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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Meditation - 고대의 지혜와 IT가 만나다 

 

유정은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
2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위즈덤 2.0’ 컨퍼런스에 2000명이 참석했다. 접속은 늘고 접촉은 줄어드는 삭막한 디지털 사회에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취지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국내면검색연구소 유정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불고 있는 명상의 열기를 직접 확인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2000여 명의 명상·영적 지도자, 엔지니어, 언론인 등이 위즈덤 2.0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션 스트리트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명상·영적 지도자, 엔지니어, 언론인, 스타트업 창업자 등 2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컨퍼런스 ‘위즈덤 2.0’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위즈덤 2.0은 소렌 고드해머의 책 『Wisdom 2.0 : Ancient Secrets for the Creative and Constantly Connected(위즈덤 2.0: 창조적이고 연결된 삶을 위한 고대의 비밀)』에서부터 시작됐다. 고드해머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개인 및 조직의 스트레스 완화 및 창조성 향상 프로그램을 가르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즐겨했다. 그러다 SNS가 사람의 관계를 해치고 중독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IT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고드해머는 해답을 그의 수행법이던 마음챙김, 즉 명상에서 찾았던 것. 그의 책은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회자됐고, 큰 지지를 얻었다.

고드해머는 이 같은 주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생각했고, 구글의 명상 전도사 차드 멍 탄의 후원을 받아 5년 전 위즈덤 2.0 컨퍼런스를 처음 시작했다. 첫 번째 위스덤 2.0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컨퍼런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위즈덤 2.0에 참석한 이유는 내가 일하는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 SIYLI)의 설립자인 차드 멍 탄이 적극 추천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불고 있는 명상의 열기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행사 첫 날, 모든 참가자가 호텔 그랜드볼룸에 앉아 고드해머의 개회식 인사를 지켜봤다.

그가 “올해의 행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중에 가장 멀리서 온 사람은 …” 이라고 말할 때까지 나는 담담했다. 하지만 곧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가장 멀리서 왔다는 이스라엘의 참가자 뒤에 내 프로필 사진이 뜨고 고드해머가 나를 소개한 것. 방금 전 인사를 나눴던 옆자리 참가자들이 신기한 듯 나를 바라봤다. 난 그들에게 “예, 저예요(Yes, it’s me!)”라며 미소 지었다. 4일 동안 열린 컨퍼런스 기간 내내 다른 참가자에게 나를 소개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위즈덤 2.0은 여느 컨퍼런스나 포럼과 달리 참가자와 연사의 쌍방향 소통을 중요시한다. 주요 발표자들은 연설이 끝나도 현장에 남아 참가자와 대화를 나눈다. 모두 위즈덤 2.0의 주제인 ‘IT와 명상의 만남’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위즈덤 2.0을 만든 소렌 고드해머(왼쪽)와 노예로 팔려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레모네이드를 팔기 시작한 비비안 하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예 아이들을 돕는 10세 꼬마 숙녀

위즈덤 2.0의 메인 연사들은 비즈니스, 테크, 위즈덤, 소사이어티 네 분야로 나뉜다. 비즈니스 부분에 초청된 인사는 자포스 CEO 토니 셰이,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현재 포드 회장인 빌 포드, 구글의 부사장 카렌 메이다. 테크분야에는 얼마 전 내한했던 허핑턴 포스트 CEO 아리아나 허핑턴, 트위터와 미디엄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페이스 북 엔지니어 디렉터 아투로 베자르가 초청됐다.

미국 영성계의 구루인 에크하르트 톨레,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명상 프로그램의 창시자 존 카밧-진 박사, 젠 명상의 구루 로시 조안 할리팍스 등이 위즈덤 분야의 연사로 나섰다. 소사이어티 분야에는 미국 유명 팝 가수 앨라니스 모리셋, 명상하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팀라이언, 베네딕트 수도회 수사인 데이비드 스타인들-라스트가 참석했다. 특별 연사로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가 참석해 내전으로 힘들었던 고국에 평화와 용서의 햇살이 깃들기를 전했다.

연사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 기저는 ‘마음챙김’이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자는 의미다. 인상 깊었던 세션이 몇 개 있다. 존 카밧-진 박사와 아리아나 허팅턴과의 대담이다. 그들은 ‘현대 사회에서 마음챙김의 대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은 도대체 왜 사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이 다시 서구 명상 및 마음챙김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마음챙김은 제2의 르네상스”라며 “IT 기술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귀여운(?) 실제 사례도 등장했다. ‘사회적 변화와 레모네이드가 주는 교훈’에 나온 비비안 하르(10·Vivienne Harr)다. 이 꼬마는 아홉 살 때 노예로 팔려가 일하는 아동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을 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방법은 직접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동네에서 팔아 성금을 모금하는 것.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비비안은 지난해 위즈덤 2.0에 참가해 레모네이드를 팔았다. 꼬마 숙녀의 이야기에 감동 받은 트위터 관계자는 회사 비치용 음료로 레모네이드를 구매하기로 했다. 비비안의 레모네이드는 이제 공장에서 만들어져 대량 생산되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비비안은 레모네이드 제작 공장의 대표직함을 맡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올해 위즈덤 2.0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구글의 대표 명상 교육 ‘내면검색프로그램’의 주역인 차드 멍 탄, 빌 듀안, 그리고 카렌 메이가 이끌었던 세션이다. 그들이 대담을 시작하려는 순간 현수막을 지참한 여성 두 명이 무대 위로 난입했다. ‘Eviction Free San Francisco(퇴거 없는 샌프란시스코)’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San Francisco! Not For Sale!’이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 종사자로 인해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랐다.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주민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통근버스를 가로막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구호는 몇 분간 계속 됐다. 어떤 참가자들은 박수를, 어떤 참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구글 삼총사는 이들의 시위보다 더욱 인상깊은 장면을 보여줬다. “이 같은 순간도 마음챙김 공부가 된다. 우리와 의견이 같든 다르든 모두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명상을 제안했다.

시위대에 보여준 구글 삼총사 반응 인상적

고드해머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이 시위대의 영상이 위즈덤 2.0 공식 사이트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한 참가자가 그에게 그 영상을 다시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내년 위즈덤 2.0에서 샌프란시스코 주거자의 문제를 다루자는 제안을 덧붙였다. 고드해머는 흔쾌히 수락했고 “이런 일이 공론화돼 기쁘다”고 했다.

자칫 본인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일을 공론화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위스덤 2.0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IT 기술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보다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하자는 목표를 실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고드해머에게 “위즈덤 2.0을 한국에서 개최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위즈덤 2.0을 원하는 곳이 많지만 특별히 확장할 생각은 없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행사를 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

위즈덤 2.0 참관 후에 개인적인 바람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성공한 IT 기업이 실적만 고민할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위해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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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호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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