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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낮추고 IT 기술은 접목하고! 

권위적이었던 하이엔드 오디오가 시대의 변화에 맞는 착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좁아지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지난 8월 31일 열린 ‘국제 하이엔드 오디오쇼 2014’를 찾은 관람객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는 스마트해졌다.” 코드, 메리디안 등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 판매하는 케이원에이브이 박상우 대표는 기자에게 신기한(?) 오디오를 보여줬다. 지난 4월 출시된 메리디안의 술루스 뮤직시스템이다. 언뜻 보기에는 터치스크린 모니터처럼 생겼다. 화면에는 수많은 CD 앨범 재킷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화면을 터치하면 그 앨범에 수록된 노래 리스트가 뜨고, 노래 제목을 터치하면 술루스와 연결된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저장된 나스(네트워크가 연결된 외장하드디스크)에 있는 음원을 술루스로 관리한다. 음원 저장장치와 술루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오디오는 크게 스피커, 소스기기(CD플레이어 등 음원을 작동하는 기기), 앰프로 나눌 수 있다. 술루스는 네트워크가 연결된 소스기기인 셈이다. 술루스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술루스를 조작할 수 있다. 노트북에서 음악을 선택해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처럼 술루스의 사용도 그처럼 편하다. 술루스 뮤직시스템 가격은 1500 만원에 불과하다. 술루스와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앰프내장형 스피커 DSP8000으로 시스템을 구성해도 1억 원이 넘지 않는다. IT 기술을 접목해 하이엔드 오디오의 가격을 낮춘 것이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변하고 있다. 제품 가격은 낮추고, 그동안 거부했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IT 기술도 받아들였다. 오디오 뒤편에 복잡하게 꽂혀 있던 케이블도 없는 와이어리스 하이엔드 오디오도 늘고 있다. 오디오 갤러리 나상준 대표는 이를 ‘라이프 스타일 하이엔드 오디오’라고 분류했다.


골드문트가 내놓은 가장 저렴한 오디오 메티스 타워. 가격은 1800만원.
일체형 오디오 속속 선보여


드비알레가 출시한 미디어 플레이백 시스템 제품인 드비알레 800. 가격은 5000만원.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골드문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 와이파이로 PC의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일체형 스피커 ‘메티스타워’를 선보인 것. 파워앰프 6대가 스피커에 내장돼 있어 골드문트가 지향하는 리얼 사운드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1800만 원으로 골드문트가 내놓은 오디오 중 가장 저렴하다.


스피커를 설치한 방의 환경을 자동으로 분석해 최적의 사운드를 재현해주는 뱅앤울룹슨의 스피커 베오랩 5. 가격은 3320만원.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도 네트워크 기술을 오디오에 접목해 ‘미디어 플레이백 시스템’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와 나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원을 관리할 수 있다. 심지어 아날로그 LP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관련 앱을 다운받으면 스마트폰으로 조작도 가능하다. 아날로그 오디오와 디지털 오디오의 장점을 모은 기기인 셈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가 가장 꺼려했던 것이 컴퓨터와 스마트 폰에 있는 음원을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듣는 것이었다. 드비알레는 디지털 음원 뿐만 아니라, HDMI 단자까지 만들어서 게임 오디오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디자인 오디오 이상윤 대표는 설명했다. 지난해 드비알레 120·200·400·800 라인업을 내놓았다. 처음 출시했던 D-프리미어보다 가격을 낮췄다. 엔트리급 드비알레 120은 750만 원으로 스피커까지 구매해도 1000만 원 정도면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가정에 설치할 수 있다. “요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는 오디오와 IT를 접목하고 있다. 독일의 오디오넷, 영국의 린·네임 같은 브랜드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놓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오디오평론가 주기표 씨도 “예전 하이엔드는 앰프, 스피커, 소스를 구분해야만 고성능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기능을 합치고 있다”면서 “권위적이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들이 일체형 오디오를 속속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1926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뱅 앤 올룹슨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변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뱅 앤 올룹슨은 세계 최초로 ‘와이어리스스피커& 오디오’ 기능이 들어간 오디오를 만들었다. 오디오 뒤 케이블을 없앤 것이다. 뱅 앤 올룹슨은 와이어리스스피커를 시작으로 젊은이에게 패션 아이콘이 된 수십만 원대의 이어폰까지 내놓으면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리미엄이어폰·헤드폰 시장 급성장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은 하락세인 반면, 프리미엄 이어폰·헤드폰 시장은 급성장한다. 주기표 실장은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음악도 동영상도 스마트폰으로 다 해결한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보조음향 시장이 커진다. 10년 전만 해도 60만 원이 넘으면 고급 헤드폰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100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8월 21일 독일 음향 전문업체 젠하이저일렉트로닉이 아시아에서 첫 번 째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이어폰·헤드폰 시장의 급성장과 무관치 않다. 응치순 젠하이저일렉트로닉 한국지사장은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마트기기가 가장 많이 보급된 나라 중 하나”라며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은 젠하이저의 핵심 전략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젠하이저의 주요 시장”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조사 기관 GFK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헤드폰 및 헤드셋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 8400만 대에서 올해는 2억 874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2억 909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젠하이저를 포함해 자브라, 몬스터 등이 한국의 프리미엄 보조음향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응치순 지사장은 “소비자는 고품질의 사운드를 듣기 원하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외관 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 등을 모두 갖춘 제품을 선호 한다”고 분석했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맞수 ‘쿠르베’

“대량 생산품보다 장인이 만든 작품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수제 원목 스피커 ‘쿠르베’로 주목받고 있는 박성제 PSJ 디자인 대표의 말이다. MBC에서 20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우연찮게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다. 박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오디오 마니아로 살았다. 20여 년 동안 50번 정도 스피커를 바꿨고, 아내 몰래 1000만 원이 넘는 스피커를 사 본 적도 있다. 2012년 방송국에서 해직된 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방을 찾은 것이 스피커 제작자로 나서게 된 동기다. “회사를 나온 후 취미로 공방에 나가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어느 날 스피커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쿠르베는 프랑스어로 곡선을 뜻하는 단어다. 쿠르베의 특징은 인클로저(스피커의 울림통)가 곡선이고, 저음·중음·고음 스피커 유닛(소리를 전달하는 장치)을 각각 구분한 것. 유닛은 노르웨이의 하이엔드 유닛 제 조업체인 SEAS 제품을 사용했다. 인클로저는 북유럽산 자작나무 합판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 오일로 몇 번씩 마무리했다. 나뭇결까지 또렷하게 드러나 곡선을 돋보이게 한다. 자작나무는 고유의 맑은 울림으로 현악기를 만드는 주재료다. 상업성을 생각하면 절대 도전하기 힘든 독특한 외관이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모양이 나올수 있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전문 엔지니어의 도움도 받았다. 쿠르베를 만들어 스피커 동호회에 선보이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입소문으로 제품이 하나둘씩 팔려나갔다. 쿠르베가 JTBC 드라마 ‘밀회’에 나온 이후, 여성들의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쿠르베를 찾고 있다. 쿠르베스피커는 5가지 모델(200만 원~900만 원대)이 있고,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900만 원대 스피커다.

201410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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