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ENZYME - 건강의 달인 ⑫ 효소가 풍부한 삶을 살아라 

 

글 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대표 사진 김현동 사진기자
“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없다, 다만 고치지 못하는 잘못된 생활 양식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는 효소건강 전도사 박국문 씨. 건강 관리의 기본은 자연치유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평창의 효소 전도사 박국문 씨의 집엔 발효 향기가 그윽하다. 그가 정성스럽게 만든 발효액이 수많은 항아리에 담겨있다.



강원도에서도 평창군 진부면은 오지에 속한다. 이곳에서 국도로 11㎞ 떨어진 용평면 속사리에서 좁은 길을 따라 400여m를 들어가면 아담한 펜션이 나온다. 해발 720m의 오대산 자락은 한겨울 섭씨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가 파고든다. 치우기가 무섭게 쌓이는 눈 속에서 두메 산골은 섬처럼 고립된다. 이곳에 미국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사는 자연인이 있다. 해가 뜨면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시골살이의 전형인 삶이다.

2002년 되던 해였으니 그의 나이 45세. 직장에서 한창 물이 오를 시기였지만 과감히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산속으로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 인생의 가치를 자연에서 찾는 자연치유학자 박국문(57) 씨 얘기다. 인적이 끊긴 산속의 겨울이 외롭고, 따분할 듯도 하다. 하지만 그는 적막강산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여는 자신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자연의학을 공부하고, 책을 쓰고, 때론 눈도 치우면서 겨울을 납니다.”

도심을 떠나 시골에 정착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겐 사연이 있다. 치열한 삶에 염증을 느껴서, 또는 도망치듯, 또는 막연한 동경을 하며 회색도시를 벗어난다. 하지만 그의 귀거래사는 오랜 세월 차근차근 계획하고 준비됐다. 그는 경남 밀양 출신이다. 부산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의 강골인 그의 첫 직장은 신문사였다. 국민일보 광고국에서 6년 여를 근무하며 자리 잡아갈 즈음, 그는 느닷없이 도미를 결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있는 엠플러스 동양의과대학에 지원했다. 누가 봐도 뜬금없는 행동처럼 보였지만 그에게는 미리 그려놓은 삶의 수순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론으로 무장을 한 그는 한때 미국에서 개업할 생각도 했다. 1년간은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정도로 무섭게 공부에 매진했다. 생식하며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의학자는 동원 이정래(東原 李正來) 선생. 그는 의학과 주역이 한 뿌리라는 의역동원(醫易同源)의 이론을 정립했다. 이 선생이 쓴 『의역한담후집(醫易閒談後輯)』은 동양의학체계를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4살에 문리가 트여 신식학문과의 인연을 끊고 독학했고 ‘의사 면허증 없는 신의(神醫)’로 불리며 수많은 한의사를 제자로 뒀다. 이 선생은 오히려 중국 의학자들에게 인정받아 1994년 중경국의대학에서 중의학박사 학위와 명예교수직을 받았다.

그는 이정래 선생의 『태한의학전집』 『동양약학원리』 『동의요제진전』과 같은 책을 공부하면서 한의학의 원류에 접근했다. “요즘 한의사는 서양의학체계에 한의학을 접목시켜 설명합니다. 무늬만 한의학은 진정한 동양의학이 아니지요.”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본주의의 의학을 정립하기 위해선 다시 원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통의학의 근본은 자연치유

박국문 씨의 지론은 ‘질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선 자연의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전통의학은 자연치유가 근본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예방과 치유 역시 자연의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세상은 그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근본의학을 보완의학 또는 대체의학으로 폄하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현대의학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학을 주변 학문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4년 여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행을 결심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위중한 병환이었다. 대장암과 폐암 말기였지만 4남1녀 중 막내인 그에게는 공부에 방해된다고 마지막까지 숨겨왔다. 어머니는 그가 한국에 도착해 병상을 찾은 지 5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향년 72세. 어머니와의 사별은 그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그가 암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그의 암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다. “우리 몸의 세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닥치면 살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암세포로 바뀌는 것이지요.” 정상세포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형화된 세포로 바뀐다. 원인 물질은 담배나 공해, 그리고 식품첨가물과 같은 유해물질, 과잉 칼로리,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 등이다.

여기에 세포를 건강하게 도와주는 효소와 보조 효소, 생리활성영양소의 섭취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이뤄진 식생활 탓이다. 암도 세포인지라 한번 생기면 자신의 영역을 키우기 시작한다. 신생 혈관을 만들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현대의학은 혈관생성을 막기 위해 항혈관신생약을 투여한다. 그러면 암세포는 다시 저산소상태서 살아남을 수 있는 HIF-1 유전자를 만든다. 암은 생존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교활해진다.


살기 위해 뿌리를 더 깊이 박고(침윤), 혈류·림프선을 따라 살만한 곳으로 이동(전이)한다. 마치 두들길수록 계속 튀어나오는 두더지 게임 같다. 어머니를 잃은 뒤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를 겸 경동시장에서 한동안 약재상으로 일했다. 한의사인 동생과 한의원을 경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향점은 언제나 자연의학이었다.

생리활성물질 풍부한 산야초 발효액 개발

이즈음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발효액이었다. 발효액은 에너지원이면서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보효소가 녹아들어있고,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추가된다. 문제는 발효액을 만드는 기존의 방식이었다. “보통 설탕을 1:1로 넣어 발효액을 만듭니다. 이렇게 해선 발효도 안되고 당도가 높아 설탕시럽이 될 뿐입니다. 그렇다고 설탕의 비율을 낮추면 쉽게 상해 보관성이 떨어지고요.” 그는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적정한 비율을 찾아냈다. 발효액이 완성됐을 때 24%가 알맞은 당도라는 것.

“대부분의 제품은 당도가 50%가 넘습니다. 보통 희석했을 때 당도가 청량음료(약 11%)보다 높다면 문제가 있지요. 그렇다고 물을 더 첨가하면 영양가치도 희석되므로 당도의 비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이나 당도에 따라 설탕의 양을 조절한다. 물이 많은 재료엔 설탕을 40~50%, 수분양이 적으면 30~35% 넣어 발효시킨다. 3배로 희석한 음용 발효액의 당도는 6%로 스포츠 음료와 거의 같다. 그가 산야초로 발효액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것은 1998년이다. 일본에서 수입한 음용 효소액 한 병(720㎖)이 30만~40만원에 팔려나가던 시절이었다. 재료를 보니 과일과 채소였다. 그렇다면 우리 땅에서 나는 산야초로 발효액을 만들면 어떨까.

“우리나라 산야초는 약성도 높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물론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일본에서 구입한 발효관련 서적 수십 권을 탐독하고, 7~8년 실패를 거듭하니 답이 나왔다. 재료마다 다른 배합과 숙성 기간 등 저장성과 최적의 영양소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2007년 그는 『효소음료건강법』을 펴냈다. 이 책은 당시 발효액에 관심을 갖던 마니아층을 사로잡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뒤이어 『생로병사는 효소에 달려있다』 『암, 효소로 풀다』를 차례로 출판했다. 2012년엔 서울 서초동에서 ‘박국문 발효학교’를 열었다. 그의 강의는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발효액에 관한 한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발효 전도사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암초나 복병이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지난해 11월 발효액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주류의학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 TV방송사에서 작심하고 취재를 한 것이다. “발효액이 설탕물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꿰 맞추기식 보도를 한 거예요. 모든 발효액을 싸잡아 매도했는데 내가 그 정점에 있었던 것이지요.”

그동안의 노력이야 어찌됐든 그는 짝퉁 발효액과 함께 2회에 걸쳐 흠씬 두들겨 맞았다. 80~90%의 시장이 무너졌다. 늘 먹던 사람들도 연락을 끊고, 효소학교도 문을 닫았다.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그는 수원여대 식품분석연구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발효액이 보도된 대로 정말 설탕시럽에 불과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연구팀은 포도(재료)를 녹즙기에 간 원액과, 설탕을 30%로 가미(포도 10㎏에 설탕 3㎏을 넣어 섭씨 24도에 6일간 발효)한 발효액을 분석했다. 결과는 그가 생각했던 대로 나타났다. 생리활성물질인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이 녹즙기 원액의 경우 100g당 19.76㎎, 발효액은 25.31㎎으로 확연히 차이가 난 것이다.

“발효를 시키면 재료에 함유된 성분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세영양소인 비타민과 미네랄, 그리고 생리활성물질을 듬뿍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발효액을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 제철식품을 먹을 수 없는 계절에도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삶은 없다. 행복의 가치나 기준도 자신이 정하면 된다. 그것이 소로우와 같은 자연인의 삶이다. 봄이 되면 그는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다. 자연의학을 공부하고, 책을 쓰고, 효소학교와 7박8일 건강캠프도 다시 열 계획이다. 그의 마지막 말이 귀에 박힌다.

“고칠 수 없는 질병이란 없으며, 다만 고치지 못하는 잘못된 생활양식이 있을 뿐입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은 돈이나 권력, 또 병원의 의료시설이나 의약품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양식을 개선해 자연치유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본인의 노력’이라는 단순한 원리입니다.”

/images/sph164x220.jpg
201402호 (2014.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