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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industry - “캐딜락 철수 없다. 디젤 신모델 기대해도 좋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요즘 신바람이 난다. 10월 판매실적이 신기록을 세운데다 2, 3년 내 출시될 캐딜락 신차에 대해 댄 애커슨 GM 회장이 지원을 약속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인천시 부평 본사 로비에서 준준형차 쉐보레 크루즈를 타고 포즈를 취했다.




▎엔진 배기량은 줄이고 출력을 높인 다운사이징 대표 모델. 트랙스(왼쪽), 크루즈 터보.
한국GM은 10월 판매대수가 1만3922대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3월 세르지오 호샤(54) 사장이 부임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만4000대를 돌파한 이후 최대 성적이다. 11월 판매의 신기록 가능성도 크다.

호샤 사장은 “하반기 들어 경차 스파크가 아주 잘 팔리고 2.0ℓ 디젤과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단 차들이 호조”라며 “(엔진 배기량을 낮추고도 출력은 더 좋아지는) 다운사이징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 나오는 캐딜락 철수설에 대해선 “한국에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대중차 쉐보레와 고급차 캐딜락이라는 듀얼 브랜드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댄 애커슨 GM 회장이 최근 “한국 소비자 선호 사양을 반영해 캐딜락 신차를 만들라”는 확답까지 줬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치권과 재계의 요즘 화두는 통상임금이다. 그는 “연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생산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매년 과도하게 올라가는 인건비는 지속가능한 생존전략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은 우리 경제의 해묵은 과제다. 야근·휴일 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가 문제다.

최근 핵심은 연말 지급된 성과 연동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하느냐 여부다. 대법원은 1996년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에는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며 기존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자 노조가 줄줄이 소송을 냈다. 한국GM 노조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열 살부터 주경야독, 가난 이겨내

호샤 사장은 1959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4남3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7남매를 키워 집안 형편은 늘 빠듯했다. 열 살 때부터 가게 일을 도우면서 ‘주경야독’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가난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며 “가난을 벗어나는 게 삶의 목표였고 일하며 악착같이 공부하는 길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어릴 적 꿈은 버스 운전사였다. 커다란 버스만 있으면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잠도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꿈을 좇아 자동차와 연을 맺은 게 열 네살 때다. 집 근처 자동차 공장의 조립공으로 취직했다. 인터뷰 도중에 책상 서랍을 뒤적여 수십 년 된 노동허가증을 보여줬다. 14살 청소년이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받은 증명서다. 성실함으로 승부를 했다.

이런 경력과 성실성 덕분에 그는 스무살이 되던 1979년 GM 브라질 공장 엔지니어링부에 입사했다. 설계 보조였다. GM 입사는 그에게 꿈 같은 일이었다. 첫 출근일인 11월 21일을 잊지 못한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일하고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대학 수업을 들었다.

1년 만에 기술전문대학인 브라즈 쿠바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등록금 낼 돈이 없어 단기간에 학위 과정을 마치겠다는 집념이 조기졸업을 가능케 했다. 그는 “미국인도 아니고 가난한 브라질 사람인데다 변변한 배경도 없으니 성실 밖에 무기가 있겠느냐. 주어진 일을 무조건 완수한다는 집념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묵묵히 열심히 했더니 성공으로 가는 문이 조금씩 열렸다는 것이다.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해 브라질에 이어 독일·아르헨티나·미국·한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일했다. 2006년 하반기부터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에서 제품기획 부사장으로 2년 동안 일하며 한국과 인연을 쌓았다. 그때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3월 사장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부임하자마자 전국 영업장을 돌며 직원들과 밀접한 소통을 시작했다.


▎경남 창원공장 작업자들이 매달 5000대 이상 팔리는 경차 쉐보레 스파크를 조립하고 있다.
노조와 축구 하며 소통 경영

축구의 나라 브라질 출신답게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축구를 하며 꿈을 키웠다. 100m를 10.5초에 주파하는 실력도 그때 쌓은 솜씨다. 그는 “축구화는 꿈도 꿀 수 없어 맨발로 축구를 하면서 발이 부르트고 까졌지만 공을 찰 때면 가난과 배고픔을 잊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직원 단합대회의 주요 행사인 노사 축구대회에서 회사측 선수로 출전했다. 브라질식 현란한 드리블과 패스를 선보여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한국에서 노조원들과 축구를 하면서 협력해야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 중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지 10년이 넘었다. 노사 관계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노사관계는 상당히 안정됐다. 매년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잔업 거부 같은 부분 파업이 발생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노조와 대화를 많이 한다. GM의 해외 100여개 글로벌 사업장 신차 투입 기준은 생산성이디. 인천 부평과 전북 군산, 경남 창원 공장의 생산성은 GM 전체 사업장 중 상급이다. 문제는 매년 올라가는 인건비다. 이미 인건비 비중이 제조 원가의 10%에 달했다.

그래도 매년 임금 인상률은 두 자릿수 가까이 올라간다. 당장은 문제 없지만 미국 본사는 앞으로 투입될 신차의 원가 경쟁력을 걱정한다. 자동차 원가에서 인건비가 10%를 넘어서면 가격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진다. 이런 요인은 본사에서 차세대 중·소형차의 한국 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통상임금 논란도 물론 영향을 준다.

툭하면 ‘GM 철수설’이 고개를 든다. 매년 1조원 이상 투자를 하는데도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심화된 글로벌 시대에 생산성이나 손익이 맞지 않으면 어떤 기업이라도 사업을 접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GM은 이익을 내고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중·소형차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이 확고하다. 철수설은 근거없다. 철수하려는 기업이 한국에 왜 투자를 늘리겠는가.

올해부터 5년 동안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2008년 한국GM 부사장으로 있을 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환차손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지만 GM 본사에서 ‘철수’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철수는 있을 수 없다. GM은 지금 여기 있고 계속 남을 것이다(GM is here and GM is here to stay).

77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GM이 2008년 파산했다가 부활했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은.

GM은 미국에서 1931년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세계 정상이었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기도 했다. 가장 큰 패인은 자만이다. 돈을 많이 벌게 해준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다. 자동차를 잘 만들기보다는 금융이나 다른 사업의 인수합병에 치중했다. 관련 없는 사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기관차 제조부터 EDS 같은 컴퓨터 회사와 물류까지 너무 많은 분야에 손을 댔다. 파산을 딛고 부활한 것은 자동차를 잘 만들어야 소비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진리를 실천해서다. 앞으로 나올 GM의 신차는 일본·유럽 차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단점이던 연비 문제도 터보 엔진을 통한 ‘다운사이징’ 혁신으로 해결했다. 이제 GM 차는 ‘기름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듣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출시할 신차에서 3.0ℓ급 배기량은 사라지는가.

미국에서 수입할 대형차도 있어 딱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대형 배기량은 찾아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생산 자동차 가운데 3.0ℓ급은 알페온 한 가지다. 엔진은 호주에서 들여온다. 주력은 2.0ℓ 디젤과 1.4 터보다. 5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배기량 라인이다. 그만큼 GM이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 좋은 차로 변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캐딜락 철수설이 나오는 이유는 경쟁 수입차에 비해 디젤 모델이 없고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데.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일부 이해하지만 철수는 없다. 판매가 시원치 않으니까 나오는 의례적인 얘기일 뿐이다. (호샤 사장은 인터뷰 중간 메모 노트를 들고 왔다. 노트를 보여주면서) 어제 댄 애커슨 GM 회장과 통화를 했다. 차세대 캐딜락 모델의 한국 판매에 관한 내용이다.

회장의 관심이 많을 뿐더러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일본 차와 경쟁할만한 신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확신을 줬다.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젤 모델도 포함된다. 인테리어나 연비 모든 점을 개선했으니 이곳 소비자에게 ‘캐딜락 신차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한국에서 중·대형차 개발이나 픽업 트럭을 생산해 수출할 계획이 있는지.

문제는 시장 규모다. 픽업 트럭은 북미 시장에서 대부분 팔린다. 물류와 관세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면 불리해진다. 중·대형 세단도 한국보다는 북미 시장이 크다. 한국에서 생산하려면 어느 정도는 내수에서 소화를 해줘야 한다. 현재 쉐보레 말리부를 생산하지만 내수 판매는 기대에 못미친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이다. 중형차는 원가경쟁력이 있다면 한국에서 신차를 개발해 생산할 수도 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는 내수뿐 아니라 유럽에서 호평을 받아 수출 물량이 부족할 정도다. 한국 소비자도 좋아하고 수출도 잘되는 신차를 투입해야 한국GM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트랙스는 2012년 6월 첫 생산을 할 때 시간당 20대가 조립됐다. 올해 9월에는 시간당 52대로 올라갔다.이런 생산성 향상이 한국GM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경쟁력이다.

2009년 유상증자를 통해 70%까지 지분을 확대하면서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는데.

산업은행은 17%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홍기택 신임 산은지주 회장과 만나 상호 신뢰를 확인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이사회에 3명을 파견한다. 경영 감시를 할 뿐 아니라 어려울 때는 도움을 줄 것이다.

가난을 딛고 성공했다. 삶의 철학은.

“이야기했듯이 성실과 열의다. 한국에 부임해서도 주말 휴일 가리지 않고 일했다. 임직원들이 힘이 들 수도 있다. 요즘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해 미국 등 해외 지사와 밤낮없이 통화하고 원격회의를 해야 한다. 11월 21일로 입사 34년이 됐다. 이 가운데 20년을 해외 근무를 했다. 한 국가에서 3년 이상 살아본 적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아내와 두 딸이 최대 후원자다. 큰 딸은 독일에서 취업했고 작은 딸은 아르헨티나에서 공부한다.

브라질 출신답게 축구를 잘 한다는데. 경영과 축구를 연결 짓는다면.

축구는 경영과 비슷하다. 한 사람의 천재 선수보다 팀워크가 좋아야 이길 수 있다. 축구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젊을 때 100m를 10.5초에 뛰었다. 주로 레프트나 라이트 윙 자리를 맡아 상대편 코너로 질주해 골문으로 센터링을 해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지금도 12초대는 뛴다. 지난해 노조와 축구대회에서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도 당했지만 내년에도 뛸 것이다. 노조원들과 신뢰를 쌓는 데는 회식 자리 폭탄주뿐 아니라 축구가 제격이다.

201312호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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