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Life

SEXUALITY COACHING | 건강의 달인 ⑱ 섹스는 힐링이자 헬스 행위 

  

글 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대표 사진 김현동 기자 장소 제공 임피리얼 팰리스
섹슈얼리티 코치인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은 쾌락을 위해 ‘있는 기관은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섹스는 단순한 흥분을 넘어 자존감을 회복하고, 서로 행복하기 위한 달콤한 처방이다.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은 사랑과 섹스는 자존감을 높이며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한다.



섹스는 곧잘 식사에 비유된다. 때가 지나면 허기지고, 과식하면 탈이 나며, 그래서 때론 다이어트를 필요로 한다. 사랑을 애피타이저로, 섹스는 메인디시로 생각하며 풀코스를 즐기지만 혹여 기회가 되면 단품으로 만족할 줄도 안다. 음식 종류도 많고, 기호가 다르니 즐기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어찌 보면 식사나 섹스 모두 누가 뭐랄 수 없는 개인행위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삶의 만족도와 행복의 기준이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방치하면 불량사회를 만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성폭력 예방’ 넘어 ‘즐기는 성’ 교육

섹솔로지(성의학)는 여성이 접근하기엔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한 분야다. 우리나라에선 체계화된 학문도, 배울 곳도 없는데다 사회의 이중 시각과 잣대가 방해를 한다. 섹슈얼리티 코치인 배정원(53)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이 섹솔로지에 뛰어든 것은 첫 직장인 대학병원 홍보실을 떠난 1997년의 일이다. “자원봉사를 하려고 (사)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를 찾아갔어요. 청소년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부분의 질문이 성과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이 분야에 막연한 지식만 갖고 있던 그는 제대로 된 상담을 위해 ‘면학’에 들어갔다. 퇴근 후 여러 권의 책을 펼쳐놓고, 밤늦도록 다양한 질문과 고민에 대해 공부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할 땐 해당 전문의에게 자문도 구했다. 언론학(중앙대)과 보건학(이화여대)을 전공하고, 홍보실에 근무한 업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마치 매일 시험공부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루 20여 건 모법답안을 만들면서 독학한 셈이죠.” 그는 이도 모자라 신문사(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에 성상담코너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독자와 만났다.

그러기를 6년여. 하지만 섹스는 파고들수록 단순한 육체행위나,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를 당황케 했다. 단선적인 시각으론 해석할 수 없는 깊고 오묘한 세계였다. “섹스에 대한 고민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돌보며 사랑해야 하는가’ ‘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 것인가’하는 ‘Human being(인간·존재)’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섹슈얼리티는 성행위 뿐 아니라 성에 대한 감정이나 태도, 철학, 가치관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섹슈얼리티 코치란 올바른 성(性)인식을 갖춰 성숙한 인격체를 만들어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당시 성상담의 내용을 보면 성폭력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그 뿌리는 성에 대한 잘못된 태도와 인식입니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병든 뿌리는 내버려두고 가지만 잘라내는 격이지요.”

배 소장은 멘토를 찾아 호주로 날아갔다. 나이 마흔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치료 전문가이자 교육자인 홍성묵 전 웨스턴시드니대학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하루 3시간씩 강행군을 하며 일종의 과외공부를 했다. 이렇게 한 달여를 배우면서 휴먼 섹슈얼리티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다. 배 소장은 이곳에서 섹슈얼리티 전문가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다. “우선 대상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바꿨습니다. 어른의 문제가 더 심각했고, 이 같은 의식이 청소년에 오롯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단지 성인의 성문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뿐이죠.”

다음은 성에 대한 교육이었다. 그동안엔 성폭력을 예방하는 교육이었다면 이젠 건강하고, 행복한 성을 즐기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가 성을 바라보는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한번은 TV 아침프로그램에서 부부의 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출연 요청을 했어요. 개방적인 분위기인데다 마음껏 얘기해도 좋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섹스’라는 단어를 그대로 썼지요. 그런데 결국 이 단어는 무음 처리돼 방영됐습니다.”

한국인 87% ‘섹스 무척 중요’

섹스는 여전히 천하고, 부끄럽고, 감춰야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인식의 한 단면이었다. 문제는 담론화하지 못한 섹슈얼리티는 음습한 지하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는 성폭력·성매매·섹스중독·미혼모 등 사건·사고의 배경이 된다. “각국 사람을 대상으로 ‘섹스가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87%가 ‘그렇다’고 답해 세계 1위를 차지했죠. 성이 이렇게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여전히 공론화하는 데는 주저합니다.” 그는 고민했다. 포르노 구입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키스방·애무방·대딸방 등 유사성행위가 단속을 피해 독버섯처럼 끊임없이 자라는 나라, 그러면서도 섹스리스 부부는 왜 그렇게 많을까.

섹스로 병든 사회는 곳곳에 널려 있었고, 그를 필요로 하는 곳도 늘었다. 2005년 배 소장은 제주도 ‘건강과 성박물관’ 초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대지 8만2600㎡(2만5000평), 전시공간 5000㎡(1500평) 규모의 세계 최대 성박물관이다. 그는 설립자를 설득해 이곳에 국내 유일의 성교육관을 만들었다. 호기심을 촉발하는 상업적 성이 아닌 올바른 성문화와 교육에 일조하는 박물관이다. 배 소장은 국방부 성분과자문위원과 육군여성정책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원하는 곳이라면 1군단에서 8군단까지, 인제나 원통 같은 강원도 오지도 마다 않고 갔다. 그 덕에 국방부장관 감사패도 받았다.

2008년 연세대 간호대 성건강센터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세종대 겸임교수다. 그의 강의는 인기절정이다. ‘성과 문화’ ‘연애와 결혼관계론’을 가르치는데 80명씩 3개 반의 수강신청이 넘쳐난다. 그의 리포트 과제는 독특하다. 예컨대 자신의 성기를 보고 이미지를 써오는 숙제도 있다. “성교육을 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성기(몸)와 친해질 것을 요구합니다. 사랑과 섹스를 할 때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파트너를 더 배려하고, 존중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아름답고 귀하다고 깨닫는 순간 다른 생명을 보는 눈도 달라지지요.”

나의 성을 잘 관리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생명존중의 가치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행복한 성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성기관찰은 위생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 많은 생식기 질병이 위생 개념과 관리 부족에 기인한다.

“자신의 몸과 먼저 친해져라”

그는 ‘3H Sex’를 권한다. 첫째는 성 건강(Sexual Health)이다. 피임·성병 예방 등 위생에서부터 건강증진 활동으로서의 성이다. 실제 섹스는 건강 성적표다.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는 부부는 혈압이나 혈당치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안정돼 있다. 둘째는 성 조화(Sexual Harmony)다. 남녀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고, 갈등을 줄이는 것이다. “섹스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일방적인 관계는 서로 불편하고, 불행합니다. 사랑을 나누고, 표현하고, 전달돼야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를 위해 여성은 수동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남자를 위한 적극적인 테크닉 구사와 성감표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성 행복(Sexual Happiness)이다. “과거엔 설문조사를 하면 섹스의 목적이 생식보존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6번째입니다. 그만큼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심리적·정서적·육체적 만족이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3H Sex는커녕 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 한국 남성의 80%가 포르노그래피를 즐기고, 섹스리스 남편 대부분이 포르노그래피 중독인 점도 문제다. “유학생 커플이 상담을 온 적이 있어요. 남편은 유학시절 외로움과 긴장감을 포르노와 자위로 풀다보니 결혼 후에도 아내에게선 흥미를 못 느끼는 거죠. 아내 역시 소극적이라 결국 이혼 직전까지 갔습니다.”

이들에게 5분간 안아주기, 터치, 마사지, 그리고 감각 찾기 등 행동인지치료를 시작했다. 몇 주 뒤 이들 부부가 행복한 미소를 띠며 찾아왔다. “섹스가 최선은 아니지만 부부간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흥분과 쾌감을 넘어 사랑과 유대감의 확인, 그리고 파트너에 대한 신뢰의 증명이니까요.”

배 소장이 50·60세대에 권하는 조언은 “있는 기관은 써야 한다”는 것. 숫자는 숫자일 뿐 조상이 권한 3쾌(쾌식·쾌면·쾌변)에 1쾌를 더해 쾌락을 즐겨야 한다. 쾌락은 단순히 감각적인 것 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기여한다. 발기는 혈액순환과 전립선질환 예방을, 극치감은 정서안정과 친밀감을, 그리고 여성에겐 질 위축과 내분비계를 회복시킨다.

문제는 배우자에 대한 호감도. 성적 흥분을 위해 때로는 위장도 필요하다. “성 치료사는 ‘일부러 소리를 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실제 사랑을 나눌 때 피드백이 없으면 성적인 만족감을 높일 수 없어요.” 남자도 마찬가지다. 흥분을 표현하는 립 서비스로 아내를 고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혼이혼을 생각한 50대 이후의 부부 역시 섹스가 접착제가 됐다.

“발기부전치료제 마케팅을 위한 선상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어요. 제 강의 이후 댄스파티 시간이었는데 한 부부가 춤은 추지 않고 갑판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다음날 문자가 왔습니다. 부부가 그날 호텔에 가서 만족할만한 섹스 커뮤니케이션을 했답니다. 섹스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였죠.”

섹스는 분명 힐링이며, 건강증진 행위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단순한 성적긴장 해소가 아닌 자존감을 회복하고, 서로 행복하기 위한 달콤한 처방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섹슈얼리티 코치가 필요한 이유다.

/images/sph164x220.jpg
201409호 (2014.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