9월 한 여성이 서울 강남구 현대차 대치지점에서 벨로스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70%.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철옹성처럼 여겨지는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다. 최근 이 점유율에 금이 가고 있다. 수입차 업체가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앞세우면서 내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인 현대·기아차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수입차 점유율은 12%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70%에 못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13만 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이 추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9.7% 증가한 7만4487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국내 시장점유율도 11.88%로 높아졌다.

반면 현대차는 전년 상반기 대비 0.7% 감소한 32만5518대를 판매했다. 2005년 소나타부터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10만대 클럽’은 9년 만에 맥이 끊길 위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0월 역시 수입차 판매량(1만4154대)은 지난해 동월 1만219대 대비 17.8% 증가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이남석 중앙대 교수(경영학과)는 “수입차와의 전면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차그룹의 독과점 구조여서 가격을 인상해도, 옵션으로 가격을 부풀려도 소비자는 현대·기아차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산차보다 싼 수입차 모델도 많아졌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는 지난해가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 감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수입차의 시장 잠식뿐 아니라 상반기 주말특근 차질, 하반기 부분파업 등 변수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 점도 악영향을 끼쳤다. 국산 경쟁사의 선전도 변수였다. 지난해엔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내준 점유율을 국산 경쟁사로부터 가져온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는 쌍용차 등 국산 경쟁사가 적극 방어에 나서면서 점유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신차 출시 놓치며 마케팅 부진

올해 완전변경 모델의 부재도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판매 증대의 최대 요인은 신차 출시인데 현대·기아차는 상반기에 이렇다 할 신차를 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출시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폴크스바겐 ‘7세대 골프’ 등은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신차 출시는 자동차기업의 가장 중요한 행사고, 수익 극대화의 근본이다. 신차 효과가 반감된다면 큰 영업차질로 이어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차의 판매 추이가 심상찮다. 현대차에 비해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고, 영업이익률 격차도 커지고 있다. 뉴K7·K9 등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차량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최근 기아차의 신차를 보면 특화된 모습이 아닌 안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만의 색깔을 요구하던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했다. 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기아차만의 유전자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수입차 업체들은 한·미 FTA, 한·EU FTA 등 호재를 만나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무기로 내세울 태세다. 수입차가 FTA 효과로 가격을 내릴수록 현대차의 판매량은 타격을 입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같은 값이면 수입차’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올해 글로벌 시장은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고 우리나라도 경기 둔화로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며 “FTA 관세 효과가 커지면서 자동차시장은 공격적인 수입차와 이를 저지하는 국산차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이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더 이상 독립적인 섹터가 아니다”라며 “최근 수입차의 판매 추세라면 국내 시장점유율이 30%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의 시장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ICE신용평가는 11월 초 ‘국내 수입차 시장 확대의 원인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산차의 품질과 성능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됐고, 수입차의 보유 비용이 국산차보다 월등히 비싸서 구매 매력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박선지 책임연구원은 “수입차 가격이 국산차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물류비·수입제비용·보유비용 등의 차이로 국산과 수입의 가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중기적으로 수입차 시장 확대가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입차 희소성이 약화되고 소비자들이 국산차와 수입차간 경제적 실익을 지각하면서 그 추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기아차가 2세대 쏘울을 선보인데 이어 11월 말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한다. 내년 상반기엔 소나타·쏘렌토·카니발 후속 모델과 그랜저·K7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모두 대량 판매가 이뤄지는 ‘볼륨 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기수요로 인해 판매가 부진했지만 신차효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대부분 중형 이상이어서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5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등장하는 2세대 제네시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신형 제네시스는 이미 외국 언론에 디자인이 공개돼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3.8ℓ급 가솔린 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며 현대차 세단 최초로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다.

정 회장 1년반 만에 직접 신차발표 나서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월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신차를 소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말 유럽 현지법인 방문시 “제네시스는 우리의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최첨단 럭셔리 세단으로 유럽의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차”라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소비자에게도 크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1세대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둬 현대차의 위상을 높인 경험을 유럽 시장에서도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201312호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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