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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에 날개 달아준 셰일가스 

미국과 중국이 셰일가스 날개를 달고 경제 활성화 기대에 들떠있다. 석유화학산업에서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은 셰일가스로 타격을 받고 있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셰일가스가 묻혀 있는 미국 텍사스 주 이글포드 광구에서 엔지니어가 가스 파이프를 연결하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이 한국 석유화학산업과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484억 달러(약 48조4000 억원), 수입액은 170억 달러다. 자동차 산업 수출액 486억 달러와 비교하면 석유화학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은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셰일 가스가 뭐길래,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셰일가스는 지하 1000m 이하에 광범위하게 발달된 셰일층에서 추출하는 천연가스다. 셰일층은 고운 진흙이 수평으로 퇴적된 후 탈수돼 굳은 암석이다. 기존 석유나 천연 가스가 중동과 러시아에 집중적으로 매장된 반면, 셰일가스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셰일가스 가채매장량(매장량 산정시점 이후 그 한계에 달할 때까지 채취할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총량)은 187.5조㎥, 기존 천연가스 매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류가 5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셰일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중국과 미국이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지 않은것으로 밝혀졌다.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
천연가스 순수입국 미국, 이젠 수출국으로

셰일가스의 존재는 1800년대에 알려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시추하지 않았다.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석유나 천연가스는 수직시추법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셰일가스 시추는 복잡하다. 셰일가스는 수직방향으로 암석층을 뚫은 후 시추관을 가스층에 수평으로 삽입하는 수평시추법을 이용한다. 이후 수압파쇄법(대량의 물, 모래, 화약약품혼합액으로 이뤄진 화합물을 고압으로 셰일층에 분사해 균열을 일으켜 가스를 채굴하는 기술)을 이용해야 시추가 가능하다. 기존 석유나 천연가스를 시추하는 기술과 차원이 다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미국도 2000년대 중반에서야 셰일가스를 뽑아 올렸다.

2000년대 후반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시추한 것은 고유가의 영향이다. 셰일가스 시추가 보다 경제적이 었던 것. 2012년 당시 외교통상부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 비용이 2007년 1000㎥당 73달러였지만, 2010년에는 31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기존 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비용은 46달러다. 천연가스 순수입국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200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의 제조업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대구모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전기요금 인하로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철강산업이 셰일가스의 최대 수혜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중국도 셰일가스 시추를 본격화하고 있다. 2012년 3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셰일가스 개발 12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15년 65억㎥, 2020 년까지 600억~1000억㎥를 생산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셰일가스가 정체된 중국 제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셰일가스 날개를 달고 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얻었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변재 현 SK에너지 에너지정책팀 부장은 ‘셰일 혁명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이란 글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 화학제품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특히 올레핀 계(에틸렌)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전기·전자·컴퓨터·자동차·건설 등 모든 산업과 의식주에 관련된 각종 생활용품의 핵심 원자재를 공급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의 기초적인 원료를 추출한다. 이 과정을 납사 분해(납사 크래킹)라고 한다. 이 원료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기타 화학제품을 만드는 원자재가 된다. 원유가 나지 않는 한국, 중국, 일본은 납사 크래킹으로 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에탄 크래킹 비용 납사 크래킹보다 덜 들어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분해(에탄 크래킹)해도 에틸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천연가스 수입 비용은 원유 수송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납사 크래킹이 에탄 크래킹보다 경제적인 것. 또한 납사 크래킹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같은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에탄 크래킹으로는 에틸렌만 생산할 수 있다. 원료를 훨씬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는 납사 크래킹을 한국이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셰일가스는 납사 크래킹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에틸렌 1t의 제조원가는 미국이 316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55달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1717달러다. 김평중 연구본부장은 “셰일가스로 인해 한국의 에틸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적신호가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김효선 연구원도 ‘2014년 천연가스 산업이 주목할 Top 7 경제지표 및 정책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원유기반 석유화학제품보다 3~4배 경쟁력이 있다”면서 “셰일가스의 소비가 에너지 소비에 그치지 않고 일반제조부문으로 파급되면서 개도국의 석유화학업종이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자급체제 강화도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의 활력을 잃게 하는 요인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가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미국 등 선진국 견제와 중국·중동 등 신흥국 추격 중간에 끼인 상황”이라고 진단한 이유다

201410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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