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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Leader - IT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영화 뭐 볼지 고민하지마 맞춤 추천해 줄게 

사진 오상민 기자
심사위원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가 영화 추천앱 ‘왓챠’의 이용자 별점 수가 표시된 태블릿PC를 들고 있다.



뉴스, 사전, 음악, 책 등 모든 것을 포털 사이트가 삼키고 있다. 하지만 5점 만점의 영화 별점 평가 수가 네이버의 아홉배를 넘긴 서비스가 있다. 바로 프로그램스의 ‘왓챠(Whatcha)’다. 1월 17일 밤 10시 기준 왓챠 이용자의 평점수는 5540만8011건. 같은 시점의 네이버 평점 수는 576만5924건이다.

올해 ‘코리아 2030 파워리더’ IT부문 심사위원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프로그램스는 스타트업중 에서 가장 훌륭한 ‘특급 팀’”이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감탄사다. ‘야후’처럼 원래 없는 단어다. 박태훈(29) 프로그램스 대표는 “무슨 영화를 볼지 찾는 게 귀찮은데 이 앱을 사용해 쉽고 빠르게 추천 받아 좋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왓챠는 2012년 8월 웹에 이어 지난해 5월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려면 20개 정도의 영화에 별점을 줘야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내리면서 나오는 영화들 중 자신이 본 영화가 나오면 터치해 별점을 준다. 이렇게 가입하면 20개 영화에 준 별점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한다. 왓챠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내 예상 별점’도 보여준다.

개인이 그 영화를 본 후 평가할 별점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많은 영화를 평가할수록 데이터가 쌓여 더욱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다. VOD 서비스 ‘호핀’과 제휴해 리스트에 뜨는 영화 중 몇 개는 바로 볼 수도 있다. 원하면 영화별로 코멘트를 넣어도 된다. 별점과 코멘트가 ‘마이페이지’에 모아져 나만의 영화 다이어리가 된다.

왓챠에서는 개인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 ‘별점 알바’가 통하지 않는다. 별점 알바는 영화를 띄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별점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왓챠에서 별점을 올리려는 시도는 비용 대비 효과가 없습니다. 아르바이트가 특정 영화의 별점을 높게 줘도 그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소수에게만 영향을 미치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알바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술이 있어요. 일반 가입자와 다른 기계적 행태를 보이는 사용자가 매긴 별점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들죠.”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다니던 박 대표는 군대에 가는 대신 산업기능요원으로 넥슨에서 일했다. 게임메이플스토리의 북미지역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다. 주말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 연합 경영동아리 SND의 회장을 맡으며 경영 공부를 했다. 그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를 차렸다. “예전부터 정보의 개인화, 자동화, 추천 등으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전문회사가 없더라고요. 마침 친구·후배들과 우리가 직접 해보자며 창업했어요.”

회사 이름 프로그램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라는 뜻에서 지었다. 그런데 영문 표기는 ‘Frograms’다. 박 대표는 “Programs로 검색하면 우리 회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아 F로 바꿨다”고 했다. 첫 사무실은 서울 신논현역부근의 24시간 커피전문점이었다. 그의 집은 경기 남양주시 덕소, 동료들은 각각 과천·안양 등에 살았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들고 가서 커피를 주문한 뒤 계속 리필해 마시며 일했다. 출퇴근 시간과 기름값이 아까워 차에서 잠자기도 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작업할 때 저녁 먹을 시간이 가장 난감했어요. 노트북을 두고 갈 수도 없고, 들고 나가 밥 먹고 들어와 또 커피를 주문하기도 그렇고…. 리필을 많이 하다 보니 커피전문점에 ‘3시간 내에 한 번만 리필 가능’이라는 규정이 생기기도 했죠.”

벤처캐피털 3곳서 25억원 투자 받아

사실 프로그램스의 첫 작품은 ‘쿠폰잇수다’라는 소셜커머스 쿠폰 추천 서비스다. 2010년 당시 인기를 끌던 소셜커머스 쿠폰을 개인에 맞게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회원수를 늘리지 못하고 2011년 초 접었다.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영화’를 떠올렸다.

“포털 사이트에 ‘영화 추천’이라고 검색하면 ‘내가 이런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비슷한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글이 많았어요.”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 영화를 자주 볼만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 1시간을 검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 추천 서비스가 쓸모 있다는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2011년 초가을 개발을 시작해 베타서비스를 선보이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이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영화 추천이 부정확하다고 불만이 많았어요. 상처를 받았죠. 하지만 출시 후 한 달만에 120만 건의 별점을 모았습니다. 당시 네이버 별점이 500만 개가 안 됐어요.”

프로그램스는 지난해 벤처캐피털 3곳으로부터 2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돈은 언제 벌 수 있냐는 질문에 “구글, 페이스북은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영화라는 친숙한 콘텐트로 접근해 좀 더 빠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4분기에 수익이 났다. 맞춤형 영화 마케팅을 시도해서 번 돈이다. 특정 영화를 개봉할 때 그 영화를 좋아할만한 사람들에게만 휴대전화 알림을 보낸다.

영화 배급사에는 개봉 초기 타깃층을 상대로 마케팅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알림을 받는 사람도 무차별 광고에 노출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할만한 영화 정보를 얻는다. 박 대표는 “시범 진행이라 영화 배급사에서 소액만 받았지만 1월에 테스트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스는 올해 상반기에 왓챠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해외 진출과 영화 외 분야(도서, TV프로그램 등)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영화 추천 앱을 운영하는 박 대표가 한 달에 보는 영화는 두 편 정도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5~6편 보기도 했는데 요새는 바빠서 많이 못 봐요.”

201402호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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